금융위, 지배구조 우수기업에 ‘감사인 주기적 지정’ 3년 유예

게티이미지뱅크

금융당국이 회계·감사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에 감사인 주기적 지정을 3년 유예한다. 약 40∼75곳의 상장회사가 대상이 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회계·감사 지배구조 우수기업에 대한 감사인 주기적 지정 3년 유예를 위한 우수기업 평가 기준과 절차를 31일 공개했다. 2017년 도입된 감사인 주기적 지정 제도는 상장회사가 6년 동안 외부감사인을 자유롭게 선임한 이후 3년 동안은 금융당국이 지정한 외부감사인의 감사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회계투명성을 높이려는 취지였지만 계속감사기간이 줄어 감사품질이 떨어지고 경쟁이 느슨해지면서 감사보수가 올랐다는 비판이 나온 가운데, 금융당국은 올해 4월 지배구조 우수기업에 감사인 주기적 지정을 일정 기간 면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다만 회계투명성 강화를 해칠 수 있다는 반발이 나오면서 면제 대신 유예로 가닥을 잡았다.

우수기업 평가 분야는 △감사기능 독립성 △감사기구 전문성 △감사 지원조직 실효성 △감사인 선임절차 투명성 △자체노력 등이다. 배점이 가장 높은 것은 내부 감사위원 분리선출 규모 등 감사기능 독립성이다. 다섯 개 평가 분야 외에 밸류업 우수기업(내년 신설) 등으로 선정되면 가점을 주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감점하기로 했다. 평가 결과 총 1천점 가운데 800점을 넘으면 원칙적으로 유예 대상이 된다.

모든 회사가 유예 심사를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2018년 이후 1년 이상 지정감사를 받았으며 최근 3년 내 결격 사유가 없어야 한다. 현재 감사위원회가 설치된 상장회사는 749곳이며, 이 가운데 약 600곳이 내년까지 1년 이상 지정감사를 받을 것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태현수 금융위 회계제도팀장은 “시뮬레이션 결과 749곳 가운데 5∼10% 정도가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35∼40곳은 점수가 높아 무난하게 대상이 될 것 같고, 80곳 정도는 노력에 따라 기준을 넘을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신청제이고 노력 정도에 따라 대상 숫자는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금융당국에 지정유예 심사를 신청하면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점수를 매기고 이를 바탕으로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유예 대상 여부를 최종 확정한다. 금융당국은 내년 1분기 중 평가위원회를 꾸리고 6∼7월 중 신청을 받아 3분기 중 평가위원회와 증선위를 거쳐 유예대상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번 감사인 지정 유예 방안은 2025∼2027년 3년간 운영한다. 금융당국은 2027년에는 주기적 지정 제도 자체에 대한 원점 재검토에 착수할 계획이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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