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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직원 간식비도 예비부부 몫…웨딩업체 갑질에 '결혼 힘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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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는 게 값…갈수록 치솟는 결혼 준비 비용
웨딩업계 갑질 논란에…"가격 표시제 도입 시급"


더팩트

웨딩업계 전반에 걸친 추가 비용 요구로 갑질 신고도 늘었다. 권익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신고 접수된 웨딩업계 관련 민원은 총 1010건이다. 2021년 252건, 2022년 355건, 지난해 366건에 이어 올해는 3월까지 400건에 달하는 등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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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김시형 기자] # 오는 28일 결혼식을 앞둔 예비 신부 A(28) 씨는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모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웨딩 촬영 당시 사진작가와 헤어디자이너, 웨딩플래너 등 직원 4명의 간식비용으로 6만원을 추가 지불했다. A 씨는 "서비스 비용을 모두 지불했음에도 스탭들의 간식까지 챙겨야 하는 업계 문화가 다소 의아했다"며 "평생 한 번뿐인 결혼식을 하는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불화가 생기면 결혼 준비가 부족할까 싶어 불공정하더라도 모난 말을 할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간식비를 비롯해 헬퍼비, 출장비, 피팅비 등 각종 추가 비용으로 결혼 준비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 부부들은 웨딩업계의 '갑질'이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 가격 표시제 도입 등으로 불공정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결혼 준비 비용 5400만원 이상…"팁까지 줘야 하나"

17일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따르면 주택 마련 비용을 제외한 평균 결혼 준비 비용은 지난 2020년 4347만원에서 지난해 5450만원으로 약 25% 급증했다. 모 결혼정보업체의 '2024 결혼 비용 보고서'에서도 신혼부부 1000명은 주택 비용을 제외한 결혼 준비 비용으로 평균 5499만원을 썼다고 답했다.

예비 부부는 각종 추가 비용에 큰 부담을 느낀다. A 씨 역시 기본 30만원의 헬퍼비 요구에 황당했다고 토로했다. A 씨는 "숍에서 기본 30만원의 헬퍼비가 필요하다며 동행하는 이모님께 팁과 출장비를 줘야 한다는 요구를 받았다"며 "예식장이 서울이 아니라는 이유로 출장비 5만원에 귀가 교통비까지 팁으로 줘야 한다고 하니 이게 맞나 싶었다"고 말했다.

예비 부부들이 모인 한 온라인 카페에도 '헬퍼비가 총 38만원 나왔는데 생각해보니 부르는 게 값인 것 같다', '본식 2부 드레스도 도움이 필요하니 5만원을 추가하고, 오후 5시30분 예식이라는 이유로 야간비로 5만원이 또 추가됐다', '헬퍼비 35만원에 교통비 별도라고 안내받았는데, 충격이다' 등 헬퍼비에 불만을 제기하는 의견이 다수 올라왔다.

드레스를 입을 때마다 받는 '피팅비'도 문제다. 드레스숍들 대부분이 옷을 한 벌 입을 때마다 5만~10만원의 피팅비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새 드레스를 처음으로 입게 되면 '퍼스트 웨어' 비용을 추가로 받기도 한다. 서울 강남구 모 드레스숍은 "한 분 한 분 피팅 시 시간이 소요되고 정리할 것도 많아 피팅비를 받는 것"이라며 "피팅비가 다른 것은 드레스마다 라벨, 가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결혼 준비 과정에서 추가 비용을 내는 일은 다양하다. 다음 달 중순 예식을 앞둔 B(31) 씨는 "혼주 메이크업 비용이 50만원이나 들어서 혼주 메이크업 여부를 놓고 부모님과 다퉜던 적이 있다"며 "폐백 비용도 150만~200만원이 들어 생략하고 싶었지만 어른들은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갈등도 있었다"고 전했다.

내년 3월 결혼식을 앞둔 C 씨는 스튜디오에 원본 사진을 요구했다가 계약금 외에 50만원을 추가로 지불하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황당해 했다.

◆ 웨딩업계 갑질 신고도 증가…"가격 투명 공개해야"

웨딩업계 전반에 걸친 추가 비용 요구로 갑질 신고도 늘었다. 권익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신고 접수된 웨딩업계 관련 민원은 총 1010건이다. 2021년 252건, 2022년 355건, 지난해 366건에 이어 올해는 3월까지 400건에 달하는 등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가격 표시제를 도입해 업체마다 가격을 투명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획재정부(기재부)는 내년부터 일명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업체, 예식장 등 결혼 서비스 제공업자가 준수해야 하는 가격 표시 대상·항목·방법 등을 규정한 가격 표시제 도입을 예고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웨딩업계 가격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게 아니라 일부 업체들 입맛대로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생에 한 번 뿐인 이벤트를 앞둔 소비자들에게 가격 보전을 하려고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 정보가 결혼 준비에서 가장 중요하니까 가격 표시제 도입 자체가 의의는 있다"면서도 "다만 일괄적으로 모든 가격을 전부 표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또 표시만 해놓고 실제 가격이랑 다를 수도 있어 관계기관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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