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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주인이 80세 넘은 노포가 수두룩... 추석 연휴 가볼만한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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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초빼이’ 김종현이 고른

추석 연휴에 가볼 식당

조선일보

경남 창원 중성동 양푼냄비 육회비빔밥, 광주 송정동 서울곱창 곱창구이, 인천 용동 새집손칼국수 칼국수(왼쪽부터)./김종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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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빼이’는 부엌에서 식초를 담아두던 초병(醋甁)을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 초병에 식초를 유지하려면 계속 술을 부어줘야 하고, 술꾼 몸에서 나는 시큼한 냄새가 초병과 같다 해 술꾼이나 주정뱅이를 일컫기도 한다.

초빼이를 필명으로 쓰는 작가 김종현(51)씨는 “희석식 소주와 노포(老鋪)를 사랑한다”고 했다. “노포에 눈뜬 건 1998년 중국 출장에서였어요. 톈진 ‘구부리 만두’, 베이징 ‘전취덕’ 등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식당에서 충격을 먹었지요. ‘이들은 이렇게 오래된 가게에서 먹고 즐기는데, 우리는 뭐가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맛있는 음식을 내는 전국 노포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어요.”

200곳 이상을 방문한 그는 “노포 역사가로 불리고 싶다”고 말했다. 2003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 노포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해 누적 방문객은 56만명에 이른다. 2022년부터 카카오 브런치스토리에도 매주 ‘초빼이의 노포 일기’를 연재하며 조회 수 43만명을 넘겼다. 최근엔 노포 70곳을 엄선해 ‘초빼이의 노포 일기’(얼론북) 경인편과 지방편 2권으로 펴냈다.

김 작가는 “노포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주인이 80세를 넘긴 노포가 수두룩합니다. 대를 이을 자손이 없거나 물려받지 않겠다는 가게도 많고요. 식당을 유지하긴 하지만 자리를 옮겨서 더 이상 옛 정취를 느끼지 못하는 곳들도 있습니다.”

이번 추석 고향에 가면 찾아야 할 전국 노포를 그가 추천했다.<표 참조> 언제 문 닫을지 모를 식당이 적지 않다. 휴무일은 바뀔 수 있다.

[서울]

명륜손칼국수: 두툼하게 썰어 낸 칼국수 면이 입안을 툭툭 치는 식감이 예술이다. 걸쭉하고 진한 소고기 육수가 매력. 수육과 문어숙회를 각각 주문하거나 ‘반반’ 주문하면 반주하기 적당하다.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하루에 2시간만 운영한다. 서울 종로구 혜화로 45-5, 추석 연휴 9월 15~18일 휴무.

[부산]

의령식당: 화려한 부산 해운대 뒤편에 숨은 보석 같은 돼지국밥집. 잘 끓여낸 부드러운 돼지고기와 맑지만 깊은 돼지 육수의 궁합이 좋다. 새우젓을 넣고 정구지(부추)를 잔뜩 올린 돼지국밥의 투박한 모습과 깊은 맛은 부산 사람들을 투영한 듯하다. 잘 삶아 한소끔 식혀 내는 수육은 깔끔하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1로50번길 15, 추석 연휴 9월 15~18일 휴무.

[인천]

새집손칼국수: 인천은 면 요리가 발달한 도시다. 쫄면의 발상지이자 세숫대야 냉면을 전국적으로 유행시켰다. 과거 번성한 동인천역 인근 용동 칼국수 골목에 딱 둘 남은 가게 중 하나다. 팔십 넘은 할머니가 여전히 손으로 칼국수를 자르고 만두를 빚는다. 바지락을 우려낸 국물은 얼어붙은 속도 바로 녹일 듯 뜨끈하다. 만둣국과 찐만두도 좋다. 인천 중구 우현로90번길 39, 추석 연휴 9월15~18일 휴무.

[대전]

형제집: 대전 구도심 대흥동에 있는 평범하지만 비범함이 숨은 돼지불고기집. 잘 손질된 돼지 앞다리 살에 어머니가 집에서 만든 듯 자극적이지 않은 양념을 버무린 진짜 옛날식 돼지불고기를 낸다. 코끝을 톡 쏘는 마늘장에 우선 반하고, 연탄불에서 석쇠로 초벌해 불판 가득 올려주는 돼지불고기에 자연스레 끌린다. 개업 때부터 사용한 60년 된 ‘도끼다시(돌 따위를 갈아서 무늬를 낸 인조대리석)’ 테이블의 정취는 어디에서도 찾기 어렵다. 대전 중구 대흥로175번길 34, 9월 16일 정기 휴무.

[광주]

서울곱창: 이 집 돼지곱창을 맛보면 한동안 다른 집에선 먹지 못할 수 있다. 양념 발라 연탄불에 구워낸 돼지곱창의 불 향과 달콤한 맛은 쉽게 흉내낼 수 없다. 새끼보와 암뽕 순대의 외형은 거칠지만, 맛은 깊고 진하다. 찬으로 내는 전라도 김치의 곰삭은 맛도 일품. 광주 광산구 송정로15번길 71, 추석 당일(9월 17일) 휴무.

[경기도]

마방집: 100여 년 전 상인들이 한양 들어가기 전 쉬어 가던 곳. 하루 묵으며 말에게 여물을 먹였다. 산나물 20여 가지와 진한 된장찌개를 기본 찬으로 낸다. 비빔밥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제격. 돼지 또는 소 장작 불고기 한 판 곁들이면 더 좋다. 경기도 하남시 하남대로 674, 추석 연휴 9월 16~18일 휴무.

[경상도]

마산집: 거동 불편한 식당 사장은 마법의 손을 가졌다. 평범한 재료도 그의 손을 거치면 최고의 음식으로 변한다. 현지인도 잘 모르는 마산 구도심 중성동 뒷골목 작은 식당. 양은 냄비에 담아내는 9000원짜리 육회비빔밥은 한 숟가락만 맛봐도 진가를 알 수 있다. 선지 넣은 소고기국은 칼칼하면서도 깊다. 초빼이들 사이에서는 수육·육회도 유명하다.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 오동서12길 2, 추석 연휴 9월 16~18일 휴무.

[제주도]

골목식당: 제주 전통 꿩메밀칼국수와 꿩구이를 먹을 수 있다. 제주시 동문 재래시장에 있다. 일반 밀 칼국수보다 굵은 제주 메밀 칼국수는 입에 넣으면 툭툭 끓어지는 재미가 있다. 꿩구이는 식감이 단단하면서 감칠맛이 풍부하다. 메뉴에 없지만 예약하면 꿩탕과 꿩샤부샤부도 먹을 수 있다. 제주도 제주시 중앙로 63-9, 추석 연휴 휴무 별도 공지 없음·매일 운영.

조선일보

그래픽=송윤혜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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