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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트럼프 “이민자 개·고양이 먹는다” 주장 뒤, ‘이민자 도시’에 테러 위협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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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2일(현지시각)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시에서 여러 건물에 대한 폭탄 위협이 발생한 가운데 경찰관들이 시청 건물 밖에 서 있다. 스프링필드/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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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필드에 온 아이티 이민자들이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텔레비전 토론에서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친 뒤 배경이 된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 여러 시설에 폭탄 테러 위협이 쏟아지고 있다. 스프링필드시는 폭탄 테러 위협을 받고 시청 건물을 폐쇄했다. 정치인의 혐오 발언이 실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프링필드시는 12일(현지시각) 오전 “여러 시설을 향한 폭탄 테러 위협이 접수돼 시청 건물을 오늘 하루 폐쇄한다”고 공지했다. 시청 건물에 대한 폭탄 테러 위협은 이날 오전 8시24분께 이메일로 접수됐다. 아이티계 학생들이 많이 재학 중인 초등학교도 폭탄 테러 위협을 받았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텔레비전 토론에서 이런 주장을 하며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사회자가 “그런 일은 보고되지 않았다”라고 정정했지만,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아이티계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스프링필드 아이티 커뮤니티 센터의 빌 도르생빌 소장은 텔레그래프에 “아이티계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며 “일부 부모들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스프링필드 재즈 앤 블루스 페스티벌에서는 12명의 네오나치주의자들이 나치 깃발을 휘날리며 행진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민자들이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소문은 비공개 페이스북 그룹에서 시작됐다. 한 익명 사용자가 “(이민자들이) 이웃의 고양이를 먹으려 토막냈다”는 글을 올렸다. 극우 계정들이 ‘민주당 때문에 이민자들이 몰려왔다’며 이런 내용을 퍼트렸고, 공화당 부통령 후보 제이디(J.D.) 밴스 상원의원까지 가세했다. 아이티계 이민자들을 지원하는 단체인 아이티 브리지 얼라이언스는 타임지에 공화당 정치인들의 혐오 발언을 비판하면서 “특히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인 밴스가 근거 없는 자신의 주장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스프링필드시 당국은 이민자들이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이에 대한 믿을 만한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혐오 발언을 통해 거짓 정보를 퍼뜨려 지역 주민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며 “오물을 확산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스프링필드는 인구 약 5만8천명의 도시로, 최근 3년간 1만5천명의 아이티계 이민자들이 미 정부에서 ‘임시 보호’ 지위를 받고 거주 중이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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