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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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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회 여야 공동발의 ‘제천 화재 유족 위로금’, 위원회 문턱서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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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충북도의회. 충북도의회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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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명이 숨진 제천 화재 참사 유족을 지원하는 근거가 될 조례(안)가 충북도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부결됐다. 충북도가 사건 발생 6년여 만에 유족과 한 위로금 지급 협약을 뒷받침하려고 도의회가 조례 제정을 추진한 데다, 도의회 여야 의원 63%(35명 가운데 22명)가 공동 발의한 조례를 스스로 좌초시킨 꼴이 되자 유족·시민단체 등의 비판이 잇따른다.



충북도의회는 ‘충청북도 제천시 하소동 화재사고 사망자 지원 조례(안)’가 충북도의회 건설환경소방위원회 심의·표결에서 부결됐다고 12일 밝혔다. 이태훈 도의회 건설환경소방위 위원장은 “조례안 심의 결과 다른 사회적 재난·사고 등과 형평성 발생 소지가 있고, 사회적 합의와 다각적인 검토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추후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며 “조례안 몇몇 조항을 두고서도 의원 사이 이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조례(안)는 제천 화재 참사 유족 지원을 ‘위로금’으로 규정하고, 지급 대상, 위로금 심의위원회 설치, 위로금 결정·청구 등 12조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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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 제천시 하소동 화재사고 사망자 지원 조례(안)’를 심의한 충북도의회 건설환경소방위원회. 충북도의회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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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회 건설환경소방위는 여야 7명(국민의힘 5명, 더불어민주당 2명)으로 이뤄져 있는데, 표결에서 과반 선을 넘지 못했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김호경 의원(국민의힘·제천 2)은 “건설환경소방위원회 의원 7명 가운데 6명(85.7%)이 조례안 공동 발의에 서명한 터라 통과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부결돼 안타깝고, 유족께 죄송하다”며 “의장 직권 상정, 수정·보완 뒤 재발의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족, 시민단체 등은 일제히 충북도의회를 비판했다. 류건덕 제천 화재 참사 유가족대책위원회 대표는 “참사 이후 고통·아픔 속에 하루하루를 견뎌온 유족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는 위로금을 기대했는데 참담한 심정”이라며 “충북도 제안으로 시작한 위로금 지급 약속과 의회가 주도한 근거 마련이 제천 참사뿐 아니라 오송 참사 등 사회적 참사 희생자와 유족의 아픔을 달래는 좋은 선례가 되길 기대했는데 무참히 무너졌다”고 말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스스로 발의한 조례를 스스로 저버린 ‘셀프 취소’에 어처구니없다. 사회적 참사 피해자를 협상 대상자로 치부하고, 무시하고, 울린 충북도의회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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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복합건물 화재 사고 유족 지원을 위한 협약서’. 충북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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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안)가 좌초하면서 충북도와 유족이 한 지원 협약도 휴짓조각이 될 우려가 나온다.



앞서 김영환 충북지사, 김창규 제천시장, 류건덕 제천 화재 참사 유가족대책위원회 대표는 지난 2월15일 오전 제천시청에서 5개 항으로 구성된 ‘제천 복합건물 화재 사고 유족 지원을 위한 협약서’에 공동 서명했다. 협약서엔 ‘충청북도·제천시는 제천 복합건물 화재 사고 유족 지원 대책 수립·이행을 위해 노력하고, 유족은 충청북도·제천시가 추진하는 지원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 내용 등을 담았다. 당시 김 지사는 “도민이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에 대해 도지사로서 진심으로 죄송하고, 유가족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이 협약 뒤 충북도와 제천시 등은 유족 지원 방안 등을 검토했다. 하지만 조례(안) 부결 뒤 신형근 충북도 재난안전실장은 “의회를 존중한다. 의회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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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12월21일 난 불로 29명이 숨진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 복합센터. 오윤주 기자


지난 2017년 12월21일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 복합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친 참사 이후 유족 지원에 관한 논의가 시작됐지만 난항에 난항을 거듭했다.



앞서 충북도는 2018년 유가족대책위와 위로금 75억원을 지급하는 합의를 했지만, 합의서에 ‘충북도의 책임’을 명시하는 문제를 두고 대책위와 날을 세우다 협상이 결렬됐다.



이후 유가족대책위 쪽은 화재 참사 책임을 물어 충북도가 유가족 등에게 163억원을 배상하는 내용을 담은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소방(충북도)의 일부 과실은 인정되지만, 과실과 피해자 생존 사이 인과 관계는 부족하다”며 지난해 3월 최종(대법원 상고심) 유족 패소 판결을 했다.



유족이 소송에 패소하면서 위로금 지급은 물 건너가는 듯했지만 국회와 충북도의회가 다리를 놨다. 국회는 지난해 12월28일 제411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피해자 지원을 위한 결의안’을 의결해 유족 지원의 길을 다시 열었다.



충북도의회도 거들었다. 도의회는 지난해 12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피해자 구제와 보상 등을 담은 성명을 냈다. 또 지난 6월25일 ‘제천 스포츠 센터 화재 참사 피해자 소송 비용 면제 동의안’을 원안대로 의결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하면서 발생한 소송 비용(1억7700만원)을 면제하면서 유족의 시름을 덜었다.



하지만 의회 주도로 추진한 조례 제정을 스스로 제동을 걸면서 비판이 쏟아진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충북도의회의 갈팡질팡한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 후반기 의회 원 구성 관련 의원 사이 갈등과 집행부(충북도)와 의회 사이 잡음이 이번 조례안 부결로 이어졌을 것이란 지적과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의원 간, 혹은 집행부에 대한 갈등에 눈 멀어 사회적 참사로 수년 간 고통 겪는 주민 위로를 외면한 건 아닌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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