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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외국계 자본 "국내 증시, 저평가 넘어 부끄러운 수준"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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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기업, 주주 이익 보호 없고 주주권 행사도 제한"

아주경제

12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옛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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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자본이탈이 장기화 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국내 자본시장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업의 경영 방식이 국내 증시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유경 네덜란드 연기금(APG) 자산운용 전무는 12일 국민연금,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가 공동으로 개최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 토론'에서 “국내 증시는 저평가를 넘어 부끄러운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서 “캐피털 마켓(자본 시장)에서의 평가는 끝났다”고 진단했다.

박 전무는 "1993~2023년 30년동안 미국의 국내총생산(GDP)는 4배 성장했고,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10배 성장했다"면서 "같은 기간 우리나라 GDP는 7배 성장했지만, 코스피는 3배 상승에 그쳤다. 일본 대만도 GDP와 증시 지수 모두 같은 수준으로 성장했는데, 한국도 만약 그랬다면 6000 코스피까지 가야 했다"고 짚었다

그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이머징(신흥국) 시장의 전체 가치는 약 8조달러(약 1경원)정도 된다"면서 "한국은 20년 전 MSCI 이머징 지수에서 가장 높은 약 17%를 비중을 차지했지만, 지금은 13%에 그쳤다"고 말했다.

반면 대만과 인도는 MSCI 이머징 마켓에서 한국을 제치고 19~20% 수준까지 비중을 늘리며 올라섰다.

박 전무는 "5위권인 브라질이 10% 미만이다"며 "우리나라는 20%대에서 10% 수준까지 내려왔다. 이처럼 마켓으로 가면 언급할 가치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1%가 100조원 수준인데, 이제 우리나라와 대만은 600조원 규모가 차이난다"며 "일본이 아니라 대만과 비교하는 현실도 희한하다"고 덧붙였다.

미중 갈등 전 중국도 MSCI 이머징 마켓에서 약 35%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25%까지 내려왔다. 그 수혜를 대만과 인도가 받고 있다는 것이 박 전무의 분석이다.

박 전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근본적인 문제는 상법에 있다고 봤다. 그는 "주주에 대한 기본 보고는 없는데 투자하라는 메시지로 읽힌다"면서 "주주 입장에서 주식을 사서 자본을 맡기면 보호장치있어야 하는데, 상법을 보면 전혀 주주 보호가 없다. 이때문에 주식 저평가가 반복되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는 참다 못해 인도와 대만 등 다른 나라로 투자처를 옮기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회사 이익은 있는데 주주 이익 보호 없기 때문에 여기서부터 어긋난다"며 "회사는 지배주주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에 있고, 이사회가 거의 모든 결정을 내리는데, 주주총회에서 일반 주주의 권한 행사는 극히 제한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전무는 "주주 입장에서는 그냥 회사에 펀딩만 해주고 있는 격이다"며 "기업들은 이에 대한 패널티가 없어 반성이 없다"고 말했다.

박 전무는 "상법에서 주주 보호를 위한 내용이 있어야 한다"며 "'경영권'이라는 말은 없어져야 한다. 경영자에는 '의무와 책임'만 있을 뿐, '권리'는 없다. '권리'는 '주주'에게만 있다. 그래서 '주주권'이라는 말이 있다. '경영권' 이라는 말은 아예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액주주 플랫폼 이상목 컨두잇 대표는 "경영권 대신 주주권에 크게 공감한다"면서 "열심히 하다가 부실기업이 된 게 아니라 애초에 부실기업이 될 작정으로 회사를 망치는 세력이 많다. 배임·횡령을 일으킨 대주주에 대한 의결권 제한 조치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사후 규제, 패널티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전규제와 사후규제 두 날개가 잘 돌아가야 하는데 사후규제가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1년에 주주대표소송이 제기되는 사례가 10건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3대 운용사가 20~25%를 가지고 있는데 이들도 주주대표소송을 하지 않고 있다"며 행동주의 펀드, 액티브 펀드,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에서 잘못된 결정을 할 때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주주와 이해 상충이 가장 적은 사모펀드(PEF)를 위한 제도 보완책도 제시됐다.

라민상 프랙시스캐피탈 대표이사는 "기관전용 PEF는 일반 투자자를 제한하고 있는데, 개인도 간접적으로 투자하도록 열어주는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융소비자 보호 수단이 마련되면 개인투자에게도 기회가 더욱 열릴 것. 블랙스톤과 같은 글로벌 운용사는 펀드 투자의 20% 이상을 개인 투자자에게 열어주며 이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재계는 이사충실 의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다시 표명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본부장은 "기업 상장에 대한 인센티브가 있어야 하는데, 상장은 어렵고, 국제 기준과 비교했을 때 후행하고, 자본시장도 훼손시킬 수 있다"며 "상법 개정안은 기업 내 분란만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강 본부장은 "소수 주주를 배려하는 것과 소수의 의사결정 지배는 다른 얘기다"면서 "경우에 따라 소수의 의사결정 지배가 크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법안에 제안된 내용들은 자본주의에 위배되고, 회사 존립 무색하느 만드는 제도다"면서 "주주 권한은 주식에 비례해서 행사해야 한다. 지배구조 관련 추가적인 규제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반론했다.

아주경제=최연재 기자 ch022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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