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 사용 벨기에 빌딩도 전액 손실
"시장 회복 속도 제한적"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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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벨기에 정부기관이 사용하는 빌딩에 투자한 펀드가 대출 만기를 막지 못하고 전액 손실 위기에 처하면서 내년 대출 상환 만기를 앞둔 다른 펀드들도 마음을 놓을 수 없어졌다. 우량 임차인에 공실률이 거의 없는 오피스조차 자금 조달이 어려운 가운데 속도감 있는 금리 인하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내년 글로벌 부동산 시장도 녹록지 않을 거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 펀드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던 해외 부동산 펀드는 총 9개, 6752억원 규모였다.
이 중 미국 애틀랜타에 위치한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는 '미래에셋맵스미국11호'는 2030년까지 펀드 만기를 연장했다. 지난 8월까지 만기였던 선순위 대출도 리파이낸싱을 통해 갚고 2027년까지 새 대출 계약을 맺었다. 부동산 자체의 가치가 아닌 주요 임차인인 스테이트팜의 신용등급과 안정적인 장기 임대차계약을 기반으로 한 CTL(Ctrdit Tenant Lease) 대출로, 금리는 연 6.64%다.
'한국투자룩셈부르크코어오피스' 펀드도 만기를 2030년까지 연장하고 기존 대주와 지난 6월까지였던 선순위 담보대출 계약을 2026년 6월까지 2년 연장하는데 성공했다.
부동산 펀드는 통상 자산 매입에 필요한 자금의 60% 내외를 선순위 대출을 통해 조달하기 때문에 자산 매각 시점에서 펀드의 만기보다도 대출 만기가 중요할 수 있다. 만기 내 매각 불발로 채권자가 담보권을 행사해 자산을 헐값에 강제 매각하면, 지분투자로 들어간 펀드 투자자들은 원금을 잃을 수 있다. 때문에 대출 만기 연장이나 새 대출로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는 리파이낸싱이 당장 자산을 매각할 수 없는 펀드들에겐 우선순위가 된다.
리파이낸싱 실패로 전액 손실이 불가피해진 펀드들도 있다. 지난 6월 대출 유보계약이 종료된 '이지스글로벌 부동산투자신탁229호'는 최근 현지 특수목적법인(SPC)의 정식 도산 절차에 들어갔다. 해당 펀드는 2018년 총 3700억원 규모로 펀드를 조성해 독일 트리아논 빌딩에 투자했다.
트리아논 펀드에 이어 지난 16일엔 벨기에 정부기관이 사용하는 빌딩에 투자한 부동산 펀드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2호'가 만기 채무불이행에 따른 자산 강제 처분 결과를 통보 받았다. 운용사인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2019년 펀드 설정 당시 선순위 대주에게 빌린 7262만5000유로를 지난 6월까지 상환하지 못해 채무불이행이 발생했다.
내년 도래하는 대출 만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펀드들도 7개, 2989억원 규모로 남아있다. ▲키움히어로즈유럽오피스제1~4호(666억원) ▲한국투자뉴욕오피스1호(1263억원) ▲이지스글로벌부동산신탁229호(543억원) ▲현대유퍼스트부동산투자신탁30호(517억원) 등이다. 이들 공모펀드에도 개인투자자들이 들어가 있다.
네덜란드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는 키움히어로즈유럽오피스제1~4호 4개 펀드는 내년 2월 펀드 만기를 앞두고 있다. 7100만유로 규모의 대출 상환 만기는 이보다 6개월 빠른 지난 8월이었지만, 2차 만기 연장을 통해 내년 2월6일까지 시간을 벌어둔 상황이다. 또 추가 21개월 연장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적극적인 운용과 긍정적인 사업 계획 등을 바탕으로 후순위 대출 조달 없이 대출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선순위 대주와 협의했다. 추가적인 대출 연장 계약 체결시 추가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욕 맨하튼 오피스 빌딩에 투자한 한국투자뉴욕오피스1호의 대출 만기는 내년 10월까지다. 대출 만기일은 원래의 펀드 만기보다 빠른 지난 10월까지였으나 대출 만기를 1년 연장했다.
지난 10월 말 기준 공실률이 13%에 달하며 임대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 점은 리스크로 남아있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은 "내년 대출 만기가 도래하기 전에 대출 만기 연장을 추진할 계획이며 향후 부동산 시장이 회복돼 거래가 늘어나고 금리가 안정적인 수준으로 돌아오면 자산 매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년 9월 만기가 도래하는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04호(파생형) 펀드는 올해 1월부터 자산 매각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이 펀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소재 네슬레 본사 오피스에 투자하고 있다. 네슬레와의 임대 계약은 2028년 3월까지다.
현대유퍼스트부동산투자신탁30호(파생형)는 선순위 대출 상환 만기는 펀드 만기(2026년 1월9일)보다 이른 내년 7월까지다. 이 펀드는 영국 스코틀랜드 수도인 에드버러에 소재한 오피스에 투자하고 있으며 공실률도 제로(0)에 가깝지만, 자산 가치 하락으로 초과현금흐름이 모두 대주관리 계좌에 묶여 투자자들에게 분배금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출 연장 및 리파이낸싱 실패로 인한 투자 손실이 현실화되면서 대출 만기가 내년으로 다가온 다른 부동산 펀드들도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다. 설상가상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내년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부동산 시장 회복에 유리하지 않은 환경이 지속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김석우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가격지수는 2022년 초고점 대비 약 19% 하락했으며 특히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가 고착화되면서 오피스 부문 가격 하락이 큰 상태"라고 진단했다. 또 "시장의 회복 속도는 직전 상승 사이클 대비 느리며 상승폭 역시 제한될 것으로 예상한다. 금리 하락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오피스 부문을 중심으로 근무 형태의 구조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oinciden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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