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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고객 갑질 피해’ 금감원 진정했더니 회사가 징계, 외로운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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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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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지도 않을 거면 국가는 법을 뭐하러 만든 건가요. 50만원, 100만원을 배상받더라도 국가가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어서 소송을 하고 있는 거예요.”



상담 고객으로부터 갑질을 당하고도 회사 보호를 받지 못해 금융감독원에 진정을 냈다가 되레 회사에서 징계를 받은 장아무개씨가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4년째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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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자동차 손해보험사가 업무를 위탁한 콜센터에서 2017년부터 사고접수 상담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40대 여성 장씨는 2018년 2월 전화 상담 중 고객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악성 민원인으로 분류돼있던 고객이었다. 그는 장씨의 말투와 태도를 문제 삼으며 사과를 요구했다. “마음에 없는 소리 말고 진심을 담아보라”며 고성을 지르는 등 항의가 이어지자 장씨는 현장관리인에게 통화를 넘겼지만 관리인은 다시 장씨에게 통화를 연결시키며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장씨는 회사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같은 해 12월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공익신고를 했다. 갑질 고객의 괴롭힘이 발생했는데 회사가 적절하게 조처로 대응하지 않아 보험업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이었다. 2016년 3월 신설된 보험업법 85조의4는 업무담당자 교체, 직원에 대한 치료 지원 등 ‘고객응대직원에 대한 보호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은 처리할 수 있는 민원이 아니라며 이를 ‘피신청인에게 이첩’했다. ‘피신청인’은 원청인 손해보험사였다. 민원을 이첩받은 손해보험사는 이를 도급업체로 내려보냈고 도급업체는 장씨의 ‘고객정보 외부 유출’을 문제삼았다. 장씨는 2019년 5월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정직 1개월을 처분받았다. 이후에도 대기발령, 전환배치 강요 등이 이어지다 결국 면직돼 장씨는 해고무효확인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장씨는 2021년엔 “금감원이 보험업법, 공익신고자보호법, 금융감독원 민원처리규정을 위반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3500만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금감원이 민원 제기에 따른 조사도 하지 않고, 공익신고 내용을 기업에 제공해 보호조처를 방기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금감원 직원은 도급업체 직원인 장씨가 보험업법 85조의4 ‘직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민원을 이첩한 것으로 보이며, 도급직원에 대한 내부적인 보호 조치와 관련된 이 사건 민원이 제보성 민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로도 항소심은 2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다. 장씨는 한겨레에 “원청 직원만 보호하는 법률이면 처음부터 그렇게 법에 명시를 했어야 하는것 아니냐”며 “감정 노동자를 보호한다고 법률은 만들어놓았는데, 이 법이 지금 누구를 보호하고 있긴 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씨는 실제 금감원이 도급업체 직원에 대해서는 민원 상담을 진행하지 않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특별민원대응팀의 회의록 등 문서 △특별민원심의위원회의 회의록 등 문서에 대해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했고 재판부로부터 인용 결정을 받았다. 정부 쪽에서 ‘특별민원은 도급직원 보호와 관련된 것이 아니다’라며 그 근거로 제목만 제시한 회의록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즉시항고를 대법원이 받아들여 회의록은 아직 비공개 상태다. 장씨는 최근 “정부가 변론에서 인용한 문서이므로 제공하는 게 정당하다”며 문서제출명령을 다시 신청했다. 장씨는 “하물며 정규직만 보호하는 법이더라도 그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 있어야 하고, (실제) 제대로 이행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로부터, 법원으로부터 제대로 된 설명을 들을 때까지 지치지 않고 소송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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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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