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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이게 다 ‘급발진’ 때문이라더니…의심사고 364건 조사, 밝혀진 ‘충격’ 진실[왜몰랐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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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시청역 참사 현장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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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 이후 자동차 급발진이 ‘화두’가 됐다. 사고를 낸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했다는 언론보도도 많아졌다.

급발진 의심 사고는 실체는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명확하게 결론을 낼 수 없다는 맹점을 지녔다. 뜨거운 논란만 일으키고 불안감을 조성한다.

이런 가운데 급발진 의심 사고 대부분은 ‘진짜 급발진’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급발진 의심 사고 10건 중 9건 가량이 ‘페달 오조작’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최근 5년간 급발진 의심 사고 분석 현황’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실에 제출했다.

국과수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 6월까지 총 364건의 급발진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사고기록장치(EDR) 데이터 등을 분석한 결과 차량 완전 파손으로 분석이 불가능했던 42건을 제외한 나머지 321건은 모두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이 원인으로 나왔다.

앞서 국과수는 지난 7월 발생한 시청P역 역주행 참사의 원인에 대해서도 EDR, 폐쇄회로(CC)TV, 신발 바닥의 패턴 흔적 등을 분석한 결과 페달 오조작이라고 밝혔다.

국과수 감정 건에서는 급발진이 사고 원인으로 작용한 사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셈이다. 또 급발진 주장 차량 운전자의 평균 연령은 64세로 나왔다.

최근 공개된 두 건의 페달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서도 급발진 주장 사고는 차량 결함이 아닌 페달 오조작이 원인으로 나왔다.

물론 급발진 의심 사고 모두 차량 결함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페달 오조작으로 발생하는 사고는 막아야 하고 고령 운전자 대책도 세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에 앞서 인구 고령화와 페달 오조작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일본과 소비자 권리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미국의 사례를 참조해 한국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본에서는 1년에 3000건 이상의 페달 오조작 사고가 발생한다. 차량 결함으로 차가 스스로 튀어 나갈 수 있다는 뜻의 ‘급발진’ 용어 대신 ‘급가속’이나 ‘페달 오조작 사고’ 등의 용어를 쓴다. ‘휴먼 에러’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 때문이다.

일본은 휴먼 에러를 줄이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페달 오조작 방지시스템을 도입했다. 지난 2021년 판매된 신차 중 93%가 이 장치를 탑재했다. 사고율도 장착 전인 10년 전보다 50% 가까이 줄었다.

미국에서도 급가속에 의한 사고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지만 ‘급발진’ 대신 ‘의도하지 않은 가속’(Sudden Unintended Acceleration(SUA)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운전자이기도 한 소비자의 권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미국에서도 급발진을 인정한 사례가 없다.

지난 2009년 발생한 토요타 급발진 사건도 전자계통 오류가 아닌 가속페달 문제로 결론났다. 이후 급발진 현상을 ‘페달 끼임 현상’(pedal sticking down)으로 여기는 시각이 확산됐다.

이와 달리 한국에서는 급발진 논쟁이 한창이다.

국과수 조사 결과와 페달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급발진 의심 사고 상당수는 차량 결함이 아닌 휴먼 에러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나온 뒤 급발진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는 있다.

전문가들은 급발진 주장 현상은 대부분 운전자 본인이 작동시키고 있는 페달이 브레이크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일부 유튜버 등을 통해 자극적인 급발진 의심 사고 영상이 확산된 후유증으로 휴먼 에러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도 많다.

이는 급발진 문제를 과학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감정의 영역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유튜브에서 ‘전문가’로 활동하는 일부 유튜버들이 급발진 주장을 계속 펼치는 것도 휴먼 에러를 인정하지 않고 불안과 공포를 확산시키는 데 한몫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들 전문가는 EDR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EDR 기록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EDR이 100% 완벽하지는 않지만 미국·유럽·일본에서는 EDR을 기반으로 ‘의도치 않은 가속 사고’를 조사할 정도로 신뢰를 얻고 있다는 현실을 무시하기도 한다.

급발진 논쟁으로 페달 블랙박스 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사고 원인 규명과 불필요한 다툼을 없애는데 도움이 된다고 여겨서다.

반면 공포 마케팅 차원에서 급발진에 대한 두려움을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페달 블랙박스는 사고 원인 규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보다는 국과수 조사에서 밝혀졌듯이 ‘페달 오조작’을 예방할 수 있는 운전법을 익히고 과도한 공포심에서 벗어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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