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과 지금까지 78명의 공직 선거 후보자가 지원금을 반납하지 않았고, 미납액은 총 191억원에 달한다. 상대 후보 매수 혐의로 징역 1년형을 받고 복역까지 한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이 다시 선거에 나오겠다고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곽씨는 반납해야 할 선거 비용 35억원 중 30억원을 미납한 상태에서 법의 허점을 이용해 다음 달 치러지는 서울 교육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후보 매수라는 악성 범죄를 저지르고 거액의 국민 세금을 낭비한 장본인이 또 공직자가 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막으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간 선관위가 수차례 선거 보전금 미납자 신상 공개 등을 담은 개정 의견을 국회에 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장기 세금 체납자 신상 정보는 다 공개된다. 그런데 유권자를 속이고 세금을 ‘먹튀’한 선거 사범 정보는 왜 공개하지 않는지 모를 일이다. 지난 국회 때 당선무효형에 해당되는 범죄 혐의로 기소된 경우 선거 비용 보전을 유예하자는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이 역시 무산됐다. 결국 국회의원들이 자기에게 불이익이 올까 봐 법의 허점을 방치했고 곽노현 재출마로 이어진 것이다.
곽씨가 실형을 받은 상대 후보 매수는 선거법 위반 중 최악의 범죄다. 평생 근신해야 마땅하다. 선거 보전금 30억원을 미납한 상태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회가 이런 파렴치한 상황을 막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법 개정엔 시간이 걸린다. 그에 앞서 곽씨가 교육자로서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먼저 출마를 접는 게 최소한의 도리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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