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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韓총리 “의료 체계 오래 전부터 삐걱… 괴로워도 의료 개혁 나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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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도 의대 정원, 숫자 구애받지 않고 논의할 수 있다”

조선일보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5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을 찾아 의료진을 격려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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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는 6일 응급실 의료 공백 사태와 관련해 “아무리 괴롭고 버거워도 나아가야만 할 때”라며 “어렵지만 버틸 수 있고, 버텨야 한다”고 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현재 전국 대부분의 응급실은 24시간 운영되고 있다. 다만 전공의 이탈로, 남아 계신 의료진의 피로가 심하다”며 “전문의 선생님들을 100명 이상 충원했지만 전공의 500명 이상이 빠져나간 공백을 감당하긴 버겁다”고 했다.

한 총리는 “다만 아무리 괴롭고 버거워도 나아가야만 할 때가 있다”며 “우리 의료 체계는 오래 전부터 삐걱대고 있었다”고 했다. “응급 의료 등 필수 의료에 충분히 보상하지 않는 수가 체계, 취객이 행패를 부려도 무작정 감내해야 했던 사법 체계, 젊은 전공의들에게 저임금 중노동을 강요해온 인력 구조” 등으로, 기존의 의료 체계는 이미 지속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한 총리는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 개혁과 의대 증원을 결단했다”며 “전공의들이 오해를 풀고 함께 해주시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했다.

한 총리는 또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 정원은) 이미 수능이 목전에 닥쳐 (변경이) 어렵지만, 2026학년도 정원은 의료계가 합리적인 안을 낸다면 숫자에 구애받지 않고 논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26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올해 대비 2000명 늘린다는 계획을 의료계와 다시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총리는 이어서 “정부는 비상 진료 체계 유지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어렵지만 버틸 수 있고, 버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응급실 과부하를 막기 위해 군의관도 추가 파견하고 있고, 인력 배치가 매끄럽지 않은 곳이 있지만 하나 하나 성심껏 풀어나가고 있다”고도 했다.

한 총리는 또 “국민 여러분의 협조도 절실하다”며 “이럴 때일수록 더 위중한 분들을 위해 응급실 이용을 양보해야 우리 모두를 지킬 수 있다. 어떤 증상이 중증이고 경증인지 더 쉽게 알려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다음은 한 총리의 페이스북 글 전문.

어젯밤 서울 지역 권역응급의료센터 중 한 곳인 이대목동병원에 찾아가 의료진을 응원해드리고 왔습니다.

김한수 병원장님, 최윤희 응급의학센터장님, 이선화 응급의학과 교수님, 현석경 간호부원장님, 그리고 응급실 당직 중이신 다른 여러 선생님들을 뵙고 한 분 한 분 인사드렸습니다. 현장의 고충도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이대목동병원은 최근 응급실 운영을 부분 중단했지만, 환자가 몰리는 추석 연휴만큼은 응급 진료를 정상화하기로 방침을 세웠습니다. 응급의학과 뿐 아니라 다른 과 전문의 선생님들까지 당직 근무를 지원하기로 한 것입니다.

어려운 결정을 내려주신 데 감사드렸습니다.

현재 전국 대부분의 응급실은 24시간 운영되고 있습니다. 다만 전공의 이탈로 남아 계신 의료진의 피로가 심합니다. 전문의 선생님들을 100명 이상 충원했지만 전공의 500명 이상이 빠져나간 공백을 감당하긴 버겁습니다.

정부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무리 괴롭고 버거워도 나아가야만 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 의료체계는 오래 전부터 삐걱대고 있었습니다.

응급 의료 등 필수 의료에 충분히 보상하지 않는 수가 체계, 취객이 행패를 부려도 무작정 감내해야 했던 사법 체계, 젊은 전공의들에게 저임금 중노동을 강요해온 인력 구조…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 개혁과 의대 증원을 결단했습니다. 전공의들이 오해를 풀고 함께 해주시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수련 현장으로 복귀하시는 것이 국민과 환자를 위해, 누구보다 전공의 자신을 위해 가장 선하고 현명한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올해 정원은 이미 수능이 목전에 닥쳐 어렵습니다만, 2026학년도 정원은 의료계가 합리적인 안을 낸다면 숫자에 구애받지 않고 논의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의료계의 대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부는 비상 진료 체계 유지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어렵지만 버틸 수 있고, 버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을 지키는 분들의 헌신에 감사드립니다.

응급실 과부하를 막기 위해 군의관도 추가 파견하고 있습니다. 인력 배치가 매끄럽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만, 하나하나 성심껏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협조도 절실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 위중한 분들을 위해 응급실 이용을 양보해야 우리 모두를 지킬 수 있습니다. 어떤 증상이 중증이고 경증인지 더 쉽게 알려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대목동병원 남궁인 교수님의 에세이 속에 청진기에 대한 잔잔하고 짤막한 챕터가 있습니다.

은사님께서 “청진기는 의사와 환자가 만나는 첫 접점”이라고 가르치셨기에, 하루 몇번씩 습관처럼 청진기를 손으로 문지르거나 ‘호호’ 불어 데운다는 구절입니다.

생사가 엇갈리는 처참한 장면들보다 청진기 이야기가 저는 마음에 남았습니다.

청진기를 데우는 마음이 바로 환자가 의사를 ‘선생님’이라고 부르게 만드는 힘이라 생각합니다. 근무 시간이 어긋나 만나뵙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지금이 가장 힘든 고비라고 생각합니다. 국민들께, 환자들께, 그리고 고생하고 계신 의료진들께, 버티어 주셔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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