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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한시가 급해도, 수술 인력 부족에 숨져…배후진료 대책 ‘발등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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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일부 병원 응급실이 야간 진료를 중단하는 등 추석을 앞두고 응급실 과부하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3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 대기실 앞에서 한 환자가 병상에 누워 기다리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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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충북 청주에서 버스에 치여 크게 다친 70대 ㄱ씨가 수술할 병원을 찾지 못해 사고 발생 뒤 4시간을 훌쩍 넘겨 120여㎞ 떨어진 강원도 원주에서 치료를 받아 목숨을 구했다.



이날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4일 밤 8시59분께 청주시 오창읍 한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탄 ㄱ씨가 대형 버스에 치여 다리 등 하반신과 장기 등을 크게 다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충북소방본부 구급대는 중증외상센터가 있는 충북대병원 등 5곳에 의뢰했다. 하지만 “마취 전문의가 다른 수술을 하고 있다”, “전문의가 없다” 등의 이유로 거절당했다. 다행히 2차 병원인 청주 효성병원이 수용 의사를 밝혀 응급 조처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위독한 상태여서 당장 수술이 시급했다. 구급대는 다시 청주와 대전·충남, 경북 등의 병원 10곳에 문의했지만, “마땅한 의료진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끝내 원주의 연세대 세브란스기독병원이 수용 의사를 밝혀 장거리를 달려 사고 발생 4시간을 훌쩍 넘긴 5일 새벽 1시34분께 ㄱ씨를 이송해 고비를 넘겼다.



지난 2일엔 부산의 한 공사 현장에서 추락해 크게 다친 70대 노동자 ㄴ씨가 병원을 찾다 끝내 숨졌다. 119구급대가 9번째 연락 끝에 찾은 응급실에서 진료는 받았지만,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한 탓이다.



이날 부산시 소방재난본부와 부산경찰청 등에 따르면, ㄴ씨는 2일 아침 8시11분께 부산 기장군의 한 공장 신축 공사 현장에서 자재를 들고 2층에서 계단을 내려오다 1층 바닥으로 떨어져 크게 다쳤다. 119구급대는 사고 현장 도착 뒤 병원 8곳에 이송을 문의했지만 거절당했다.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방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해운대백병원·양산부산대병원은 ‘정형외과 불가’를, 동아대병원은 ‘신경외과 불가’를 이유로 환자 이송을 거절했다. 부산대병원·부산백병원은 ‘인력 부족’, 수영센텀병원은 ‘중환자실 없음’, 기장병원은 ‘상급병원 권유’를 이유로 들었다. 9번째로 연락한 고신대복음병원에서 진료만 가능하다는 답을 듣고 응급실까진 도착했다. 그러나 상태가 위중해 병원 쪽이 수술 가능한 병원을 찾는 도중 사고 발생 4시간 만에 숨졌다. 병원 쪽은 “흉부외과 등 의료진 부족으로 수술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전국 곳곳에서 ‘응급실 미수용’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된 원인인 배후진료(응급치료 뒤 진료)에 관한 대책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마련하지 않고서는 응급실 미수용 사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ㄱ씨나 ㄴ씨처럼 응급실 처치 뒤 흉부외과·정형외과 등 해당 진료과 전문의가 수술 등을 해야 하는데, 이를 할 인력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전공의 이탈 뒤 진료과마다 인력이 줄면서 이런 문제가 커졌다.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흉부외과 등의 배후진료가 어려운 것은 고질적인 문제지만, 안과, 정형외과, 성형외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은 전공의들이 나간 뒤 배후진료 역량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도 같은 상황임을 보여준다. 올해 2월부터 8월26일까지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뜬 응급실 진료 제한 메시지는 7만241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9004건)보다 22.7% 증가했다. 특히 ‘정형외과 인력 부족으로 진료 불가’ 등 특정 진료과 응급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많았다.



이에 대해 임준 인하대병원 예방관리과 교수는 “정부가 응급의료 대책을 내고 있지만 배후진료 역량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가 예산을 들여 응급의료센터와 연계된 배후진료의 인프라를 확충하고, 성과를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석경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교수는 “외과는 응급의료에서 역할이 큰 만큼 정규 수술과 외래 진료 등을 보지 않고 응급만 전담하는 팀을 따로 두고, 정부가 이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복지부는 응급실 미수용 방지를 위해 전국 409개 응급실 중 진료 차질 가능성이 있는 25곳에는 복지부가, 그 외 384곳에는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가 1:1 전담 책임관을 지정해 현장 상황을 매일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정윤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지금 힘들다고 (의료)개혁의 불씨를 꺼트리면 응급실 미수용 문제는 개선되기가 몹시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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