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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단독] 심정지 여대생 돌려 보낸 조선대병원 응급실, 당시 응급의학 전문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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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병원 갔지만 의식불명 상태

조선일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광주·전남본부 조선대병원 지부의 총파업 닷새째인 지난 2일 오전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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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지가 온 여대생이 불과 100여 m 떨어진 조선대병원 응급실 수용을 거부당한 뒤 의식불명에 빠진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사고 당시 조선대병원 응급실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다른 과 전문의 한 명만 근무 중이었다고 한다. 이 병원 응급실은 조만간 야간 등 일부 시간에 운영을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5일 오전 7시 32분쯤 광주 조선대학교의 벤치에서 이 학교 학생 A(20)씨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심정지 상태였다. 119는 벤치에서 직선 거리로 100m 정도 떨어진 조선대병원 응급실에 연락했지만, 응급실 의료진은 “환자를 받을 여력이 없다”고 답했다. 결국 인근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갔지만 의식불명에 빠졌다. 조선대병원은 중증·응급 환자 진료 능력이 가장 좋은 권역응급의료센터다.

본지 취재 결과, 조선대병원은 교수(전문의) 7명이 돌아가며 당직을 서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젊은 교수들이 “더는 위험한 (근무 시간별) 단독 근무를 서지 않겠다”면서 2인 1조 근무를 강하게 요구했다고 한다. 이 병원 관계자는 “젊은 교수들을 2인 1조로 묶고, 그 위의 응급의학과장과 바로 밑 선임 교수가 혼자 근무하는 것으로 근무표를 짰는데 30시간 정도 근무 공백이 생겼다”고 했다. 이를 메우기 위해 매주 수요일에 타과 전문의가 야간 당직을 섰다. 이미 응급실 인력만으로 정상 가동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뜻이다.

현재 대부분의 응급실은 근무 시간별로 전문의 한 명이 근무한다. 전공의 이탈 전엔 4~5명이 근무했다. 단독 근무는 오진 및 사고 가능성을 높인다. 의사의 부담은 훨씬 커졌다. 응급의학과 교수들은 “응급실 수용 능력이 전보다 절반 밑으로 떨어졌지만 정부 통계엔 거의 안 잡힌다”고 했다.

또 정부는 이날 일부 야간 진료를 중단한 이대목동병원 응급실에 군의관 3명을 보냈으나, 이들이 진료 책임 부담 등으로 난색을 보여 곧 군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같은 이유로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실에 파견된 군의관 2명도 복귀 예정이다.

한편 대통령실은 응급실 상황을 살피기 위해 조만간 전국 17개 광역시도 응급실 30여 곳에 비서관들을 파견할 예정이다. 정부와 지자체도 전국 응급실 409곳에 전담 책임관을 보낼 계획이다.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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