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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인터넷 파괴하는 빅테크의 독식, 참을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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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ver Story] 크리스 딕슨 a16z 파트너 “블록체인 발전 디지털 소유권 강화...글·영상 소유권 개개인 몫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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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크리스 딕슨 앤드리슨호로위츠 제너럴 파트너는 지난달 29일 WEEKLY BIZ 인터뷰에서 “기술력 있고 비전 있는 젊은이들을 찾아내, 이들이 능력이 있는지를 가려내는 게 우리가 하는 일”이라며 “최근엔 블록체인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으며, 블록체인을 통한 인터넷 혁명이 몇 년 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앤드리슨호로위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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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걸 알아보는 감각에선 전 세계 최고라는 남성.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2022년 선정한 ‘미다스 리스트(the Midas List)’에서 1위를 차지한 미국 벤처캐피털(VC) 앤드리슨호로위츠(a16z)의 크리스 딕슨 제너럴 파트너가 한국을 찾았다. 벤처캐피털이란, 뛰어난 기술과 아이디어를 지닌 벤처 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회사를 말한다.

마치 건드리는 것마다 금으로 변하게 했다는 그리스 신화의 미다스왕처럼, 딕슨 파트너는 건드리는 것마다 잭팟을 터뜨렸다. 630억달러(약 84조원)를 굴리는 미국의 대규모 VC 중 하나인 a16z에 합류한 뒤 가상 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 일찍이 투자해 약 60배의 수익률을 기록한 게 대표적이다. 유니스와프(가상 화폐 환전소), 대퍼랩스(블록체인 게임사) 등도 그의 주요 투자 성공 목록이다. 그는 2018년부터 가상 자산 전문 투자사 ‘a16z크립토’를 설립해 76억달러(약 10조원)를 운용하는 세계적 투자가로도 이름을 날린다.

‘미다스의 손’ 딕슨 파트너는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에서 WEEKLY BIZ와 가진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투자 기준이 무엇인지’ 묻자 “우리는 사람에게 투자한다. 기술력 있는 젊은이들을 만나 대화하고, 최근 트렌드를 이해하며, 비전을 가진 이들을 가려내는 게 우리 일”이라고 했다. 저서 ‘읽고 쓰고 소유하다’ 한국어판 발간을 계기로 방한한 그는 “아이폰이 나오며 스마트폰이 세상에 확 퍼지게 된 ‘아이폰 모멘트(iPhone moment)’가 일어났듯, 블록체인판 인터넷 혁명도 머지않아 도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투자는 결국 사람에게 하는 것”

“내 일은 미래를 예측하는 게 아니다. 내 일은 누가 똑똑한 사람인지 분간해 낼 만큼 똑똑해지는 것뿐이다.” 딕슨 파트너는 2022년 미다스 리스트 1위에 오른 뒤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점쟁이처럼 미래를 내다보고 돈을 번 게 아니라 결국 ‘사람’을 보고 투자했다는 소리다.

-당신이 속해 있는 VC를 잘 모르는 한국 독자도 있을 것 같다. 소개해 달라.

“a16z는 2009년에 설립한 미국의 대규모 VC 회사 중 하나다. 우리는 인공지능(AI) 분야와, 내가 이끄는 블록체인에 대한 투자 외에도 헬스케어, 바이오테크, 비디오 게임 분야 등에 투자한다. ‘아메리칸 다이나미즘(American Dynamism)’이란 펀드도 있는데, (미국 국익과 관련된) 항공 우주, 방위, 에너지 분야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펀드다. 우리는 이런 여러 분야의 스타트업에 초기 단계에 투자하고 기업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투자의 귀재라고 한다. 투자 성공 비결은.

“사람이다. 투자자는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데 오랜 시간을 들인다. 비전이 있는 기술자를 찾아내는 게 중요한데, 이런 이들을 찾아내 투자할 만큼 현명해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혼자하는 건 아니고) 컴퓨터 공학 박사급 인력, 프로그램 엔지니어 등으로 구성된 80명에 이르는 우리 팀이 몇 달에 걸쳐 투자 대상을 분석한다. 하지만 항상 시간이 넉넉한 건 아니다. 기술력이 좋은 스타트업엔 서로 투자하겠다고 몰려 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빠른 선택’이 필수일 때도 있다. 그들도 괜찮은 투자자를 골라야 하기 때문에 투자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믿고 신뢰하는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하다.”

◇'미다스 손’의 선택, 블록체인

딕슨 파트너가 집중 투자하는 분야는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이란 개인 간 거래 정보를 중앙 서버가 아닌 모든 참가자의 네트워크에서 공유하는 ‘분산형 디지털 장부’ 기술을 말한다. 거래 정보가 특정 기관의 중앙 서버(중앙화) 대신 암호화된 개별 ‘블록’으로 ‘사슬’(체인)처럼 엮여 모든 참가자(탈중앙화)에게 저장되고 소유권을 개인이 갖는다. 쉽게 비유해 설명하자면, 예전엔 학교 교실에서 반장 한 명(중앙화)이 떠드는 사람을 기록했다면, 이제는 같은 교실 학생들(탈중앙화)이 함께 떠드는 사람을 적은 뒤 서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란 얘기다. 이런 기술을 쓰면, 빅테크 기업이 이득을 독식하던 종전 인터넷 세상도 콘텐츠를 생산한 사람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해주는 시대로 크게 진화할 것이란 게 딕슨 파트너 생각이다. 시장조사 기관 프리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블록체인 시장은 지난해 176억달러에서 2034년 1조8793억달러로 107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4~2034년 연평균 52.9% 고속 성장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조선일보

그래픽=김의균


-당신의 신간 ‘읽고 쓰고 소유하다’란 제목이 흥미롭다. 어떤 뜻인가.

“책 제목을 설명하려면 인터넷 역사를 간단히 얘기할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인터넷이 막 태동했을 땐 인터넷 사용자들은 (뉴스나 논문 같은) 웹페이지 정보를 수동적으로 소비(Read)하기만 했다. 이를 인터넷 제1 세대라 한다. 이후 2000년대 들어서며 페이스북 등과 같은 플랫폼 기업이 나오며 주어진 콘텐츠를 읽기만 하는 시대를 넘어 ‘읽고 쓰는(Read Write)’ 붐이 일었다. 인터넷 제2 세대가 열린 셈이다. 그러다가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며 인터넷 이용자들의 ‘디지털 소유권’을 인정받는(Own) 인터넷 제3 세대가 열리고 있다.”

-현행 인터넷 세상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인지.

“현재 인터넷은 매우 중앙집권화돼 있다. 유튜브 같은 예외를 제외하곤 콘텐츠를 올린 사람에게 보상을 주는 곳이 있나? 오히려 빅테크는 인터넷 이용자가 생산하는 콘텐츠에서 나오는 이익을 독식해왔다. 네트워크 위에서 무언가 만들어 가치를 생성한 건 사용자, 창작자, 사업가들인데, 상위 빅테크 기업이 과실을 모두 가져갔다는 얘기다. 이는 매우 불공평한 처사이며 인터넷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본다.”

조선일보

그래픽=양진경


-빅테크의 인터넷 독식 현황은.

“오늘날 상위 1%의 소셜미디어가 소셜미디어 웹 트래픽의 95%와 모바일 웹 사용량의 86%를 차지한다. 상위 1%의 검색 엔진과 전자상거래 사이트가 각각 검색 트래픽의 97%, 전자상거래 트래픽의 57%를 차지한다. 또 중국을 제외하면 애플과 구글은 앱스토어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한다. 알파벳·아마존·애플·메타·X(옛 트위터)와 같은 거대 기업이 운영하는 네트워크 의존도 심화되고 있다.”

-인터넷 제3 세대(웹 3.0)를 두고, 일론 머스크는 “실체가 없는 마케팅 용어에 가깝다”고 비판했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2000년 초반엔 인터넷을 두고도 ‘과장된 농담 같은 것’이라 비판하던 이들이 있었다. 기술의 본질을 연구하고, 이 기술을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연구해야 과대 광고와 실체를 구분할 수 있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네트워크, 인터넷 제3 세대는 언제 확 퍼질까.

“구텐베르크 인쇄기가 발명된 뒤에도 초기 30년간은 성경을 인쇄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일정 시기가 지난 뒤에야 우리가 아는 인쇄 혁명이 일어났다. 애플의 아이폰이 세상에 나온 이른바 ‘아이폰 모멘트’ 이후엔 정보 기술(IT) 산업 빅뱅이 일어났다. 아직 블록체인을 활용한 인터넷 제3 세대는 거대한 시대 변화를 일으킬 변곡점에 이르진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 발전이 빨라지고 있어 비교적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개념의 인터넷 세상이 확 퍼질 순간이 올 것으로 생각한다. 아마도 몇 년 안(a couple of years)엔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조선일보

일러스트=양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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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 문제, 해결책도 블록체인”

최근 한국 사회에선 AI로 여성의 얼굴과 음란물 사진·영상을 합성해 유포하는 ‘딥페이크 성범죄’ 문제가 불거졌다. 만약 블록체인 기술이 활성화돼 빅테크 기업의 간섭이나 검열에서 벗어나게 되면, 인터넷 사용자들이 더 자유롭게 딥페이크 영상을 만드는 건 아닐지 묻자, 딕슨 파트너는 “블록체인이 되레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블록체인 기술이 오히려 딥페이크를 막을 방법이라고?

“아무도 (빅테크 규제를 통해) 지니를 램프에 다시 가둘 수는 없다. 수없는 동영상이 우후죽순 만들어지는 시대다. 요즘 딥페이크 콘텐츠 등의 문제는 ‘출처를 모른다’는 것이다. 오히려 블록체인 기술을 더 발전시켜야 딥페이크 문제가 해결 가능할 것으로 본다. 블록체인 ‘인증’ 기능을 통해 창작자가 ‘내가 이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밝힌 동영상만 소셜미디어 등에 업로드하면 문제가 되레 사그라들 수 있다고 본다.”

조선일보

그래픽=양진경


◇한류 콘텐츠 더 날아오르나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 제3 세대가 열린다면 사용자들은 좀 더 자유롭게 콘텐츠를 만들고 이에 대한 보상도 많이 받을 수 있게 된다. 특히 한국은 한류 콘텐츠가 많아 이를 활용한 각종 2차 창작물도 가치를 인정받고, 한류 관련 콘텐츠가 세계에 더 널리 퍼질 기회를 얻을 것이란 게 딕슨 파트너 생각이다.

-K팝과 드라마 등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흥행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로 한국 콘텐츠가 더 확산할 수 있을까.

“그렇다. 블록체인 기술은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미국에서도 K콘텐츠가 굉장히 인기를 끌고 있다. 오하이오에 사는 우리 어머니도 지창욱, 현빈 팬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인터넷 시대엔 한류 콘텐츠들을 활용해 더욱 다양한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크리스 딕슨

앤드리슨호로위츠(a16z)의 제너럴 파트너이자 암호 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a16z 크립토’의 설립자. 블록체인 분야의 투자 운용 자산을 3억달러(2018년)에서 70억달러 규모로 키운 상징적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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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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