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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영화 한 편 3만5천원? 비싸도 '최애' 위해서"…지갑 여는 '찐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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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팬덤에 빠진 극장가 (下)

[편집자주] 늘어난 OTT가입자, 비싸진 극장 관람료 탓에 관객들이 극장을 외면하는 시대다. 그러나 앞다퉈 극장으로 향하는 이들이 있다. '스타 팬덤'들이다. 스타를 주인공 삼아 만든 영화가 극장가의 새 수익원으로 떠올랐다. 영화계 팬덤 세계를 들여다봤다.



수천억 벌어들인 '내 최애' 영화…팬덤 영화 시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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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원조 팬덤 영화 /사진=윤선정 디자인기자


'찐팬'이라면 내 스타가 나오는 영화를 놓칠 수 없다. N차 관람은 필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몇번이나 봤는지 인증하면서 '찐팬'을 입증한다. 극장은 찐팬 인증 현장이기도 하다.

최근 관객 가뭄에 시달리는 영화관은 '팬덤 영화'가 이끄는 모객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최애(가장 좋아하는 스타)'의 생생한 콘서트 현장에, 비하인드까지 담은 영화는 다시 봐야 하는 필수 과정이다. 방탄소년단, 아이유, 임영웅 등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가수들뿐 아니라 테일러 스위프트 등 해외 가수들의 콘서트 역시 같은 이유로 각광받고 있다. 트렌드가 된 '팬덤 영화' 시초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팬덤 영화의 시초,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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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밴드 핑크 플로이드 공연 실황 영상 포스터 /사진=유니버셜 픽쳐스


팬을 타깃으로 한 콘서트 실황 영화를 선보인 첫 아티스트는 영국의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다. 이들은 1972년 폼페이에서 무관중 콘서트를 촬영한 1시간 분량의 영화로 그해 에든버러 국제영화제에서 초연했다.

핑크 플로이드의 영화는 기존 영화와 콘서트 영상을 결합하는 첫 시도였다. 그러나 60분의 짧은 상영시간은 영화가 아니라는 인식 속 극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상영이 취소되는 등 잡음이 있었다. 이들은 추가 촬영본을 덧입혀 상영시간을 80분으로 조정해 이듬해 다시 개봉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974년 4월 미국에서도 개봉해 같은 해 10월까지 200만달러(한화 약 26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1980년대에 들어서자 롤링스톤즈, U2, 마돈나 등 당대 수많은 팬을 보유한 가수와 밴드들이 콘서트 실황 영화를 연이어 선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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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그룹 젝스키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 '세븐틴', (오른쪽) 그룹 H.O.T.가 주연을 맡은 영화 '평화의 시대' /사진=각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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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는 1990년대 '1세대 아이돌' 젝스키스와 H.O.T는 직접 연기에 도전해 각각 제작비 수십억원을 들인 '세븐틴'(1998), '평화의 시대'(2000)라는 영화를 내놨다. 국내 팬덤 영화의 시작이다.

'세븐틴'은 5만명대, '평화의 시대'는 2만명대 관객 수를 기록하며 흥행에 참패했다. '평화의 시대'는 3D로 제작해 무려 75억원을 들인 대작이었지만 장르를 알 수 없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이후 가수들은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기보다 콘서트 실황이나 음반 제작 비하인드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상을 편집해 영화로 만들기 시작했다. 서태지는 기존 DVD 제작만 해오던 콘서트 실황과 음반 제작기를 담은 영상을 2002년부터 극장에서 개봉하기 시작했다.

◇팬덤 영화, 얼마 벌어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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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콘서트 실황 영화 역대 흥행작 순위 /사진=윤선정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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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인 더 넘버스에 따르면 27일 기준 방탄소년단(BTS)은 지난 2023년 개봉한 '방탄소년단 옛 투 컴 인 시네마'로 5300만달러(한화 약 706억원)를 벌어들였다. 미국의 아이콘, 테일러 스위프트는 '디 에라스 투어'(2023)로 무려 2억6141달러(약 348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1997년부터 집계를 시작한 더 넘버스 기준 역대 콘서트 실황 영화 수익 1위다. 이 영화는 '역사상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공연/콘서트 영화'라는 주제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마지막 리허설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은 2억6118만달러(약 3479억원), 국민 남동생 타이틀로 미국을 강타한 저스틴 비버의 '네버 세이 네버'가 9903만달러(약 1319억원)의 흥행 기록을 세웠다.

◇4050 강타한 트로트 콘서트…극장가의 '매출 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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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가수 임영웅의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 (오른쪽)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 /사진=각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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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국내 극장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콘텐츠는 트로트 스타의 콘서트 실황 영화다. 40~60세대들이 주력 팬덤 층인데, 이들은 과거 2002년 월드컵 당시 영화관에서 응원하고, 영화관에서 데이트를 즐기던 세대다. 영화관에서 함께 모여 콘서트를 관람하고 즐기는 데 익숙하다.

실제 KOFIC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27일까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콘서트는 가수 임영웅의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2023)이다.

2022년 12월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임영웅의 전국 투어 앙코르 공연 현장을 담은 영화는 관객 수 25만여명을 동원하며 60억5971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2위는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2019)이다. 막강한 팬덤을 자랑하는 아이돌답게 34만여명을 모객했다. 관람객 숫자로는 국내 팬덤 영화 중 최대다. 매출은 32억968만원을 기록했다.

매출 31억원을 기록한 '그대, 고맙소 : 김호중 생애 첫 팬 미팅 무비'(2020)가 3위, 각각 20.5억원과 20.3억원을 기록한 '아이유 콘서트: 더 골든 아워'와 '방탄소년단: 옛 투 컴 인 시네마'가 4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뒤이어 '김호중의 인생은 뷰티풀: 비타돌체'(2022), '세븐틴 투어 팔로우 어게인 투 시네마'(2024), '미스터트롯: 더 무비'(2020), '바람 따라 만나리: 김호중의 계절'(2023), '2022 영탁 단독 콘서트 -탁쇼'(2023)가 10억원 이상의 수익을 기록했다.


"팬들이 만족할 때까지"…스크린·음향·굿즈에 공들이는 극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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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 스틸컷, 영화 '오빠 남진' 포스터/사진=C J CGV, 롯데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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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스크린, 그리고 양옆 스크린까지, 3면 영상에 아티스트가 훨씬 입체적으로 보였다. 팬 입장에서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CJ CGV 스크린X(엑스) 관람평

"사방에서 서라운드로 음악이 들렸다. 싱어롱(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까지 했으면 그냥 콘서트장에 와 있는 기분일 것 같았다."-롯데시네마 광음시네마 관람평.

팬덤을 노린 영화는 콘서트 실황 영상에 전후 비하인드 이야기를 다루는 '콘서트+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정착됐다. 과거 '세븐틴(젝스키스)'이나 '평화의 시대(HOT)' 등이 혹평 속 흥행에 참패한 데서 얻은 교훈이다.

콘서트 실황 영화의 핵심 과제는 콘서트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재현하는 것이다. 팬덤 영화의 성패가 고객인 팬덤 만족도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극장가는 팬덤을 비롯해, 아티스트와 기획사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콘서트 실황 영화에 아이돌 굿즈가 따라붙는 건 당연한 일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만 해도, 아티스트나 기획사가 극장을 찾아가 공연 실황 영화 상영을 요청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대면 활동이 금지돼 공연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팬들과 접촉할 수 있는 창구가 소규모 극장이었기 때문이다. 기획사 입장에서도 이미 완료한 콘서트 영상을 재가공하는 콘서트 실황 영화는 재정적으로 부담이 크지 않았다.

그러다 극장 관람객이 급감하고 신규 영화 부재의 대안으로 콘서트 실황 영화가 뜨면서 최근에는 극장들이 먼저 아티스트나 기획사에 손을 내미는 분위기다.

제작 방식도 달라졌다. 콘서트 실황 영상을 넘겨받아 재가공하던 것에서, 최근에는 콘서트 기획 단계에서부터 극장이 참여해 비하인드에 담을 콘텐츠를 준비한다. 극장마다 자기 상영관에 적합한 카메라로 콘서트를 별도 촬영한다. 독점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공을 들이는 것이다.

전담 조직도 신설했다. CJ CGV는 조직 내 공연 콘텐츠를 전담하는 '아이스콘(ICECON)'팀이 있고, 특수 상영관용 콘텐츠를 실질적으로 제작하는 '포디플렉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롯데시네마의 경우 2022년 9월 전담 부서인 '롯시플'을 만들었다.

CJ CGV 관계자는 "CGV 내 콘서트 콘텐츠를 전담하는 아이스콘(ICECON) 팀과 자회사인 포디플렉스가 협력해 기획사에 먼저 제안하는 방식으로 영화가 만들어진다"며 "아티스트의 무대 뒤 진솔한 모습을 끌어낼 수 있는 질문은 물론, 카메라 시야각을 넓힌 3면 카메라나, 아이맥스용 카메라 촬영까지 우리의 노하우를 담아 극장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고 말했다. CJ CGV의 경우 임영웅 영화 제작에 스크린X 기술이 담긴 22대 전용 카메라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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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CGV의 특수관들/사진=CJ CGV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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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실황 영화인만큼 상영관은 대개 대형 특수 관이다. CGV의 경우 4DX, 스크린X, 아이맥스 등이 있고 롯데시네마는 광음시네마 등이다.

일반관이 아닌 만큼 관람료는 상대적으로 비싸다. 여기에 어떤 아티스트 공연 실황을 담느냐에 따라, 기획사와의 협의에 따라 웃돈이 붙기도 한다. 28일 CGV가 독점 개봉하는 임영웅 영화의 경우 2D는 2만5000원, 스크린X는 3만2000원, IMAX는 3만5000원으로 일반 영화 상형시보다 5000~1만원가량 더 비싸게 책정했다.

콘서트 실황 영화이기 때문에 수익 분배는 IP(지적재산권, 아티스트)를 보유한 기획사 측이 대개 더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관객이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한 비용을 1만원으로 가정하면, 통상 10% 세금을 제외한 9000원의 수익을 영화관 측과 배급사가 5대 5로 나눈다. 그러나 아이돌 콘서트 실황 영화는 팬덤 규모에 따라 성패가 극명히 갈리는 만큼 극장 측 수익 분배 비율이 낮아 4대6에서 2대8까지 책정되기도 한다.

양경미 연세대학교 영상산업 겸임교수는 "통상 한국 영화는 극장과 배급사가 5대5 정도로 나누는데 콘서트 실황 영화는 아티스트별로 다르게 책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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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포디플렉스 실적/시각물=최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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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들이 특수관 콘서트 영화에 공들이는 이유는 역시 사업성이다. 특수관 사업을 전담하는 CGV 산하 CJ 포디플렉스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게 증거다.

이 회사는 스크린X, 4DX 등 특수 상영관 시스템과 장비, 전용 콘텐츠를 연구개발, 유통한다. 코로나19 이후 매년 실적이 증가해 지난해 매출액 1180억원과 영업이익 148억원, 순이익 89억원을 달성했다. 중국과 미국 자회사는 지난해 말 기준 순 적자 상태다. 국내 매출로 수익 상당 부분을 얻은 셈이다.


조우영 감독 "'임영웅 영화' 부담감 컸지만…'임영웅'으로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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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 조우영 감독 /사진=조우영 감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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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팬카페 '영웅시대' 회원수만 20만명이 넘는 가수 임영웅. 최근 임영웅의 행보는 그야말로 신드롬의 연속이다. 지난 5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약 1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음에도 그마저도 좌석이 부족해 "호남평야에서 콘서트를 열어달라"는 요청이 쏟아졌다.

공연 현장을 찾지 못해 아쉬웠을 팬들을 위해 임영웅의 콘서트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영화관에서 재현됐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가수 임영웅의 콘서트 실황 영화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은 공개 첫날 4만9725명의 관객 수를 불러 모으며 일별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 첫날 매출은 약 14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1위다. 실시간 예매율 역시 26.8%로 1위를 차지했다.

영화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을 만든 조우영 감독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흥행 비결로 "임영웅과 팬덤 영웅시대와의 관계 설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감독은 "임영웅은 '영웅시대가 지금의 임영웅을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영웅시대는 그 진정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보니 '나의 가수 나의 임영웅'에 대한 애정이 자연스럽게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은 개봉 전부터 일반 상업영화를 제치고 실시간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사전 예매 관객만 12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개봉했던 임영웅 콘서트 실황 영화 1편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의 최종 관객 수가 25만명이었는데, 사전 예매 관객만 지난해 기록 절반을 넘어섰다. 이 추이라면 지난해 관객 수를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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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 조우영 감독 /사진=조우영 감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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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은 영화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 무대인사에서 "이번 영화를 통해 영웅시대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다. 콘서트에 못 오셨던 분들도 영화를 통해 그때의 감동을 같이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 감독은 '15초의 예술'이라고 불리는 광고를 주로 맡아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수많은 브랜드의 영상을 제작해 왔다. 콘서트 현장을 생동감 있게 담아낼 적임자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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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 스틸컷 /사진=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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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프로젝트 목표는 임영웅의 숨겨진 매력과 삶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으로 설정됐다. 조 감독은 "그를 모를 수는 있다. 하지만 알고 좋아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더 많은 분이 임영웅을 좋아해 줬으면 하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관객이 '처음' 임영웅을 만난다는 생각으로 연출적 접근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쟁이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시대에 한 사람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때로는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경험시켜 드리려고 했다"며 "힘들 때마다 '이겨내'를 외치고, 비가 오면 '오히려 좋다'고 말하는 임영웅의 긍정 에너지가 이번 영화를 통해 많은 분께 전달돼서 각자의 삶에 작게나마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마아라 기자 aradazz@mt.co.kr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차유채 기자 jejuflow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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