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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리스크를 떠안았던 수원FC가 이제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질 차례다.
시민구단인 수원FC는 아직 승부조작 가담 의혹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선수에게 혈세로 거액의 연봉을 지불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수원FC는 13일 최순호 단장 명의로 된 입장문을 통해 손준호와 계약을 해지했다고 발표했다. 14일 전북 현대와의 K리그1 홈 경기를 하루 앞두고 내린 결정이었다. 지난 6월 수원FC와 계약을 맺으면서 K리그에 복귀했던 손준호는 3개월 만에 다시 자유계약(FA) 신분이 됐다.
최 단장은 "한 시즌 동안 열심히 달려온 우리 선수단과 응원을 해 주시는 팬들께 경기 외적인 혼란을 더 이상 드릴 수 없다는 판단 중에 구단과 동료 선수 및 팬들을 생각한 손준호 선수의 계약 해지 요청에 따라 구단도 이를 받아들여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며 손준호 측에서 먼저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손준호의 계약 해지는 10일 중국축구협회의 징계 발표와 11일 손준호 측의 기자회견 이후부터 예상된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
중국축구협회는 지난 10일 발표한 성명에서 손준호가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정당하지 않은 거래에 참여했고, 축구 경기를 조작하고 불법 이익을 얻었다면서 손준호에게 중국 축구계 영구 퇴출 징계를 내렸다.
아울러 중국축구협회는 해당 내용을 국제축구연맹(FIFA)에 공유해 손준호가 받게 될 징계의 범위를 중국만이 아닌 전 세계로 넓히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대한축구협회 역시 중국축구협회로부터 관련 내용이 담긴 공문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로도 뛰었던 손준호의 축구 인생에 큰 위기가 찾아온 가운데, 손준호 측은 11일 억울함을 풀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간 입을 꾹 닫고 있던 손준호는 이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지난해 5월 중국 상하이 훙차오공항을 통해 귀국하려던 손준호는 중국 공안에 연행된 뒤 형사 구류돼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 명목으로 중국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의 조사를 받았다. 손준호는 이 과정에서 공안의 불법 구금과 강압적인 수사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짓 자백을 했고, 이후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진술을 번복했다고 설명했다.
손준호 측은 승부조작과 관련해 불법적인 금전 거래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치면서도 금품 수수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했다. 또한 중국 공안이 승부조작 경기로 지적한 산둥과 상하이의 맞대결 며칠 뒤 손준호의 계좌에 20만 위안(약 3765만원)이 입금된 이유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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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호는 이와 관련해 자신에게 20만 위안을 입금한 조선족 축구선수 진징다오(한국 이름 김경도)와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며 서로 선물을 주고 받았다면서 진징다오로부터 받은 돈이 승부조작과 관련된 답품이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진징다오의 가족들을 돌봐주는 등 진징다오와 줄곧 가깝게 지냈기 때문에 진징다오가 표한 고마움의 표시일 수도 있다는 게 손준호의 생각이었다.
손준호 측은 기자회견 내내 손준호의 혐의를 풀 만한 명확한 증거를 대지 못했다. 손준호의 무죄를 증명할 수 있는 중국 법원의 판결문 제시 요청조차 거부했다.
중국 외교부는 손준호의 기자회견 내용을 의식한 듯 하루 뒤인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손준호는 자신의 죄를 인정해 처벌을 받아들였고, 법정에서 참회하면서 상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법치 국가다. 사법기관은 법으로 사건을 처리하고 당사자의 합법적인 권익을 충분히 보장한다"고 했다.
수원FC는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손준호의 징계 범위 확대 요청을 받은 FIFA의 결정을 기다리려고 했으나, 기자회견 이후 손준호를 향한 동정 여론이 오히려 부정적으로 바뀌면서 계약을 해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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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은 논란이 더욱 커지기 전에 빠르게 뿌리를 뽑았지만, 이번 일로 인한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게다가 수원FC는 구단 예산 중 대부분이 수원시민들의 혈세로 운영되는 시민구단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수원FC는 지난 6월 손준호와 계약할 당시 손준호에게 옵션 포함 약 5억원이라는 거액의 급여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준호가 3달 뛰었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이미 1억원에서 2억원 사이의 급여를 수령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원FC의 한 해 구단 운영비는 약 200억원 규모인데, 2023년을 기준으로 예산의 75% 정도에 해당되는 158억원 정도가 경기도와 수원시의 세금이다. 손준호의 연봉 역시 일부는 경기도와 수원시의 세금으로 충당된 셈이다. 승부조작 혐의를 벗지 못한 선수에게,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거액을 안긴 셈이다.
최순호 단장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최 단장은 포항 스틸러스 사령탑 시절 자신이 지도했던 제자가 K리그 복귀를 추진하던 당시 친정팀 전북 현대 입단이 불발되자 중국발 리스크를 인지하고도 손준호를 품었지만, 결과적으로 잘못된 선택이 되고 말았다. 손준호에게 별 문제가 없을 거라고 자신했던 최 단장이 향후 어떤 행보를 펼칠지 궁금하게 됐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수원FC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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