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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2018년 이전 지은 10층 이하 모텔’엔 없다... 스프링클러 사각지대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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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야 6층 이상 숙박업소 의무화
소급 불가... 새로 지으려면 고액 공사비
한국일보

25일 오후 경기 부천시 중동 화재 호텔에서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지난 22일 이곳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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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호텔·여관 등 숙박시설에서 매년 400건 가까운 화재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한 번꼴로 숙박업소 화재가 일어나는 셈인데, 7명이 사망한 경기 부천시 호텔처럼 2018년 이전 지어진 숙박시설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어 인명 사고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숙박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1,843건이다. 연간으로 따져보면 △2019년 365건 △2020년 344건 △2021년 375건 △2022년 382건 △지난해 377건 등 매년 400건 가까운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이 화재 사건에서 사망한 인원은 325명, 부상자는 2,477명에 달한다.

숙박시설 내 화재가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건 소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숙박시설의 경우 1992년 소방법에 따라 '지상 11층 이상 객실'에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됐다. 2018년부터 6층 이상 숙박시설 전체 층에 설치하도록 강화됐다. 2022년 12월부터는 층수와 관계없이 숙박시설 면적이 600㎡ 이상이면 일반 스프링클러를, 300㎡ 이상이면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결국 높이 6~10층 숙박업소의 스프링클러 설치는 6년 전에야 의무화된 것이다. 그러나 바뀐 기준은 신축 건물에만 적용되는 탓에 그전에 지어진 대부분 건물엔 여전히 스프링클러가 없다. 2019년 한국소비자원이 서울·경기 소재 숙박시설 20개소를 조사했더니 모두 6층 이상 11층 미만이었지만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부천 호텔 역시 2004년 준공돼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었다.

실제 화재 사건에서 스프링클러는 피해 확산을 막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지난해 큰불이 난 전북 정읍시 요양병원에서는 340여 명이 입원해있었으나 스프링클러와 단독경보형 감지기 등 소방시설이 제대로 작동하면서 인명피해가 없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고시원 화재로 연평균 3명이 사망하다가, 노후 고시원과 산후조리원에 간이스프링클러 지원 사업을 시작한 2019년부터 2022년 6월까지 그 수치가 0.75명으로 크게 감소했다는 소방청 집계도 있다.

공동주택 역시 안전하지 않다. 올해 1월 전국 공동주택 단지 4만4,208곳 중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비율은 1만5,388곳(34.8%)에 불과하다. 소방청 조사 결과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아파트, 기숙사, 빌라 등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화재 2만3,401건 중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된 경우는 3,656건(15.6%)에 불과했다. 공동주택 스프링클러 작동률은 △2019년 13.2% △2020년 14.7% △2021년 14.8% △2022년 16.8% △지난해 18.6%로 정체되어 있다.

숙박시설의 경우 침구 등 가연성 제품이 많아 한 번 불이 나면 피해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업주에게 소방시설 설치 부담을 덜어주는 식의 정책이 도입돼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데 100㎡당 1,000만 원 정도 들고, 공사 중엔 영업을 못 하는 문제도 있다"며 "숙박업주들의 부담을 낮춰 자발적 설치를 유도하도록 정부에서 비용 지원을 하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현정 기자 hyu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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