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3 (금)

검사 행세로 1511억 갈취… 보이스피싱 일당 4명 송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문직 종사자 등 1900여명 피해

총책 등 中 거점 옮기며 조직 운영

조선일보

경찰청은 중국 공안부와의 공조로 보이스피싱 조직 구성원인 한국인 29명을 중국 다롄에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조직 구성원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되는 모습. /경찰청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에 근거지를 두고 검찰·금융감독원 등을 사칭하며 1900여 명에게 1500억원가량을 뜯어낸 보이스피싱 일당이 국내 송환됐다. 단일 조직으로는 최대 규모(피해금 기준)가 적발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청은 중국 공안부 공조로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등 4명을 지난 22~23일 국내로 송환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17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중국 항저우에 보이스피싱 콜센터를 차려놓고 검찰과 금융감독원 직원 등을 사칭해 1923명에게 1511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활동 등)를 받는다. 총책 A씨, B씨는 최근 양국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다롄으로 거점을 옮겨 조직을 계속 운영해 왔다. 조직원 C씨는 검사인 척 연기하면서 실제 근무 중인 검사 사진을 넣은 가짜 공무원증, 위조 구속 영장까지 피해자에게 제시하기도 했다. 또다른 조직원 D씨는 2019년 피해금을 돌려달라고 호소한 피해자를 조롱해 피해자를 자살하게 만든 것으로도 조사됐다.

피해자 중엔 10억원 가까운 금액을 뜯긴 현직 서울대 교수 등 고소득 전문직과 대기업 직원, 공무원 등이 다수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전문직 종사자가 고액의 피해를 당할 만큼 범행 수법은 교묘했다. 이들은 검사, 금융감독원 직원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단계적으로 피해자를 속이는 수법을 썼다. 처음엔 검찰을 사칭해 “당신 통장이 대포 통장으로 사용됐다”며 위조한 검찰 공문이나 검사 신분증 등을 보여준다. 특히 가짜 옷과 명패 등으로 꾸민 가짜 검사실에서 피해자와 영상통화하면서 위조 영장 등을 제시했다. 또 ‘보안용 앱’이라고 속여 악성 앱을 깔도록 해 112나 검찰청에 전화를 걸어도 자신들이 받을 수 있도록 중계 기기를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금융감독원 직원이라고 속여 “자금 확인을 해야 한다”며 현금을 뽑아 전달책에게 건네도록 하거나, “정상 대출이 가능한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금융 기관에서 대출받아 돈을 보내도록 시키기도 했다.

앞서 경찰청은 중국 공안부와 협력한 결과 작년 11월까지 일당 11명을 한국으로 송환한 바 있다. 이후에도 도피한 조직원들에 대한 추적을 멈추지 않았고, 지난 3월 중순 중국 랴오닝성 다롄시 내 은신처를 발견, A씨 등 한국인 조직원 총 29명을 검거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검거한 29명 중 중국 내에서 형사 절차가 진행된 피의자 등을 제외한 18명(A~D씨 포함)에 대해 강제추방이 결정됐다”며 “나머지 피의자들에 대해서도 중국 공안부와 협의해 신속히 송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형식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