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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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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불꽃 매트리스에 떨어져"…에어매트 등 소방 대응도 수사[부천 호텔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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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22일 대형 화재로 19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부천시의 호텔 실내 복도가 까맣게 타 있다. 사진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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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친 경기 부천 호텔 화재와 관련해 경찰이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객실 안 에어컨에서 난 불꽃이 침대 매트리스에 떨어져 불이 급속도로 커진 것으로 파악했다. 또 소방당국이 119 신고 접수부터 인명구조 과정까지 제대로 대응했는지도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25일 경기남부경찰청은 형사기동대·강력계·과학수사대와 원미경찰서 형사과 등 총 84명으로 구성한 수사본부를 중심으로 화재 원인과 인명피해가 컸던 이유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방청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에는 22일 오후 7시 37분쯤 810호에서 연기가 시작된 지 약 1분 23초 만에 층 전체가 뿌예진 모습이 담겼다. 경찰은 소방재난본부 보고서 등을 토대로, 객실 안 벽걸이형 에어컨에서 생긴 불꽃이 침대 매트리스 등 가연 물질에 옮겨붙으면서 화재가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주변 물체가 발화온도까지 가열돼 방 전체에서 폭발적인 화염이 분출하는 이른바 ‘플래시오버’ 현상이 일어났을 가능성이다. 에어컨의 불꽃은 누전 등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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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경찰은 화재 발생 뒤 소방이 적절히 조치했는지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에어매트에 뛰어내린 두 명이 사망하면서 관련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켰는지 조사 중이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7시 43분 현장에 도착해 약 5분쯤 뒤인 7시 48분에 에어매트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후 7시 55분쯤 한 여성이 에어매트 가장자리에 떨어지면서 에어매트가 뒤집혔고, 곧바로 뛰어내린 남성은 매트가 뒤집히면서 생긴 바닥 공간에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에어매트가 불량이었는지, 공기량이 충분했는지, 낙하 지시를 제대로 했는지, 경사가 있는 호텔 주차장 입구에 에어매트를 설치한 경위 등을 살필 예정이다. 소방 측은 “당시 설치한 에어매트는 10층용으로 성능에 문제가 없었고, 에어매트가 뒤집히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소방 대응의 전반을 수사하고 있다”며 “투숙객 등을 참고인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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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호텔이 안전관리를 제대로 했는지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불이 난 810호 투숙객은 오후 7시 31분쯤 객실에 들어갔다가 2분 35초 만에 객실 문을 연 채로 나갔다. 투숙객은 “에어컨 쪽에서 ‘탁탁’ 소리가 나고, 탄 냄새가 난다”며 방을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경찰은 호텔 측이 이후 어떤 조처를 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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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부천 호텔 화재 사고 당시 건물 내부 폐쇄회로(CC)TV의 모습. 22일 오후 7시37분07초쯤 비어있는 810호 객실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사진 소방당국



사고 당시 신고 녹취록에는 신고자와 접수 요원 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정황도 드러났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날 첫 신고가 접수된 건 오후 7시 39분 20초쯤이다. 810호에서 연기가 시작된 지 약 2분 지난 시점이다. 접수 요원은 신고자에게 열 차례 호텔 이름을 물은 뒤 출동 지령을 내렸다. 이후 “810호 어디? 침대나 뭐 창문 어디?”라며 객실 안 구체적인 발화 장소도 물었다. 투숙객 등이 대피하지 못했다는 신고자의 답변을 듣고 “사람들 대피 먼저 하세요. 대피”라고 안내했고, 이후 “밖으로 나가야돼요 고객님”이라고 말했다. “손님 다 대피했냐”는 접수 요원의 질문과 신고자의 “아아…”라는 탄식을 끝으로 전화가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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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부천 호텔 화재 사고 당시 건물 내부 폐쇄회로(CC)TV의 모습. 22일 오후 7시38분30초쯤 호텔 건물 내부가 연기로 자욱하게 덮였다. 사진 소방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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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부천 호텔 화재 희생자와 생존자를 비난하는 온라인 게시물에 대한 내사에도 착수했다. 희생자와 생존자들이 평일에 호텔을 이용한 것에 대한 음해 및 추측성 게시물들이 다수 게재되면서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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