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잠실 일대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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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중장기 계획’을 폐지하고 현실화 계획 이전 수준으로 공시가격을 산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실화 계획으로 국민의 보유세 부담이 가중되는 등 부작용이 컸던 만큼 인위적으로 공시가격을 올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전년도 공시가격에 시장변동률을 반영해 공시가격을 산정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올해 집값이 많이 오른 서울, 수도권 지역은 내년도 보유세가 다소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수도권 내에서도 집값 변동이 크지 않은 지역과 지방은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12일 이 같은 내용의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체계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민생토론회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구체적인 이행 계획이다. 국토연구원의 연구용역, 전문가 자문, 국민인식조사,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마련됐다.
공시가격은 재산세ㆍ종합부동산세의 과세 기준,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등 67개 행정제도의 기준으로 활용되는 만큼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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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서 공시가격 현실화…보유세 폭탄 불러
이번 방안은 문 정부의 현실화 계획이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폭탄’을 불렀던 만큼 종전 산정체계로 되돌리면서 일부 문제점을 보완하겠다는 게 골자다.
김영옥 기자 |
당초 현실화 계획에 따른 현행 공시가격은 전년도 말 기준 부동산 시세에 매년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을 적용해 산출했다. 부유층이나 고액 자산 보유자들에게 정당한 수준의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취지로 공시가격을 2035년까지 시세의 90% 수준까지 인상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2021~22년 집값 급등에 현실화율 상승분까지 더해져 공시가격이 대폭 올라갔고 세 부담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현실화 계획 도입 이전에는 공동주택(아파트) 공시가격이 10년간 연평균 4.6% 수준으로 상승했는데, 2021~22년에는 공시가격이 연평균 18% 상승했다. 이에 재산세는 2019년 약 5조원에서 22년 6조7000억원, 종부세도 같은 기간 1조원에서 약 4조원까지 불어났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토부] |
예컨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의 경우 2019년 336만원이던 보유세(재산세+종부세)가 2022년 691만원으로 2배 이상 급등했다. 마포구 아현동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와 ‘은마아파트’를 보유한 2주택자의 보유세 역시 2020년 3058만원에서 2021년 8703만원으로 치솟았다. 더욱이 22년 하반기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집값이 떨어졌는데 공시가격은 오르는 등 혼선도 빚어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실화 계획은 부동산 시장에 큰 변동이 없음을 전제로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했지만, 매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거나 급락하면 변동성이 매우 커지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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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격 산정 종전 회귀…공평한 세 부담은 과제
이에 윤석열 정부는 23~24년도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현실화 계획 도입 이전인 2020년 수준(공동주택 기준 평균 69%)으로 2년 연속 동결했다. 윤 정부 들어 사실상 현실화 계획 폐지 수순을 밟은 셈이다. 정부는 향후 공시가격도 전년도 공시가격에 시장변동률을 반영해 산출하기로 했다. 예컨대 내 집의 내년 공시가격은 올해 공시가격에 지난 1년 간 집값 상승분을 고려해 대체로 예상해볼 수 있다.
차준홍 기자 |
내년도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는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겠지만 소폭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상승했는데 이를 일정 부분 반영할 필요가 있어서다. 또 보유세의 과세표준을 결정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어느 수준으로 결정하느냐에 따라 추가 조정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과 함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최대 95%까지 인상해 보유세 부담이 배가 됐다. 하지만 이번 정부 들어 공정시장가액비율도 60%까지 낮춰 보유세 부담이 한층 줄었다.
다만 공시가격 산정방식에 대해서는 좀 더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연 전년도 공시가격은 정확한지, 만약 오류가 있다면 이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현장조사를 어떻게 진행하고, 투입변수를 어떻게 조사할 것인지, 조사자의 전문성 확보 방안과 부동산 데이터의 퀄리티 향상 문제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형평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년도 공시가격이 정확해야 하고 시장변동률이 공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토부] |
정부도 공시가격이 아파트ㆍ단독주택 등 주택 유형별, 지역별, 가격대별로 격차가 컸던 게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만큼 공시가격 균형성도 제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시ㆍ군ㆍ구 단위 조사에서 균형성 기준에 미달하는 곳은 심층검토지역으로 선정(1단계)하고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통해 재산정(2단계)한 뒤 대학교수 등 외부 전문가 등의 최종 검수를 거쳐 국토부가 최종 공시가격 열람(안)을 확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급격한 속도의 인위적인 시세반영률 인상 계획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아 집값 변동과 상관없는 무리한 보유세 인상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시가격에 대한 예측 가능성과 신뢰성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공시가격 개편은 법 개정 사안으로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진 차관은 “‘부동산 공시법’ 개정안을 즉시 발의할 예정으로 조속한 시일 내 법 개정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개정안 통과가 여의치 않을 때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공시가격 현실화율 동결 등을 통해 공시가격을 산출할 것으로 보인다.
백민정·김원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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