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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수해 지원 거부하던 북, 러시아 물자는 받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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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심각한 수해를 입고 대외적으로 외부 지원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북한이 러시아의 지원 물자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의 대북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물자가 북한에 들어가 주민들에게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당 중앙위원회에서 마련한 지원물자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들이 자강도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전달했다"라고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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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는 익명의 ‘평안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이달 중순 북한 나선과 러시아 극동지역 하산을 연결하는 철도를 통해 러시아가 지원한 식량, 설탕, 버터, 식용유 등이 ‘두만강 역’에서 내려졌고, 다시 기차로 각 수해 지역으로 운송돼 주민들에게 공급됐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의주군 수재민들에게 한 달 분 가족 식량으로 쌀과 밀가루가(4인 가족 기준 약 50~60㎏) 공급됐다”며 “러시아가 보내 준 수해 지원 물자”라고 밝혔다.

특히 쌀과 밀가루를 제외한 일부 물자는 광복절 ‘8.15’에 맞춰 특별 공급 형식으로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RFA는 보도했다. 실제 8월 15일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수재민 중 어린이, 청소년, 노약자들을 평양으로 데려와 각별히 ‘애민행보’를 한 날이기도 하다.

물자를 받은 북한 주민들이 러시아에 고마워한다는 분위기도 전했다. RFA는 “뿌찐(푸틴)이 무상으로 지원해 준 식량과 사탕가루(설탕), 빠다(버터) 등이 수해민들에게 공급되자 수해민들 속에서는 (러시아가)고맙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평안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의 말을 소개했다.

세계일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1일 "압록강 하류에 위치한 신의주시와 의주군에서 무려 4100여 세대에 달하는 살림집(주택)과 근 3000정보의 농경지를 비롯해 수많은 공공건물과 시설물, 도로, 철길들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라고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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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특별공급 물자 중에는 버터도 있었는데 버터를 보고 한 40대 여성이 ‘푸틴 만세다’라는 말을 했다가 보위부에 끌려갔다가 ‘사상검토비판서’를 쓰고 하루 만에 나왔다는 소식통의 이야기도 전했다. 평양 외곽, 열악한 지역에 사는 일반 주민들에게는 외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서양에서 빵에 발라먹는 음식 정도로 알고는 있지만, 실제 접하는 경우는 드문 음식이라고 RFA는 설명했다. 당국은 주민들에게 해당 물자가 러시아의 지원이라고 별도로 설명하진 않았지만, 밀가루 포대 등에 러시아어가 쓰여 있어 수재민들이 러시아의 지원 물자임을 알게 됐다고 소식통은 밝혔다.

북한은 수해 이후 대외적으로 자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 10일 김정은 위원장은 수재민들 앞에서 한 연설에서 “지금 여러 나라와 국제기구들에서 우리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할 의향을 전해오고 있다. 사의를 표한다”면서도 “하지만 우리가 국가사업의 모든 영역과 공정들에서 제일로 내세우는 것은 인민에 대한 굳은 믿음과 철저히 자력에 의거하는 문제처리 방식”이라고 밝혔다. 지난 4일에는 러시아의 지원 제안을 사양하면서 “앞으로 도움이 필요할 때는 가장 진실한 벗들, 모스크바에 도움을 청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또 다른 대북매체 데일리NK는 최근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심각한 수해 탓에 곡물가, 수입품 가격 폭등이 우려됐으나 국무위원회 비상미와 전시예비물자까지 풀며 가격을 일단 안정시킨 상태라고 보도했다.

한편 우리 정부가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제안한 인도적 지원과 윤석열 대통령의 수해 지원, 대화협의체 등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고 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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