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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25년 전 0-34 패배 안긴 선수가 감독으로...교토국제고 강자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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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3일 오전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 교토국제고와 간토다이이치고의 결승전 5회말 2사에 간토다이이치고의 구마가이 스케가 내야안타를 친 뒤 2루까지 달려가다 아웃되고 있다. 니시노미야/교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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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본격적인) 야구를 할 수 있는 데가 아니었다. 장난꾸러기 수준의 선수들이 모여 한 경기를 끝까지 치를 집중력도 없었다.”



23일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일본 교토국제고교가 ‘여름 고시엔’이라고 불리는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 올랐지만 이 학교 야구부가 처음부터 이런 강자는 아니었다.



이 학교를 오랫동안 지도한 고마키 노리쓰구 교토국제고 야구부 감독은 과거 아사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창단 당시 선수들 실력이 한참 모자랐다고 회상했다.



시작은 미약했다. 1999년 일본 학교가 아닌 외국인 학교로는 처음 고교야구 지역 대회 중 하나인 교토대회에 출전했다. 하지만 단 한 점도 따지 못한 채, 무려 34점을 내주며 대패했다. 당시 전년도 전국 대회 우승팀인 교토세이쇼고와 맞붙은 이유도 있었지만, 교토국제고의 실력이 고교 야구부라고 할 수준이 아니었다. 당시 교토국제고 선수 가운데 제대로 야구를 배운 선수가 선발투수 한 명 정도에 불과했다고 한다.



제대로 된 운동장도 확보할 수가 없어 길이가 70m 정도에 불과한 작은 운동장에서 훈련을 해야 했다. 정식 훈련을 위해서 다른 학교 운동장을 빌려서 운동을 해야 할 만큼 환경도 열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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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결승전에서 한국계 국제학교인 교토국제고 선수가 1회초 공격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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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교토국제고 야구부가 강자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고마키 감독이 팀을 맡아 10년 이상 바닥을 탄탄하게 다져온 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1999년 교토대회 때 교토국제고에 0-34 패배 아픔을 안긴 당시 교토세이쇼고 선수이기도 했다. 2008년 24살 나이로 교토국제고 야구부 감독을 맡았다.



자신도 고교야구 선수 출신이었지만, 졸업 뒤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그때만해도 별 볼 일 없던 학교 야구부를 맡았다. 하지만 고마키 감독이 선수 개인 기량을 차분히 끌어올리면서 팀 전체는 쑥쑥 성장했다. ‘수비를 단단히 하고, 낮고 강한 타구를 치도록 만든다’는 야구의 기본적인 철학을 가르쳤다. 야구부가 자리를 잡자 좋은 선수들이 모였고, 상승효과를 발휘하면서 성적이 나기 시작했다.



결국 야구부는 2018년 여름 교토 대회에서 4강에 올랐다. 이듬해에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9년부터 5년 연속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야구 선수를 배출하기도 했다. 이어 2021년 교토지역 우승팀 자격으로 사상 첫 여름 고시엔대회 진출에 성공했다. 특히 그해 교토국제고는 고시엔 대회 첫 경기에서 1-0 극적인 승리를 따내더니, 이후 내리 2승을 추가하며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22년에는 2년 연속 고시엔 대회 진출에 성공했지만, 첫 경기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하며 탈락했다. 지난해엔 지역 예선인 교토대회 8강에서 패배하며 고시엔 대회에 나서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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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일본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 결승전 교토국제고와 간토다이이치고 경기. 일본 내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 재학생들이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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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학교는 1947년 교토시 히가시야마구 이마구마노에 재일 한국인 자녀를 위한 교토조선중학교로 처음 세워졌다. 1958년 교토한국중학교로 이름을 바꾼 뒤 1965년 고등학교를 증설해 교토한국중·고등학교(1965년)로 변화했다. 2004년부터는 국제학교인 교토국제중·고등학교가 됐다. 현재는 일본과 한국에서 모두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정규 학교다. 교육부 재외교육기관학교포털을 보면, 교토국제고 학생 수는 2024학년도 기준 137명으로 여학생 69명, 남학생 68명이다. 재학생 국적(중학교 과정 22명 포함)은 일본 학생이 127명이며 30명 정도가 한국계다. 하지만 지금도 ‘창의력 있는 인재 육성으로 미래 동포 사회를 리드하자’는 창립 정신을 유지하고 있다.



애초 학교가 재일 한국계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진 만큼 현재도 한국어로 된 교가를 부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일본인 학생들은 한국말 교가를 부르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한다. 앞서 고마키 야구부 감독도 “한국어 교가가 꽤 어렵다”며 “하지만 (선수들은) 고시엔 대회에서 힘차게 교가를 부를 수 있도록 개별적으로 열심히 교가 연습도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니시노미야/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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