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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법없이도 사는법] "최태원 동거인, 노소영에 20억주라 " 판결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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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 /뉴스1·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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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법원이 최태원 SK회장과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위자료로 20억원을 주라고 판결했습니다. 위자료 20억원은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소송 2심 재판부가 최 회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한 위자료와 같은 액수입니다. 부정행위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위 ‘상간소송’의 경우 위자료가 수천만원에 불과한 소송 현실에서 이 판결은 상당히 파격적입니다. 한편에서는 최 회장 2심 판결과 별개로 김 이사장이 20억원을 물어내야 하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재판부의 판결 내용과 기존 법리로 이 판결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보겠습니다.

◇재판부가 20억원을 판결한 근거는

재판부는 김 이사장이 노 관장에게 정신적 고통을 입혔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피고(김 이사장)와 최 회장의 부정행위, 혼외자 출산, 최 회장의 일방적인 가출과 별거, 피고와 최 회장의 공개적인 행보 등이 원고(노 관장)과 최 회장 사이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혼인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것으로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서 두 사람의 혼인기간, 혼인 과정, 파탄 경위, 부정행위의 경위와 정도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배상액을 20억원으로 한 것은 결국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소송 2심에서 지급하라고 한 위자료 액수가 20억원이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선행 이혼 소송의 항소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했고, 부부의 일방과 제3자가 부담하는 불법행위는 공동불법행위로서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 회장이 물어야 하는 20억원과 다른가

그렇지 않습니다. ‘공동불법행위’는 말 그대로 여러 사람이 공동하여 불법행위를 한 것이고, ‘부진정 연대채무’는 하나의 동일한 채무에 대해 여러 채무자가 각자 독립해서 그 전부를 갚아야 하는 채무입니다.

쉽게 말해 최 회장과 김 이사장의 공동불법행위로 노 관장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어서 앞서 이혼소송 2심 재판부가 최 회장에게 위자료 배상을 명한 것과 같은 내용입니다. 이혼소송 2심은 최 회장만 피고가 됐기 때문에 그에게만 위자료 지급 판결이 난 것이고, 이번 소송은 노 관장이 김 이사장을 상대로 낸 것이어서 두 사람이 ‘공동하여’ 돈을 물어내야 한다는 판결이 난 것입니다.

다만 그 배상의 방식에 있어서 ‘부진정연대채무’이기 때문에 노 관장은 최 회장에게 20억원 전부를 달라고 하거나 반대로 김 이사장에게 20억원을 달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에서든 돈을 갚는 만큼 채무는 소멸됩니다.

◇최 회장과 김 이사장에게 ‘동등한 책임’ 인정한 이유는

공동불법행위에 따라 부진정연대채무를 물어내라는 판결이 나는 경우는 매우 흔합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여러 사람이 가담한 폭행사건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건입니다. 예를 들어 A,B,C세 사람이 피해자를 때린 경우 “A,B,C는 공동하여 피해자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는 식입니다.

그런데 이번 판결에서 특이한 점은 부진정연대책임을 ‘전액’에 대해 인정했다는 것입니다. 이혼전문 송명호 변호사는 “보통의 상간자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책임을 60%정도로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즉 이번 사건처럼 이혼소송에서 배우자에게 20억원 위자료 배상 판결이 났다면 부정행위 상대방을 피고로 한 별도의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재판부가 “20억원 중 12억원에 대해서는 공동하여 배상하라”는 식으로 판결한다고 합니다. 혼인관계 파탄에 있어 배우자에 비해 부정행위 상대방의 책임은 다소 가볍다고 보는 것이죠.

그런데 이번 판결에서는 이런 식의 ‘책임 제한’을 두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부정행위 경위와 기간 및 정도, 노 관장과 최 회장의 혼인생활의 경위와 기간 및 경과 등을 고려할 때 김 이사장의 책임이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인 최 회장과 비교하여 특별히 달리 정해야 할 정도로 가볍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 했습니다.

앞서 재판부가 20억원의 손해배상액을 결정하면서 언급한 부분이 있습니다. “김 이사장과 최 회장은 2009년부터 부정한 관계를 유지하고 혼외자가 있다. 공개적으로 활동도 하고 있다”며 “최 회장은 현행 이혼소송 과정에서 노 관장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거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 부분입니다. 법조계에서는 “두 사람의 공개적 활동이 소송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후 소송은 어떻게 되나

김 이사장은 판결 후 항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는 기자단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노소영 관장님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법원의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항소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노 관장 측이 항소할 경우 2심은 진행됩니다. 노 관장은 이번 소송에서 30억원을 청구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항소할 이익은 있습니다. 그 경우 김 이사장이 항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2심은 1심이 판결한 20억원보다 적은 금액을 판결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손해배상 소송과 별도로 이혼소송의 상고심은 계속 진행됩니다. 이혼소송 2심에서 위자료 20억원을 명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노태우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어음 300억원의 존재, 노태우 전 대통령과 노 관장이 SK그룹의 성장에 기여한 정도 등 큰 쟁점들이 많기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20억원’이 바뀔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게 예상하는 의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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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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