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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수돗물 속 불소, 어린이 IQ 떨어뜨릴 수 있다” 美 정부 첫 공식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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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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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기준의 두 배에 달하는 불소가 함유된 수돗물을 마신 어린이는 지능지수(이이큐·IQ)가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미국 정부가 공식 인정했다

국립 독성물질관리프로그램(National Toxicology Program·NTP)이 기존 연구들을 분석해 작성한 최근 보고서에서 미 연방 기관은 높은 수준의 불소 노출과 어린이의 IQ저하 사이의 연관성을 ‘중간 수준의 신뢰성’으로 처음 인정했다.

AP통신은 “비록 이 보고서가 수돗물에 포함된 불소만의 건강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작성된 것은 아니지만, 높은 불소 수치가 신경학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불소는 치아를 코팅하고 있는 법랑질(에나멜)을 강화해 치아를 충치로부터 보호한다. 수돗물에 불소를 첨가하면 충치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실제로 1940~1950년대 불소화 수돗물을 공급한 지역에서 충치 발생률이 60% 감소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불소는 치아를 강화하고 충치를 예방하는 역할을 하며, 낮은 농도의 불소를 음용수에 첨가하는 것은 지난 세기 최고의 공중보건 성과 중 하나로 여겨진다.

국내에서는 일부 지역에서 불소화 수돗물을 공급하다 유해성 논란으로 인해 5~6년 전 대부분 중단된 상태다. 국내에서는 수돗물 내 불소 함유량을 물 1ℓ당 0.8㎎으로 제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음용수의 안전한 불소 농도를 1.5㎎/ℓ, 충치 예방을 위한 권장 수돗물 불소 농도는 1ℓ당 0.7~1㎎으로 설정했다. 미국 연방 보건 당국은 2015년 이후 1ℓ당 0.7㎎을 권장하고 있다. 이전 50년간 권장 상한선은 1.2㎎/ℓ였다.

연구를 수행한 NTP는 캐나다. 중국, 인도, 이란, 파키스탄, 멕시코에서 수행한 연구들을 분석한 결과, 1.5㎎/ℓ 이상의 불소가 포함된 음용수를 지속적으로 섭취할 경우 어린이의 IQ 저하와 연관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보고서는 다양한 불소 노출 수준에서 IQ가 얼마나 저하할 수 있는지 수치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연구에서는 높은 수준의 불소 노출을 받은 어린이는 IQ가 2~5포인트 저하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인구의 약 0.6%인 190만 명 정도가 1.5㎎/ℓ 이상의 불소가 포함된 수돗물을 사용하고 있다.

보고서는 낮은 수준 함유된 불소가 갖는 위험성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으며,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높은 수준의 불소가 성인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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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소는 물과 토양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미네랄이다. 약 80년 전, 과학자들은 자연적으로 불소가 더 많이 포함된 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충치가 더 적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를 계기로 치아 건강을 위해 불소 사용을 독려하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수돗물뿐만 아니라 치약에도 널리 사용됐다.

이후 진행한 많은 연구에서 높은 수준의 불소 노출이 뇌 발달과 영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동물연구에서는 불소가 학습, 기억, 실행 기능 및 행동을 담당하는 뇌 영역에서 신경화학 세포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과를 보여줬다.

2019년 캐나다와 미국 공동 연구팀은 불소가 든 수돗물을 임신부가 마시면 특히 아들의 IQ가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미국 플로리다 대학교의 연구원 애슐리 말린(Ashley Malin)은 이번 보고서와 관련해 “임신부가 물뿐만 아니라 특정 유형의 차에서 불소 섭취를 줄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음료에 불소 함량 표시를 요구할 지에 대한 정책 논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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