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8 (수)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암 유전자 돌연변이만 사멸… 비타민 B3로 표적치료 한계 극복 가능”[기고/배석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동아일보

배석철 충북대 의과대학 교수


현대 의학이 다른 질병에는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암 치료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된 원인은 암세포를 선별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암세포는 본래 우리의 정상 세포였던 것이 한두 가지 중요한 유전자의 변형으로 변모한 것이므로 그 생존 원리가 정상 세포와 유사해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없애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이러한 문제는 항암 치료 후 심각한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항암제는 암세포뿐만 아니라 일부 정상 세포까지 손상시키며 특히 분열하는 정상 세포가 함께 죽게 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전에는 분열하는 세포를 선택적으로 죽이는 물질이 우수한 항암제로 평가됐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심각한 부작용으로 인해 현재는 잘 사용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특정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전략에 따라 개발된 표적항암제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표적항암제 또한 분열하는 세포를 표적으로 한다는 근본적 개념은 과거와 동일하기 때문에 심각한 부작용이 따르고 있다. 이는 표적 치료제가 작용하는 유전자가 암세포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분열하는 정상 세포에서도 존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발생한다.

현대 생명과학의 결정체로서 표적항암제가 암 치료 분야에 획기적인 기여를 한 것은 분명하지만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암유전자를 공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현대 암 치료 전략의 한계이지 인간의 한계는 아니다. 인체의 세포는 놀라운 암화 방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시스템은 암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미세한 차이를 효과적으로 감지하고 해당 세포를 자살시킴으로써 암의 발병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암화 방어 시스템은 놀랍도록 민감해 수백조 개의 세포 중 하나의 세포에서 발생하는 암유전자 돌연변이도 정확히 찾아내 그 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시킬 수 있다. 만약 이러한 뛰어난 암화 방어 시스템이 없다면 모든 인간은 태어나기 전에 암에 걸릴 수밖에 없다는 수치적 계산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강력한 암화 방어 시스템을 가진 인간이 왜 암에 걸리는 걸까? 이는 드물게 생성되는 암화 방어 시스템 휴면 상태의 세포에 암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했을 때 해당 세포가 자살할 수 없게 되면서 암이 발병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휴면 상태의 암화 방어 시스템을 다시 활성화할 수 있다면 이 놀라운 시스템은 즉시 암세포의 암유전자 돌연변이를 감지해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스템의 존재는 학계에 오래전부터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작동 원리와 활성화 방법은 최근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필자의 연구팀은 최초로 암화 방어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규명하고 2019년 ‘네이처’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으며 이 시스템을 활성화할 수 있는 물질도 최초로 발견했다. 5년간의 임상시험을 통해 이 물질이 표적 치료제의 한계를 넘어 암 치료에 기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놀랍게도 이 물질은 바로 ‘비타민 B3’이다. 하루 1g의 비타민 B3를 경구 투여했을 때 표적 항암 치료를 받는 암 환자의 평균수명이 크게 증가하고 사망 위험이 현저히 감소하는 임상시험 결과를 최근 전문 학술지에 발표했다. 최근에는 하루 1g의 비타민 B3로 암 예방이 가능하다는 해외 그룹의 임상시험 결과도 발표됐다. 그러므로 암화 방어 시스템의 활성화제는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제 막 나와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비타민 B3는 하루 3g까지 장기간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연구 결과는 비타민 B3가 암 치료 및 예방에 있어서 ‘신이 내린 선물’이라 할 수 있다. 다른 비타민들도 암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있지만 작용 기전이 명확히 규명되고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비타민은 비타민 B3가 유일하다.

배석철 충북대 의과대학 교수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