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2 (목)

"디지털 강령술이냐"…4년 전 죽은 배우 '에이리언' 등장 논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영화 '에이리언: 로물루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 ‘에이리언’ 시리즈의 7편에 해당하는 신작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2년 전 세상을 뜬 배우의 모습을 인공지능(AI) 기술로 생성, 실제 배우처럼 등장시켜 논란이다.

21일(현지시간) 미 일간지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와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주 세계적으로 개봉한 ‘에이리언: 로물루스’에는 고인이 된 배우 이언 홈을 닮은 인조인간 캐릭터가 등장한다.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의 ‘빌보’ 역으로 많이 알려진 홈은 2020년 8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영국 출신의 홈은 1979년 개봉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원조 ‘에이리언’에서 비중 있는 인조인간 캐릭터 ‘애쉬’ 역을 맡은 바 있다.

이번 신작 ‘에이리언: 로물루스’ 제작진은 그의 얼굴과 목소리를 AI 기술로 생성해 새로운 캐릭터 ‘루크’를 탄생시켰다.

외신들은 이 AI 캐릭터의 등장이 일부 관객과 비평가들에게 거부감을 일으켰으며, 윤리적인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 관객은 엑스(X·옛 트위터)에 “이 캐릭터가 꼭 홈이어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며 “이것은 그저 모든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라고 썼다. 또 다른 관객은 “디지털 강령술이냐”고 비꼬았다.

온라인 매체 슬레이트의 비평가 샘 애덤스는 “활용할 수 있는 지식재산권(IP)이 있는데 죽은 사람을 왜 쉬게 놔두겠느냐”며 “이 시리즈에서 단 하나의 변함없는 존재는 괴물들의 존재를 넘어, 인간 생명 존중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거대 대기업의 영향력”이라고 꼬집었다.

이 영화를 제작한 디즈니 산하 20세기 스튜디오를 영화 속의 악덕 기업에 빗대 비판한 것이다.

다른 매체 슬래시필름 역시 “이상하고 결코 실제처럼 보이지 않는다”며 “단순한 진실은 이것이 나쁘게 보일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나쁜 아이디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영화를 연출한 페데 알바레즈 감독은 최근 LA타임스 인터뷰에서 해당 캐릭터를 만든 동기는 에이리언 시리즈 역사에서 이 배우의 위치를 기리고자 하는 진정한 열망 때문이었다면서 “그에 대한 큰 존경심을 갖고 모든 작업에 임했다”고 밝혔다.

알바레즈 감독은 제작진이 수년에 걸쳐 에이리언 시리즈에 등장한 모든 인조인간 캐릭터를 살펴보고 신작에서 다시 등장시킬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면서 “그동안 재등장하지 않은 배우 중 유일하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이언 홈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기술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는 “우리는 배우로서 그 사람의 재능을 재현하는 불가능한 일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 캐릭터들이 가진 공통점은 닮았다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알바레즈 감독은 홈의 유족인 부인 소피 드 스템펠에게 먼저 이런 구상을 설명하고 의견을 구했으며, 스템펠 역시 열렬한 반응을 보여 실행하게 됐다고 전했다.

정시내 기자 jung.sinae@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