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SNS로 대마, 해시시 등 마약을 유통한 외국인 범죄단체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화방 이름을 콜롬비아 역사상 최대 마약 카르텔 수괴 '파블로 에스코바르'(Pablo Escobar)로 정한 게 눈에 띈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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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웹으로 대마 등 마약 밀수해 외국인이 밀집 거주하는 수도권과 충청권 도시에 대량 유통한 러시아 등 구(舊) 소비에트연방 출신 외국인 범죄단체가 경찰에 붙잡혔다. 3년 전 외국인 마약 범죄조직 사건의 말단 판매책으로 연루된 뒤 해외로 도피해 새 외국인 마약 범죄조직 총책으로 지목된 러시아인은 인터폴 적색수배로 송환 예정이다.
경기남부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계는 경기 안산, 시흥, 안성, 인천, 충남 아산 일대에서 대마, 해시시(Hashish·대마 압축 덩어리) 등 마약류 40억여원어치를 유통한 혐의로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CIS(독립국가연합) 출신 외국인 P씨(30) 등 12명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하고 이들에게 마약을 산 단순투약자 113명을 검거했다고 12일 밝혔다.
P씨 등 5명에겐 형법 114조(범죄단체 등의 조직) 혐의를 적용했다. 2021년 9월부터 지난 3월까지 마약 공급, 자금 세탁, 마약을 수거한 뒤 포장해 던지기 수법으로 판매하는 체계를 갖추고 마약을 유통한 정황이 드러나서다. 외국인 마약 사범들에게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용한 건 지난 2021년 2월 ‘화성 외국인 마약조직 집단 구타 사건’ 이후 3년여 만이다. 당시 우즈베키스탄 출신 두목 A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10년 확정판결을 받았고, 중간책들도 징역 5~7년을 선고받았다.
경기남부경찰청 국제범죄수사계가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외국인 마약 유통조직 범죄 수사를 벌여 12명을 구속하고 113명을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사진은 소분된 대마 80개(200g), 휴대용 전자저울, 유리·페트병 대마흡입도구 등.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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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의 총책 M씨(27·러시아)는 과거 A씨 조직과 연루된 마약 판매책이었다. M씨는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해외로 도피했는데, 인도네시아와 태국을 오가며 새 마약 범죄를 설계하고 다크웹에서 마약을 구해 국내 유통망에 공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M씨 조직은 CIS 출신의 불특정 다수 외국인에게 마약 거래를 제안하고 응하면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대마, 해시시, 오늘 평택 포승=O, 안산 선부동=O, 화성 발안=X’ 등 구매 가능 지역까지 공지해 투약자를 모집했다고 한다. 대화방 이름은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 수괴로 알려진 파블로 에스코바르(Pablo Escobar)였다.
마약 대금은 편의점 계산기에서 바코드를 인식하면 입금할 수 있는 환전 금융 시스템을 활용했다. 매매대금을 찾아오는 인출책에겐 전체 대금의 1%를 지급했다. M씨가 지정한 장소에서 대마를 수거해 소분한 뒤 던지기 수법으로 유통한 판매책들은 대마 1건당 2만5000원, 해시시 3만원씩 수수료를 받았는데, 하루 150만원, 월 최대 45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소문에 CIS 출신 국가 외국인들 사이에서 ‘고수익 아르바이트’로 소문이 났다고 한다.
경찰은 지난해 5월 첩보를 입수해 수개월 간 이른바 위장 수사(언더커버)를 벌인 끝에 판매책, 중간책, 총책을 모두 특정했다. 2021년 1월부터 최근까지 마약 거래에 사용된 금융 계좌 자료도 분석해 이들에게 마약을 소량씩 산 투약자까지 추적해 검거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무작위로 국내에 체류하는 CIS 출신 외국인들에게 전화를 걸고 SNS로 마약을 사겠느냐고 제안한 뒤 언제 어디서 마약이 풀린다고 공지해 대량 유통하는 수법을 보였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 2월 '화성 외국인 마약 조직 구타·강탈 사건'을 수사해 대법원의 범죄단체조직죄 유죄 확정 판결을 이끌어낸 경기남부경찰청 국제범죄수사계 1팀(팀장 경감 지용규)이 3년여간 40억원여어치 마약류를 국내 외국인 밀집지역 11개 도시에 유통한 혐의로 외국인 마약범죄조직 계보도를 그려 범죄단체조직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진은 수사팀의 범죄단체조직죄 의율, 유통 조직 검거 계획 연구회의. 손성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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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의 한 대학가 원룸촌에선 해시시 제조 과정에 폭발 화재가 나 외국인 마약 제조·유통 사범 K씨가 전신 화상을 입는 일도 있었다. 지난달 초순 K씨의 공범 등 7명이 마약류관리법 위반(대마) 등 혐의로 구속됐고, 폭발 화재를 스스로 진화하다 다친 K씨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13일 오후 수원지법에서 열린다. 압수한 마약은 대마 1.2㎏, 해시시 54g, 메페드론 242g 등이다. 메페드론은 중추신경 흥분제로 과다 복용하면 사람을 물어뜯어 좀비 마약으로 불린다. 마약 외에도 대금, 차량 등 23억5000만원을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인 범죄 전담인 국제범죄수사계 형사들이 총력을 다해 클럽 등 유흥가 뿐 아니라 외국인 밀집 지역 주택가, 대학가의 마약류 거래를 단속하고 있다”며 “시민들도 마약류 제조, 판매, 투약 등 불법행위를 목격할 경우 경찰에 즉시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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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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