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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밤의 경제’ 돌아오나…코로나19 때 끊겼던 ‘2차 회식’ 다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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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근회(35세)씨는 최근 들어 잦아진 술자리에 미리 결제했던 헬스 개인트레이닝(PT) 이용권을 다 쓰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했을 때에는 저녁 모임이 크게 줄면서 원래는 퇴근 후에 운동 같은 개인 시간을 가지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저녁 약속이 다시 늘자 운동할 시간을 좀처럼 내지 못한 것이다. 이씨는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직후에는 아직 코로나19 확산 우려도 남은 데다, 회식하지 않는 문화도 퍼지면서 약속이 있더라도 늦게까지 이어지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요즘에는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괜찮다는 인식에 예전처럼 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문화가 돌아온 느낌”이라고 했다.



주점, 늦은 저녁 매출 비중 초저녁 넘어섰다



코로나19로 크게 줄었던 늦은 시간대 소비 활동이 최근 들어 다시 살아나고 있다. 21일 중앙일보가 BC카드 데이터사업본부와 함께 주요 대면 업종의 시간대별 카드 매출 비중을 분석할 결과 이른 저녁 시간대 매출 비중이 줄고, 늦은 시간대 매출 비중이 최근 들어 다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앙일보

정근영 디자이너



대표적으로 주점은 리오프닝 직후인 2022년 상반기 ‘오후 10시~자정’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7%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이 시간대 주점의 매출 비중은 18.5%까지 증가했다. 반대로 같은 기간 주점의 ‘오후 6시~오후 8시’ 매출 비중은 19%→16.3%로 줄어들면서 두 시간대의 매출 비중이 역전되는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 확산이 잦아진 직후에는 저녁 모임을 가지더라도, 초저녁 시간대인 오후 8시 이전에 끝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정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2차 회식’ 문화가 다시 늘어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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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주점뿐 아니다. 통상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지 않는 식당 같은 요식업도 ‘오후 10시~자정’ 시간대 매출 비중이 이 기간 3.2→4%로 늘었다. 반면 이른 저녁 시간(오후 6시~오후 8시) 매출 비중은 19.7%→19.6% 소폭 감소했다.



새벽 매출 비중도 급증…야간 택시 이용도 늘어



자정을 넘어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지는 시간대의 매출 비중도 늘어났다. 2022년 상반기와 비교해 올해 상반기 주점의 ‘자정~다음 날 새벽 2시’ 매출 비중은 5%→8.2%로 급증했다. 요식업도 같은 기간 이 시간대 매출 비중이 0.7%→1.33%로 약 2배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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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늦은 시간까지 소비 활동을 하는 사람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다른 업종에도 영향을 끼쳤다. 대표적인 것이 택시다. 2022년 상반기와 비교해 올해 상반기 택시의 ‘오후 10시~자정’ 시간대 매출 비중은 10.1%→12%로 늘었다. 또 같은 기간 ‘자정~다음 날 새벽 2시’ 매출 비중도 8.1%→10.9%로 상승했다. 새벽까지 이어진 술자리에 심야 택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증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주말 영화관, 낮 매출 비중 줄고 저녁은 늘어



또 다른 대표적 대면 업종인 영화관은 평일과 주말이 다른 양상을 보였다. 평일 영화관 매출은 2022년 상반기와 올해 상반기를 비교해 오전과 점심 시간대 매출 비중이 소폭 늘고, 오후와 저녁 시간대 매출 비중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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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기간 주말 영화관은 오후 시간대인 ‘오후 2시~오후 4시’ 매출 비중이 20.9%→19.55%로 감소했지만, 저녁 시간대인 ‘오후 6시~오후 8시’ 매출 비중이 11.8%→12.5% 늘어났다. 상대적으로 저녁 소비 활동이 살아나면서 주말 밤에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밤의 경제’ 회복 내수 청신호…“코로나19 이전 회복 어려울 듯”



늦은 시간까지 소비 활동을 이어가는 이른바 ‘밤의 경제’가 회복하는 조짐을 보이는 것은 내수 회복의 청신호다. 소비하는 시간이 늘면서 그만큼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되는 데다, 택시 같은 다른 업종으로도 돈을 쓰는 사람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 통상 늦은 시간대 소비는 음주 등을 동반하기 때문에 씀씀이도 커진다.

다만 전문가들은 ‘밤의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더라도 코로나19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가긴 힘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과거처럼 늦게까지 모여서 먹고 마시는 문화가 더는 선호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늦은 시간대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코로나19로 위축했던 소비 심리가 풀리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이라면서 “다만 대면으로 모여서 소비하기보다, 온라인을 통해 개인적으로 쓰는 새로운 소비 패턴의 등장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기 때문에 자영업자들도 이에 맞춰 다른 형태로 매출 증가를 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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