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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이젠 서로 필요 없네" 중국·일본 최대 철강사 합작 46년만에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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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바오스틸, 日닛폰스틸 상하이 소재 합작사 28일 해체…
중국 산업 근대화 기반 이뤘지만 일본 완성차 부진 직격탄

머니투데이

덩샤오핑 중국 주석이 1978년 일본을 찾아 산업현장을 시찰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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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鄧小平) 개혁개방의 초석이 된 중국과 일본 간 철강 합작이 종료됐다. 합작을 통해 얻을 상호 이익이 사실상 모두 사라진 상황인 만큼 뜻밖의 전개는 아니지만 최근 두드러지는 외국 자본의 중국 투자 기피 현상을 반증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1일 일본 국영 철강사인 닛폰스틸 발표를 인용해 "일본 닛폰스틸과 중국 바오스틸 간 20년간 이어진 합작투자가 종료되며, 상하이에 설치된 합작사 본사도 해체한다"고 보도했다.

합작투자는 오는 29일 공식 만료된다. 닛폰스틸은 중국에서 연간 100만톤 가량의 생산능력만 유지할 예정인데, 기존 주력인 자동차용 철강재가 아닌 바오스틸 자회사 우한스틸과 합작한 식품용 캔 원료 주석판 제조를 위한 것이다.

바오스틸과 닛폰스틸 간 합작은 중국 철강의 현대화를 이끈 일대 사건이었다. 합작사 자체의 나이는 20년이지만 협력 자체의 역사는 46년에 달한다. 핵심엔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끌어 국부 중 하나로 추앙받는 덩샤오핑이 있다. 그는 1978년 10월 일본을 방문했다. 같은 해 8월 체결된 중일 평화조약을 비준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진짜 목적은 철강산업 협력 체결이었다.

철강은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산업 현대화의 핵심 인프라다. 철강 현대화의 필요성을 느낀 덩샤오핑은 닛폰스틸(당시 신닛데츠) 기미쓰 공장을 방문, 새로운 철강생산 현장을 직접 목도했다. 덩샤오핑은 귀국 직후인 12월 3중전회(중앙위 3차 전원회의)에서 일본 기술을 도입한 대규모 철강단지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 철강단지가 지금은 세계 최대 철강사가 된 중국 국영 바오스틸의 전신이다.

역사 깊은 합작 종료의 직접적 원인은 중국산 철강재의 품질 향상과 중국 시장 내 일본 자동차 판매 감소다. 고급 철강재의 가장 큰 수요처는 자동차 섀시(틀)와 표면용 강판 등인데, 일본 자동차들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축소 일로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일본 3대 완성차 제조사(토요타, 닛산, 혼다)는 올 상반기 중국에서 154만대의 자동차를 팔았는데, 이는 전년 대비 13%나 줄어든 양이다. 3년 연속 감소다. 미쓰비시자동차는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완전 철수했고, 닛산도 복수 공장을 폐쇄하는 등 중국 사업을 구조조정하고 있다. 반면 상반기 중국 시장 내 중국산 브랜드 점유율은 60%를 넘어섰다.

중국 철강사들로서는 일본 철강사와 합작을 통해 일본 완성차 브랜드들에 러브콜을 할 필요성이 점점 낮아진다. 닛폰스틸로서도 중국산 철강재에 밀려 제대로 제품이 팔리지 않는 중국시장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서로 필요가 없어졌다는 거다.

베이징 소재 안바운드컨설팅 자오지장 연구원은 "이번 합작 종료는 경제 면에서 일본과 중국 관계가 과거 교사와 학생 관계에서 보다 평등하고 경쟁적인 관계로 전환됐음을 보여준다"며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강력한 혁신을 하는 반면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시장 성장에 대한 대응이 느리다. 이들의 철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말했다.

닛폰스틸의 철수엔 명분이 있다지만, 최근 연이어지는 외국 투자기업들의 중국 철수를 보는 중국 정부의 시선엔 불안감이 읽힌다. 리창 중국 총리는 19일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외국인 투자 진입 제한을 더 완화하고, 제조업 부문에선 외국인 투자 진입 제한 조치를 전면 폐지한다"고 밝혔다. 또 "외국인 투자 유치 정책을 최적화하고, 외국 기업인의 합리적인 요구에 적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대책이 실질적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중국이 언제든 불필요한 규제를 통해 외국기업에 다시 족쇄를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글로벌 기업들이 두 눈으로 목격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국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전년 동기 대비 29.6% 감소했다. 지난 6월(-29.1%)보다 감소폭이 더 커졌고,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월(-32.6%) 이후 최저치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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