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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사설] 우크라戰이 ‘헬기 무덤’인데 아파치 헬기에 4조7000억 써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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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한미연합 군사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 (UFS·을지프리덤실드) 연습이 시작한 지난 19일 경기 평택시 팽성읍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상공에서 AH-64 아파치 헬기가 이륙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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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4조7000억원어치의 아파치 공격 헬기(AH-64E)를 미국에서 구입한다. 아파치는 이론의 여지 없는 세계 최강의 공격 헬기다. 우리 군은 2017년 아파치 36대를 실전 배치했으며 이번에 같은 대수를 추가 도입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헬기는 무용론이 나올 정도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군 공격 헬기인 Mi-28이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고 추락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공격 헬기가 실전에서 드론에 당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200억원이 넘는 러시아군 Ka-52 공격 헬기 등도 1000만원 안팎인 휴대용 미사일에 걸려 줄줄이 격추됐다. 지난 2월 러시아가 공격 헬기의 40%를 잃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우크라이나 전장은 ‘헬기 무덤’이 됐다. 미국 아파치는 러시아제 헬기보다 안전 측면에서 낫다고 하지만 지대공 방어망에 걸리면 격추를 피하기 어렵다. 원래 공격 헬기는 적의 전차나 진지를 파괴해 아군의 작전을 용이하게 하는 근접 지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드론과 휴대용 미사일의 발달로 기존 운용 교리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올 초 미 육군은 이미 20억달러를 투자한 차세대 공격 정찰 헬기 사업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미 육군 참모총장은 “(헬기의) 공중 정찰이 근본적으로 변했다는 것을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배우고 있다”고 했다. “무인 시스템이 더 멀리 도달하고 더 저렴해졌다”고도 했다. 미군은 헬기 대신 무인기와 유·무인 복합 시스템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국부터 유인 헬기 운용을 재검토하는 것이다. 일본 자위대도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는 아파치 헬기를 추가 도입하려 했다. 그런데 전쟁 양상이 전례 없이 흐르자 헬기 계약을 취소하고 무인 공격기를 증강하기로 했다.

방위사업청은 “드론은 신뢰성 있는 타격이 어려워 한계가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와 한반도는 지형이 다르고 공격 헬기의 유용성도 나라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 추가 도입을 결정한 것을 바꿀 수 없었던 탓일 것이다. 실제 전쟁보다 더 큰 교훈을 주는 것은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 전쟁 시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 군이 타성이 아니라 혁신적 사고로 국민의 막대한 혈세를 사용했으면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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