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스타’ 김예지 “영화, 드라마도 의향 있다”… 마음 바꾼 이유는?

파리 올림픽 사격 메달리스트 김예지가 20일 오후 봉황기 전국사격대회가 열리고 있는 전남 나주시 전라남도 국제사격장에서 언론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 파리올림픽 사격 10ｍ 공기권총 은메달리스트 김예지(임실군청)가 “훈련과 경기에 지장이 가지 않는다면 (연기도) 해볼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예지는 20일 전남 나주의 전라남도국제사격장에서 열린 사격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드라마나 영화 출연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제의가 들어왔는지 모르겠다”면서 이렇게 답했다.

앞서 김예지는 올림픽 기간 스타로 떠올랐다. 그가 지난 5월 국제사격연맹(ISSF) 바쿠 사격 월드컵 25ｍ 권총 결선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고도 무심하게 총을 내려놓은 장면이 소셜미디어에 퍼졌고 “영화 속 킬러 같다”는 반응이 나온 것이다. 엑스 소유주 일론 머스크도 “액션 영화에 캐스팅하자”고 댓글을 남겼다.

김예지는 당초 “나는 운동선수”라며 액션영화에 출연할 계획이 없다고 했으나, 이날은 각종 광고는 물론 연기 제안이 온다면 나설 뜻이 있다고 했다. 그는 온라인 캐스팅 매니지먼트사와도 계약을 맺은 상태다.

지난달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라온 김예지 선수 관련 게시물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액션 영화에 캐스팅돼야 한다. 연기할 필요조차 없다!"는 댓글을 달았다. /X(옛 트위터)

김예지는 방송 활동을 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국민들이 ‘사격 선수가 이런 것도 하네?’라며 사격에 좀 더 관심을 줄 수 있겠단 생각에 결정했다”며 “예능은 물론 게임, 식품 회사, 미국 기업도 광고가 들어온 걸로 안다. 훈련과 경기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촬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운동만으로 기록을 내고 사격을 알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격 같은 비인기종목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다고 해도 반짝 인기일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내 이름은 잊힐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방송 활동을 하면 사람들에게 ‘사격 선수’라는 게 계속 인식돼 사격을 대중에게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기종목이 누리는 걸 우리는 받지 못했다. 후배들은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예지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화보 모델로 나설 계획이라며 “23일에 촬영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광고·영화 촬영에 대해 쓴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에는 “내가 쏜 거니 어쩔 수 없다. 받아들여야 한다 변명할 생각은 없다. 그냥 내가 더 잘 쏘면 된다”고 했다.

파리 올림픽 사격 메달리스트 김예지가 20일 전남 나주시 전라남도 국제사격장에서 열린 제54회 봉황기 전국사격대회 25m 권총 여자일반부에 출전해 과녁을 조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예지는 본업에 소홀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그는 “제 목표는 내년 세계선수권대회, 2년 뒤 아시안게임”이라며 “그리고 4년 뒤 LA 올림픽에서 매번 나를 뛰어넘는 것이다. 내 목표는 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많은 대회에서 신기록을 세웠지만 이렇게 관심을 받아본 적은 처음”이라며 “소셜미디어에서 많은 분들이 저 때문에 희망을 얻고 있다거나 사격에 관심이 생겼다고 할 때 뿌듯하고 나로 인해 이들이 희망과 원동력을 얻는다는 것에 힘이 난다”고 했다.

지난 9일 기자회견 중 실신한 것과 관련해 “지금은 몸 상태가 굉장히 나아졌다”며 “보다시피 오늘 대회 신기록을 세울 정도로 좋아졌다”고 했다. 그는 “과로 때문에 몸에 무리가 왔었다”며 “저도 쓰러진 게 처음이라 깜짝 놀랐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 정도로 내가 열심히 했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한편 김예지는 이날 열린 제54회 봉황기 전국사격대회 여자 일반부 25m 권총 본선에서는 590.0점으로 대회신기록을 세웠으나 결선에서는 4위(23점)를 기록했다.

[최혜승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