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2 (목)

"우크라-러시아 '부분 휴전협상' 예정됐다…본토 공격에 무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최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영향으로 비밀리에 추진되고 있던 양국 간 '부분 휴전 협상'이 일단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내 다리를 파괴하는 등 일정 성과를 내고 있다.

머니투데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의 로널드 레이건 연구소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부설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2024.07.10. /AP=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7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복수의 외교관 및 관계자들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이번 달 카타르 도하에 대표단을 파견해 양측의 에너지 및 전력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는 합의를 협상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해당 회담은 카타르가 중재자 역할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대표단을 각각 따로 만나는 간접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6일 우크라이나가 국경에서 가까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을 기습 침공하면서 이 회담은 무산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러시아 대표단이 이를 두고 '긴장 고조'라고 표현하며 "우크라이나가 국경 침공에 대해 사전에 경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소식통들은 다만 "러시아가 회담을 취소한 것이 아니라 시간을 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측의 입장에도 도하에 대표단을 파견하기를 원했으나 카타르는 우크라이나와만 회담을 진행하는 것이 도움되지 않는다고 보고 회담 진행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한 WP의 질문에 "도하 회담이 중동 상황으로 인해 연기됐다"면서도 오는 22일 화상 회의 형식으로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크렘린궁과 미국 백악관은 WP의 논평 요청을 거부한 상태다.

WP는 "협상에 참여하려는 의지는 양국이 어느 정도 변화한다는 신호였다"며 "협상에 관여한 이들은 종전을 향한 보다 포괄적인 합의로 이어질 수 있기를 희망했다"고 짚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2014년 침공·병합한 크름반도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땅에서 모든 병력을 먼저 철수할 경우에만 완전한 휴전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의 일부로 선언한 영토 중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지 않은 일부를 포함 우크라이나 4개 지역을 자국에 할양할 것을 우크라이나에 요구한다.

머니투데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냉각탑에서 11일(현지시간) 화재가 발생했다. 2024.8.11. /AFPBBNews=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심 문제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순항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우크라이나 전력망을 공격해왔다.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도 드론을 통해 러시아 석유 시설을 타격하면서 세계 유가에 영향을 미쳤다. 우크라이나 주민들은 전력 불안정을 이유로 다른 국가로 이주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관리들도 러시아의 폭격이 계속될 경우 남은 주민들 역시 올해 겨울을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이날까지 13일째 러시아 본토 지역 공격에 나선 가운데, 특히 이날 오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인근 도로에 대한 드론 공격이 발생하면서 IAEA가 조사에 나섰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의 핵 안전 및 보안에 대한 위험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에 "원전 보호를 위해 수립된 5대 원칙을 엄격히 준수해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에선 지난 11일 냉각탑 한 곳에 공격에 의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양측은 상대방을 공격 주체로 지목한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군이 쿠르스크 원자력 발전소 공격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하면 러시아는 즉각 강력한 군사 보복 및 기술적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헤오르히 티크히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X에 글을 올려 "러시아의 미친 선동이 또 급증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는 그러한 행동을 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비판했다.

머니투데이

[쿠르스크=AP/뉴시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제공한 사진에 지난 16일(현지시각)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의 글루시코보 마을 인근 세임강 다리가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파괴되고 있다. 러시아군이 군 병력과 물자를 공급하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이 다리는 미국산 로켓 하이마스에 의해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4.08.18.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7일 우크라이나 군이 쿠르스크 내 점령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이 지역 80개 마을, 1150㎢ 면적(서울의 약 2배)을 점령했다고 주장한다. 전날에는 우크라이나 군이 러시아 쿠르스크의 글루시코보 마을 인근 세임강 다리를 파괴했는데, 이에 대해 러시아는 서방의 무기가 이 지역에 처음 동원됐다며 미국산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이 쓰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다리는 군 물자 공급에 사용돼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저녁 화상 연설을 통해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을 향해 장거리 무기 사용을 해제해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세 나라는 사거리 250km 이상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했으나 본토 공격 용도로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는 "미군의 장거리 능력은 가장 중요하고 이 전쟁의 가장 전략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이라며 "우리는 외교적 활동을 강화해 파트너들을 향해 과감한 조치, 과감한 결단의 필요성을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의 진로를 바꾸어 정의로운 평화로, 진정한 결론으로 이끄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