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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1 (수)

과시욕? 열등감? ‘서울대생 학부모가 타고 있어요’ 스티커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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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대학교발전재단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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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UD FAMILY’(자랑스러운 가족) ‘PROUD PARENT’(자랑스러운 부모)



서울대학교발전재단이 서울대생 가족임을 나타내는 차량 부착용 스티커를 배포한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학교 이름과 문양을 넣은 ‘굿즈’는 대부분 대학이 판매하고 있지만 재학생 ‘가족’임을 드러내는 스티커는 흔치 않은 탓이다. 일각에선 논란 자체를 학벌주의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드러내는 풍경으로 여기기도 했다.



15일 서울대학교 발전재단(재단) 누리집을 보면 재단은 ‘SNU FAMILY 스티커’라고 이름 붙인 차량 부착용 스티커를 신청받아 배포한다고 안내했다. 스티커는 서울대 문양과 함께 ‘I’M MOM’ ‘I’M DAD’ 등 가족 관계를 나타내는 것과, ‘PROUND FAMILY’(자랑스러운 가족) ‘PROUND PARENT’(자랑스러운 부모)를 표시하는 것 등 4종류다. 이 스티커를 신청하기 위해선 연락처와 함께 서울대 재학 자녀의 이름과 입학년도, 학과 등을 적어야 한다. 재단은 서울대학교 기금 조성을 맡고 있는데, 이번 스티커 배부는 기금 조성을 위해 부모들의 연락처를 확보하는 등의 목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

서울대 학교발전재단 누리집에 올라온 서울대 가족 스티커 배부 안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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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가족의 자부심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스티커에 학벌주의를 조장한다는 거부감과 구태여 민감하게 반응하기는 모호한 문제라는 의견이 엇갈린다. 과학 팟캐스트 진행자인 원종우씨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부모 가족 엄마 아빠 스티커의 공식적인 배포에 이르면, 서울대가 손수 나서서 이 사회의 저열한 정신 수준을 증명하고 있다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후진국형 계급주의적 천박함, 이미 성인인 서울대생을 양육해 낸 부모임을 자랑함으로써 자식을 철부지로 만들면서 그걸 인지조차 못 하는 사고의 수준, 이 모든 것을 아무 문제의식 없이 공식화해낸 재단 측의 발상과 실행의 촌스러움까지. 뭐 하나 부족함 없이 이 나라의 현재 상태를 제대로 보여준다”고 날을 세웠다. ‘서울대의 나라답다’는 비판이나 미국 대학을 따라 ‘굳이 영어로 적어넣은 것’을 꼬집는 목소리를 내는 누리꾼들도 있다.



서울대 학생들 사이에서도 불편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대 사회학과에 다니는 장하엽씨는 “연구 기능 등 정작 중요한 국립대학으로서 본질은 사라진 채 부모의 경제력에 좌우되는 입시, 그럴 듯한 이미지 같은 상표화 된 모습만 부각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에선 학교에서 부모 굿즈 다 팔고 흔하게들 팔고 다닌다’며 굳이 논란 거리로 삼을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하버드 대학 가족임을 드러내는 ‘HARVARD MOM’ 이나 예일대 가족임을 드러내는 ‘YALE COUSIN’이 적힌 티셔츠 사진을 전하는 이들도 있다. 한 누리꾼은 이번 논란 자체를 서울대 스티커 논란을 ‘(서울대를 둘러싼) 열등감과 과시욕이 도드라지는 씁쓸한 모습’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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