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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한동훈이 '김경수 복권'을 반대하는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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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한동훈 "제 뜻 이미 충분히 전달"…與 4선 중진들 "김경수, 선거제도 악용…복권 반대"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4선 중진의원들과 오찬을 하기 위해 식당에 들어서고 있다. 2024.8.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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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에 대한 8·15 광복절 특사 복권과 관련해 여권이 들썩이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김 전 지사 복권 반대 입장을 전달하면서다. 한 대표는 12일 기자들을 만나서도 "제 뜻에 대해선 이미 알려졌다"며 김 전 지사 복권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이 재점화하는 등 여권 내부 분열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대표가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대표가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풀이된다. △김 전 지사 복권에 대한 여권 지지층의 반발을 당 대표로서 대변해야 할 의무 △김 전 지사의 정치권 복귀가 차기 대선에 미칠 영향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 등이다.

먼저 한 대표는 김 전 지사에 복권 여부에 대해서도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고 있다. 이른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한 중대한 선거 범죄인데다 당사자인 김 전 지사가 반성하고 있지 않은 만큼 복권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여론을 의식해야 한단 입장이다. 친한(친한동훈)계 핵심 의원은 12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김 전 지사 복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국민 여론이 있다면 당 대표로서 그런 입장을 대통령실에 전달하지 못하는 게 과연 건강한 당정관계라 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 여권 인사는 "한 대표는 법무부 장관 때부터 MB(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반대 등 정치적인 것보단 법리적으로 원칙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걸 하나의 캐릭터로 가져가려는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보수 지지층 내 김 전 지사 복권에 대한 반발 기류를 한 대표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보수 진영에선 (김 전 지사 복권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한 대표도 보수 지지층 눈높이에서 볼 때 대선 과정에서 부정한 행위를 저지는 김 전 지사를 사면·복권해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친한계 의원도 "국민들이 관심을 가진 이슈에 대해 당 대표가 입장을 가질 수 있다"며 "보수적인 사람들은 지금 김 전 지사 사면·복권에 다들 화가 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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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스1) 오대일 기자 =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1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런던으로 출국하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일시 귀국한 김 전 지사는 이날 출국 후 영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독일 에버트재단 초청으로 베를린에서 6개월 정도 머무른 후 올해 연말 귀국할 예정이다. 2024.6.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인천공항=뉴스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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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한 대표가 김 전 지사가 정치권에 복귀할 경우 차기 대선에서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우려했단 해석이다. 이른바 '친문(친문재인) 적자'로 불리는 김 전 지사가 복권될 경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만에 하나 이 후보가 사법 문제 등으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면 김 전 지사가 강력한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김 전 지사를 복권해주는 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 패를 하나 내어주는 것"이라며 "PK(부산·경남) 출신의 유력한 야권 주자를 정치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아니냐. 오세훈·한동훈 등 이해당사자인 당내 대권 주자들은 의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김 전 지사는 이재명 민주당 당 대표 후보를 대체할 수 있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이 후보를 상대로 대선을 치르는 게 (여권에선) 유리하다는 인식이 깔린 것 같다"고 했다.

또다른 여권 인사는 "한 대표는 이 후보와 1 대 1 구도가 자신에게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 구도가 김 전 지사 복권으로 깨지고 흔들리는 것. 한 대표에게 붙은 친문 성향의 팬덤이 이탈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 대표가 김 전 지사 복권 문제 등을 계기로 윤 대통령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둬야 차기 대권 도전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22대 총선에 출마했던 한 친윤 인사는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차별화할 때 주목받았다.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계속 대통령실과 각을 세워야만 자신이 주목받을 수 있단 정치적 계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댓글팀(여론조성팀) 운영에 관여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한 대표가 댓글 사건으로 처벌받은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반대함으로써 자신의 결백을 강조하려는 것 아니냔 분석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대표가 댓글팀 의혹에 조금이라도 관여된 것이 있다면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김 전 지사에 대해 복권을 반대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다만 한 친한계 의원은 "한 대표 머릿속엔 전혀 그런 게 없다"며 "(김 전 지사는) 작정하고 여론 조작을 기획하고서 반성도 안 하고 있는 사람이다. (한 대표는)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을 복권한다는 것 자체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 대표는 이날 김 전 지사 복권 문제와 관련해 "제 뜻에 대해 이미 알려졌고 충분히 전달된 것으로 본다"며 말을 아꼈다.

당 안팎에선 윤 대통령이 김 전 지사 복권을 재가할 경우 당정관계가 냉각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애초 (대통령실은) 이 후보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김 전 지사 등으로 야권의 대권 후보군을 늘려 분열시키려고 했던 의도였을 것"이라며 "한 대표가 여기 참전하면서 여권 내 분열상이 치닫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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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4선 의원 오찬회동에 참석하고 있다.왼쪽 사진부터 한 대표, 한기호 의원, 이종배 의원, 김상훈 의원, 김도읍 의원, 이헌승 의원, 윤영석 의원. 2024.08.12. suncho21@newsis.com /사진=조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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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한 대표와 오찬을 가진 국민의힘 4선 중진 의원들은 김 전 지사 복권 반대 의사를 피력하며 한 대표 입장에 손을 들어줬다. 이날 오찬에 참석한 한 중진 의원은 "의원들이 먼저 (김 전 지사 복권 반대 입장을) 이야기했다"며 "김 전 지사는 선거제도를 악용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중범죄자인데 반성도 안 하는 가운데 복권은 맞지 않다. 어떤 루트를 통해서라도 우리가 (대통령실에) 이야기 해야 한다고 의견이 나왔다"고 했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8일 사면심사위원회를 열어 김 전 지사 복권 등의 내용을 담은 '광복절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자 명단을 결정했다. 이는 1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과 윤 대통령의 재가를 통해 확정된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2021년 7월 징역 2년형을 확정받았고 2022년 12월 신년 특사로 사면됐지만 복권되지 않아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됐었다. 이번에 복권이 확정되면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 출마의 길이 열린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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