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이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 과정에 개입한 내용이 담긴 메모를 확보했다. 메모엔 ‘고위간부를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의 비서실장 격인 박 전 보좌관은 경찰로 넘어간 채 상병 사건 기록을 국방부가 회수·재검토에 착수할 때인 지난해 7~8월께 대통령실과 잦은 통화를 해 두 기관을 잇는 ‘핫라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12일 한겨레가 공수처 등을 취재한 결과, 박 전 보좌관은 조사본부가 지난해 8월9일 채상병 순직사건을 재검토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조사본부 관계자들에게 30여차례 전화해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 등 고위간부를 혐의자에서 빼야한다는 취지로 주문했다고 한다. 공수처는 이런 내용이 담긴 조사본부 관계자의 업무 메모를 확보했다.
이는 앞선 이 전 장관의 해명과 배치된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7월31일 오전 11시54분께 대통령실 전화번호인 ‘02-800-7070’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은 직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채상병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한 바 있다. 이첩 보류 지시가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자 이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에서 “(박 전 보좌관과 대화하면서) ‘초급간부들이 심리적으로 굉장히 힘들 것 같다’ 이런 대화가 조금 있었다”며 당시 지시의 배경을 설명했다. 박 전 보좌관이 초급간부를 혐의자로 적시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전했기 때문에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는 취지다.
하지만 공수처가 확보한 메모에는 박 전 보좌관이 초급간부가 아닌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한 고위 간부들의 범죄 혐의를 적시하지 말라고 주문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 전 장관이 실제 초급 간부 처벌에 대한 우려로 지난해 7월31일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했는지 확인이 필요해졌다.
애초 조사본부는 초급간부 2명을 빼고, 임 전 사단장 등 6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경찰에 이첩하려고 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채 상병 소속 대대장 등 2명에게만 혐의를 적시해 사건을 최종 이첩했다. ‘고위간부를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박 전 보좌관의 주문이 조사본부 최종결론에 반영된 것이다. .
채 상병 사건을 재검토 한 조사본부에 외압이 행사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이 전 장관과 그의 비서실장인 박 전 보좌관을 상대로 한 공수처 조사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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