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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1 (수)

독립기념관, ‘광복절 자체 경축식’ 취소…개관 37년 만에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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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의 정부 주최 광복절 기념행사 참석 이유로 알려져

세계일보

독립기념관이 오는 15일로 예정된 각종 행사를 안내하면서 같은 날 열리기로 되어 있던 ‘광복절 경축식’을 기관 내부 사정에 따라 진행하지 않는다고(빨간 네모) 알렸다. 독립기념관 공식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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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관이 개관 이래 처음으로 광복절 경축식을 진행하지 않는다.

12일 독립기념관에 따르면 ‘제79주년 광복절 경축 문화행사 ‘그날이 오면’’은 오는 1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되지만, 같은 날 오전 예정된 광복절 경축식은 열리지 않는다. 경축식이 열리지 않는 건 1987년 8월15일 독립기념관 개관 후 처음 있는 일이다.

독립기념관은 김형석 신임 관장이 정부가 주최하는 광복절 기념행사에 참석함에 따라 자체 경축식을 열지 않는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동안 광복절 경축식은 정부, 충남도, 천안시와 함께 열거나 자체 행사 등의 방식으로 매년 진행해 왔다면서다.

경축식은 취소됐지만 공군 특수비행단 ‘블랙이글스’ 에어쇼, ‘한얼국악예술단’ 타악 퍼포먼스, ‘비단’ 퓨전국악 공연, ‘카르디오’ 팝페라 공연, ‘콰르텟 코아모러스 위드 크로스오버 하나린’ 재즈 공연, 가수 코요태 공연 등 경축 문화행사는 예정대로 펼쳐진다.

앞서 국가보훈부가 지난 6일 임기 3년의 독립기념관장직에 김 관장을 임명한 뒤부터 연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광복회 등 시민단체와 야당에 이어 독립기념관 노동조합도 나서서 김 관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독립기념관장 후보자로 독립운동을 폄훼하고 일제 식민 지배를 미화하는 인사들을 추천하는 것은 헌법정신과 역사적 정의에 반한다”며 “선임 과정에서 독립 정신이 훼손되고 우리의 정체성이 유린당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김 관장 임명 이튿날인 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도 “인사가 이런 식으로 가는 건 용산 어느 곳에 일제 때 밀정과 같은 존재의 그림자가 있는 것이 아닌가(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독립기념관 노조는 12일 성명에서 “신임 관장으로 임명된 김형석은 독립운동가 후손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오히려 친일파들의 행적에 대한 재평가 및 독립운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주장 등으로 세간의 큰 우려를 불러일으켰다”며, “신임 관장이 민족의 자주와 독립 정신의 산실인 독립기념관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으리란 점에 뜻을 모았다”고 날을 세웠다.

김 관장을 ‘뉴라이트 극우인사’로 규정한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임명 철회와 대국민 사과를 거듭 요구해오고 있다. 윤 대통령이 김 관장 임명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할 방침인 민주당은 김 관장 임명 규탄·철회 결의안을 국회에 내기로 한 조국혁신당과의 공조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세계일보

지난 10일 독립기념관 겨레의마루에서 민족문제연구소가 주최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 촉구 집회’에서 시민단체와 야당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안=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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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관장은 자신을 둘러싼 역사관 논란에 취임식 후 기자회견에서 “뉴라이트라는 개념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이해하기로는 과거에 학생운동권에서 열심히 활동하시다가 지금은 보수적인 입장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을 지칭하는 것 같고, 역사학계에서는 일제 식민 지배에 동조하는 입장을 펼친 학자들을 말하는 것 같다”며 “나는 그 어디에도 해당이 되질 않으며, 내가 뉴라이트라는 얘기를 이번에 처음 들어봤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나 야당의 사퇴 촉구에는 “왜 사퇴하라고 하는지 모르겠고, 사퇴할 이유나 생각도 없다”면서 “정부와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2027년 8월7일까지 성심껏 근무하겠다”고 맞섰다.

독립기념관장 면접 당시 ‘일제시대 우리나라 국민들의 국적은 일본’이라고 답변한 것을 놓고는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 때 왜 일장기를 달고 뛰었겠느냐. 일본 국적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우리가 나라를 빼앗겨서 일본 국적이 되지 않았나. 그 국적을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한 것 아니냐고 답변한 것으로 당시 아무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 관장은 ‘건국절 논란’을 놓고도 “대한민국 건국 문제는 크게 민족주의적 사관과 국가주의적 입장이 있고, 이를 토대로 건국 시점을 1919년, 1948년으로 보느냐에 따라 분열과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1919년 3·1운동으로 말미암아 독립에 대한 의식을 새롭게 하게 됐고 1919년 4월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시작됐다”며 “1945년 8월15일 해방이 됐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주권을 되찾지 못하고 3년간의 군정기가 있어 1948년 8월15일 날 비로소 국민과 영토와 주권을 완전히 되찾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 관장은 “피 흘려 희생했던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을 폄훼한 적이 한번도 없다”며 “역사 문제로 더 이상 극단적인 대립을 하지 않고, 한마음으로 하나가 돼서 미래를 보고 나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에 대해서는 “홍 장군은 우리 독립운동사에 가장 위대한 독립운동가 중에 한 분”이라며 “역사학자 입장에서 볼 때는 홍 장군이 어디에 계시는 것이 더 좋겠느냐라고 한다면 사관생도들이 교육받는 장소보다는 무장 항일운동에 큰 기여를 하셨던 여러분들을 함께 모신 독립기념관이 더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그는 답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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