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 기업은행 전 코치 김사니. 허정호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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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은퇴식에 참가한 12명 중 눈에 띄는 얼굴이 하나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인 2021년 11~12월, 이른바 ‘항명 파동’으로 불리는 일련의 사태로 인해 비난의 중심에 섰던 김사니 전 IBK기업은행 코치였다. 현역 시절 한국 최고의 세터로 군림하며 김연경과 함께 2012 런던 4강 신화를 같이 이룩해냈던 김사니이기에 이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했지만, IBK기업은행 감독대행 사퇴 후 공식적인 배구 행사에 얼굴을 비친 것은 이날이 처음일 정도로 참여 자체가 큰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은퇴식 후 취재진과 참가자들 간의 공식 기자회견이 따로 준비되지 않았다. 이에 오랜만의 공식석상 등장에 대한 소감이나 소회를 듣기 위해 김 전 코치에게 따로 연락했다. 김 전 코치는 “아직은 부담스럽다. 마음의 준비가 되면 꼭 인터뷰에 응하겠다. 꼭 연락드리겠다”고 했다. 흔히들 하는, “다음에 밥 한 번 먹자” 정도의 의례적인 멘트일 줄 알았지만, 김 전 코치는 지난달 초 2024 파리 올림픽 현장 취재에 한창이었던 본 기자에게 “이제는 인터뷰할 마음의 준비가 됐다”며 ‘진짜로’ 연락을 해왔다.
일정 조율 끝에 지난 4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세계일보 사옥에서 인터뷰가 이뤄졌다. 자신의 유튜브 계정을 통해서 3년 전 있었던 ‘항명 파동’에 대한 해명은 했지만, 언론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인과 동업해 분당에 골프 스튜디오를 차려 사업가로 변신한 김사니지만, 그의 최근 근황은 배구였다. 그는 “‘그 일’ 이후에 배구를 한 시즌 정도는 안봤다. 죄책감 같은 것도 있고 해서 그냥 모르게 살고 싶었는데, 그 다음시즌부터는 자연스럽게 배구를 보게 되더라”라고 말했다.
김사니의 당초 계획은 일본 구단들의 훈련 상황 등을 지켜보는 역할에만 머무르려 했으나 히사미츠 측에서는 ‘일본 배구단에 와서 뭐가 배우고 싶은지, 네가 알려줄 수 있는게 무엇인지, 통역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요청해왔다. 지켜보는 입장이 아닌 훈련 때 직접 가르치고, 선수단 미팅이나 분석 등 모든 활동에 참여하는 진짜 코치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 김사니는 “그 팀의 세터들을 가르치기 위해선 정확한 의사 전달이 필요해서 통역도 제가 직접 고용해서 간다. 그 팀에서도 통역을 직접 고용하는 비용이 괜찮겠냐고 하지만, 배우기 위해선 그 정도는 감내할 수 있다”면서 “2주간 가르치는 게 어떻게 보면 약간 오디션 성격도 띄고 있는 것 같다. 가서 제가 무엇을 그 팀에 공헌할 수 있는지를 지켜본 뒤에 다음 시즌엔 정식 코치로 고용될 수도 있고. 가능성은 열려있는 상황이라, 우선은 2주간 가서 최선을 다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터 3명을 분석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솔직히 말씀드리면 살짝 감이 떨어진 느낌이다. 계속 영상을 돌려보니 이제 좀 보이긴 하는데...가서 잘 할 수 있을지 긴장도 되고, 기대도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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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니에겐 이번 세터 코치 연수가 약 3년간 끊고 지내야했던 배구라는 끈을 다시 잡은 계기가 된 것 같아 감회가 새롭다. 그는 “지난 6월 국가대표 은퇴식 때 입장하는 계단을 걸어내려가기 전만 해도 다시는 배구장에 발을 못 디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을 때가 있었다. 그때 그 계단을 걸어 내려가며 ‘아, 다시 내가 배구장을 들어올 수 있구나, 다시 공을 만질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대감 때문에 이번 코치 연수가 너무 기대가 된다”면서 “사실 준비하기 전만 해도 ‘나 배구 아니어도 먹고 살 수 있어. 다른 일을 할거야’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준비하면서 정말 행복하다. 스트레스 받으면서도 내가 가장 행복해하는 것은 배구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다시 배구계로 돌아가 지도자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기보다는 뭔가를 준비를 하는 게 나중에 후회가 남지 않을 것 같아서 연수를 떠나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어떻게 돌아가겠다 등의 이런 그림은 전혀 정해진 게 없다. 그저 나를 위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것으로 봐주셨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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