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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육아휴직 쓰면 관두는 게 관행" 변호사도 이런 대우받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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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며칠 앞두고 해고 통보에 복직 불발
노동위 "부당 해고 맞다" 변호사 손들어
법무법인 "업계 관행" 주장했으나 패소
女변호사회 "임신·출산 변호사 해고는 위법"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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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쓴 뒤 복직을 앞둔 여성 변호사에게 갑작스레 해고를 통보한 법무법인이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판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으나,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해당 법인은 "여성 변호사가 출산하면 일을 그만두는 게 업계 오랜 관행"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0-1부(부장 오현규·김유진·하태한)는 지난달 19일 A법무법인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A법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A법인 소속이었던 변호사 B씨는 둘째 자녀 출산을 3개월 앞둔 2020년 10월 법인에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계획안을 제출했다. 출산 준비를 겸해 첫째 자녀에 대한 육아휴직을 2020년 11월부터 3개월 사용하고, 2021년 1월 말 둘째 자녀를 출산한 뒤 2021년 4월 말 복직한다는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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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복직을 얼마 앞두지 않은 2021년 4월 중순 B씨는 A법인 총무부장으로부터 '대표 변호사 C씨가 B씨에게 출산휴가를 마친 후 더 이상 사무실에 출근하지 말라고 한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B씨는 C씨에게 연락해 자초지종을 물었으나, C씨는 "회사의 여러 상황을 반영한 결정"이라며 "B씨와 회사의 실질적 근로관계는 지난해 출산 준비로 인해 자리를 떠나면서 종료됐다"고 통보했다. 결국 B씨는 사무실에 복직하지 못했다.

이후 B씨는 2021년 6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A법인의 근로관계 종료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구제신청을 했고, 서울 지노위는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A법인은 "지노위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중노위에 낸 재심신청이 기각당하자 행정소송을 냈다.

출산한 변호사 사직이 업계 관행? 법원 "NO"


1심과 항소심은 모두 B씨 해고가 부당해고가 맞다는 중노위 판정이 옳다고 봤다. 재판에서 A법인은 "법무법인 소속 여성 변호사가 출산하면 사직하는 게 변호사 업계의 관행일 뿐 아니라, B씨 이전에도 여성 변호사 중 같은 사유로 사직한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B씨가 이 같은 관행을 알고 수용했으며, 근로관계 종료에 동의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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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변호사 업계에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관행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령 A법인 내부적으로나 변호사 업계에 그런 관행이 존재하더라도, 여성 변호사 입장에서는 경력 단절, 고용 불안 등의 부담만을 초래하는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의 관행이나 선례라고 할 것인데, 이를 수용해 사직에 동의를 했을 것이라고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성 변호사의 의사에 반하는 이러한 관행은 모성보호기간 동안의 해고금지를 규정한 근로기준법과 육아휴직을 보장하고 출산 전후 휴가, 육아휴직 등을 마치고 복귀하는 근로자가 쉽게 직장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사용자 의무를 규정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등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여성변호사회, 법원 판결에 "환영"


여성변호사회는 8일 성명서를 통해 해당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히며 "여성 변호사의 임신·출산·육아를 이유로 한 해고는 여성 변호사의 경력 단절을 초래하고, 저출산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며, 근로기준법 및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위법행위이자 성차별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성변호사회는 "△출산·육아휴직으로 인한 인력 및 업무공백의 해결방안 마련 △ 출산·육아휴직을 허용한 법무법인에 대한 유무형의 인센티브 제공 △탄력근무제·재택근무·시간선택제 등 다양한 근무환경조성 △모성보호시설 확충 등 여러 방법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며, 이것은 남녀 변호사 모두가 공통으로 고민하고 해결해나가야 할 법조계의 필수적인 과제"라고 제언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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