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사랑의 하츄핑'의 주인공 하츄핑. 하츄핑과 놀고 싶다면 말끝마다 '츄'를 꼭 붙여주세요. '맛있다'라고 하지 않고 '맛있다츄~', '좋다'가 아니고 '좋다츄~'입니다. 따라하다보면 은근히 중독됩니다. 입에 붙어 나도 모르게 회사에서 '알겠츄~' 하실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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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우리의 주인공 하츄핑이 누구인지부터 듣고 가실게요. 하츄핑은 쪼꼬미 요정 종족인 티니핑 중 한 명이고요. 티니핑(Teenieping)은 작다의 tiny, 요정의 pixie 합성어라고 합니다. 위의 애니 스틸을 보세요. 마구, 엄청, 사정없이, 분홍분홍합니다. 한 손에 쏙 들어오게 앙증맞고요, 하츄핑 말고도 다른 티니핑들이 100명쯤 있다고 하네요. 빛나핑, 새콤핑, 달콤핑, 아휴핑, 앙대핑, 홀로핑, 무셔핑, 무거핑, 똑똑핑, 시러핑, 화나핑 등등 이름도 다 다르고 생긴 것도 다 다릅니다. 그래서 부모에겐 파산핑입니다. 이렇게 다 다른 애들이 굿즈로 나오는 족족 사줘야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기본 완구는 물론이고 옷, 머리띠 등등 갖춰주려면 아마 티니핑 한 명당 10만원은 써야 할걸요? (그런데 티니핑이 100명도 넘는다는) “제발 우리 애 눈에 안 띄길 바란다”는 반응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티니핑은 한국에서 만들어 해외로 진출한 애니메이션입니다. 크레딧을 확인해보니 시나리오에 일본인이 참여하긴 했네요. 2020년 첨 나와 TV판으로 4시즌까지 방영됐고요, 곧 5시즌이 새로 선보인다고 하네요. (티니핑 명수도 그만큼 더 늘어날 거라는 거죠.)
하츄핑은 TV판 모든 시즌에 등장한 주요 캐릭터인데요. 이름은 Hearts+chu+ping, 즉, 하트+뽀뽀+핑 되겠습니다. 목소리가 너무너무 깜찍한데, 말끝마다 ‘츄’를 붙여요. “맛있다”라고 하지 않고 “맛있다츄~”라고 하고, “무섭다”라고 하지 않고 “무섭다츄~”라고 하는 식이죠. 여러분도 “츄~”라고 말해보세요. 어허. 쑥스러워하지 마시고요. 글자 하나 붙였는데 전체 문장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마법이. “안 돼!”라고 하면 무뚝뚝한데 “안 돼츄~”라고 하면 “아잉~ 다 될 거면서~”라고 들리지 않나요.
왕자 없는 애니는 없는 법이죠. '사랑의 하츄핑'에 등장하는 금발 머리 파란 눈, 파란 귀걸이의 로미 왕자입니다. '선재 업고 튀어'의 변우석 닮지 않았나요. 저 턱선, 바라보면 절로 거북목이 치료되는 큰 키에 10등신 비율. 딱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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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하츄핑’은 극장판으론 첨 나온 티니핑 이야기입니다. TV판의 앞 이야기를 보여준 거라고 하네요. 하츄핑이 이모션 왕국의 공주 로미와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를 보여줍니다. 제가 티니핑의 드높은 위상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된 것은 웹툰 ‘마음의 소리’ 덕분이었어요. 네이버웹툰 중에 유료 결제해서 보는 웹툰이 2가지 있는데, ‘마음의 소리’와 ‘킬러 배드로’(다리 긴 남자들이 정장 입고 나와서 둘 중 하나가 죽을 때까지 총 쏘고 칼 휘두르는 웹툰. 이런 스타일 좋아하시면 추천)입니다. ‘마음의 소리’ 조석 작가님이 딸이 둘인데, 그 중에 둘째가 저 티니핑을 엄청 좋아하는 걸로 나오거든요. “음, 요즘 꼬맹이들이 엄청 열광하는 캐릭터인가보군. 흥행이 될 수 있겠는걸?” 싶었죠. 그래서 시사회날 원래 일정까지 바꿔가며 보러 갔습니다.
그렇다면 무슨 내용이냐. 한 줄로 줄이자면, 공주가 마법의 저주를 사랑으로 풀어내고 하츄핑을 만나 짝꿍이 되는 얘깁니다. 서브로 왕자도 구해주고요. 쉽고 단순한 이야기지만 많은 아이들을 열광시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나 싶었어요. 우선, 애들 컨텐츠를 일상적으로 접하지 않던 어른의 눈으로 보니 의외로 새로운 점이 있습니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 같은 전개는 이제 안 통하는 시대가 된 걸까요. ‘사랑의 하츄핑’의 공주 로미는 평생의 친구인 하츄핑과 (잘생긴) 왕자를 구하기 위해 그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습니다. 내 왕자는 내가 구한다! 나쁜 마법에 걸린 건 왕자고, 저주를 풀어주는 건 공주입니다. 드르렁 쿨쿨 드러누워 잠이나 자며 나를 구할 왕자가 찾아와주길 기다리던 공주는 이제 없는 거죠. 왕자와 공주라는 고전적 틀까지 버리진 못했지만 그거야 환상의 포인트로 남겨둔다쳐도, 예전 디즈니 동화하고만 비교해도 차이점이 확연하게 느껴지죠.
영화가 시작하면 분홍 꽃잎이 날립니다. 분홍 꽃잎은 분홍 바람을 타고 분홍 캐슬의 분홍 창으로 들어가 분홍 침대에서 분홍 잠옷을 입고 자는 분홍 머리 로미 공주에게 닿습니다. 10살 로미 공주는 분홍 드레스를 입고 분홍 눈을 깜박이며 분홍 구두를 신고 평생의 짝꿍이 될 티니핑을 만나기 위해 나섭니다. 어떤 티니핑일지는 아직은 몰라요. 인간과 티니핑은 짝꿍이 될 서로를 운명처럼 만나거나 서로를 알아보게 되는 설정이거든요. 첫번째 짝꿍 후보 티니핑은 꽁꽁핑. 로미는 무척 반가와하지만 이런이런. 꽁꽁핑이 나서자 궁정 사람들이 전부 얼음이 돼버립니다. 탈락. 다음은 딱풀핑. 역시 사랑스러웠지만 궁정 사람들이 전부 딱 붙어버리네요. 이런이런 또 탈락. 로미는 반드시 자신만의 티니핑을 찾겠다는 의지를 담아 노래를 부르고. 도서관 책에서 하츄핑의 초상화를 발견하고 첫눈에 반합니다. 이때 부르는 노래가 주제가인 ‘처음 본 순간’. ‘사랑의 하츄핑’은 지루해질만하면 로미가 노래를 부르는데, 중간중간 걸그룹 멤버 같은 의상도 입고 춤도 춥니다. 어린 여자아이들이 좋아하겠다 싶더군요.
그런데 자신의 짝꿍이 하츄핑이라고 로미가 발표하자 왕은 절규하고 궁정 신하들도 경악. 왜냐, 하츄핑은 나쁜 마법사에 점령당한 옆나라 라미엔느성 근처 마법의 숲에 살기 때문이죠. 그곳은 이제 아무도 가지 않는 금단의 영역. 모두가 말리지만 로미는 결연합니다. “제가 가서 하츄핑을 구해줄 거에요! 제 맘엔 하츄핑뿐이라고요!” 실제로 로미의 마음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한 번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하츄핑을 만나기 위해, 구해주기 위해 그 어떤 위험도 감수합니다. 만나러 가는 마법의 버스를 타기 위해 숨이 턱에 닿도록 달리기 경주를 해서 이기고, 위험에 처한 하츄핑을 위해 절벽 아래로 몸을 던지고 불타는 숲으로 뛰어듭니다. 자신의 의지와 능력으로 목표한 바를 정확히 이뤄냅니다. 로미의 구애에 주저하던 하츄핑도(나쁜 마법사가 만나지 말라고 했거든요) 로미의 진심에 감동해 평생의 짝꿍이 되기를 수락합니다. 만세!
이모션 왕국의 공주 로미는 그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이겨내 결국 하츄핑을 구해내고 평생의 짝꿍이 됩니다. 자신의 의지와 능력으로 꿈을 이루는 로미. 요즘 애니의 주인공은 이런 캐릭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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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나쁜 마법사가 누군인지도 중요한데요, 알고보니 왕자의 짝꿍 티니핑이던 트러핑입니다. 트러핑은 왕자를 사랑했으나 왕자 아버지인 왕이 “근본 없는 티니핑”이라며 트러핑의 신분(?)을 문제 삼아 왕자 몰래 쫓아내버립니다. “왕자는 네가 싫어져서 성을 떠났다”고 거짓말까지 해요. 쫓겨난 트러핑은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올 때까지 궁전 앞에서 왕자를 망부석처럼 기다립니다. 끝내 자신을 찾아주지 않는 왕자에 실망한 트러핑. 푸른 눈을 부릅뜨고 돌개바람을 일으키는 거대한 보라 괴물로 변해버려요. 왕자는 백마가 되는 저주에 걸리고, 라미엔느성 사람들은 전부 돌이 됩니다. 마지막에 트러핑은 목숨을 걸고 하츄핑을 구하는 로미에게 감동해 다시 착해지고, 왕자에게 걸린 저주도 풀리고요, 트러핑에게 달려간 왕자는 “이제 다시는 널 혼자 두지 않을게”라며 꼭 안아줍니다.
일념을 가지고 돌진해 사랑과 우정을 모두 쟁취한 우리의 라미 공주. 그 옆에서 하츄핑이 속삭입니다. “앞으로 영원히 함께야~ 이제 외롭지 않을거야츄~”
이 영화를 ‘K-겨울왕국'이라고 배급사에서 홍보하던데, 그 정도냐,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겨울왕국'처럼 여러 캐릭터가 생생하게 나오는 게 아니라서요. 예를 들어 공주의 친구로 나오는 마리는 정말 기계적으로 조연 역할을 하기 위해 등장할뿐 아무런 개성이 없습니다. 성인 관객까지 타겟층으로 잡으려면 더 입체적인 인물들이 나와서 관계를 이뤘어야 합니다. 그래야 갈등도 심화되고 이야기도 다층적이 되고요. 그건 근데 이 애니에 어울리지 않을 거 같네요. 딱 지금 정도가 어린이 관객이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버전이 아닐까 합니다. 무리하게 살을 붙이지 말고요.
이 영화를 레터로 보내려고 7일날 일반관에서 한 번 더 봤는데, 역시나 평일인데도 분홍 드레스를 입고 분홍 머리띠를 한 꼬마 관객이 적지 않게 왔더군요. 꼬마 관객들은 리액션을 아무런 주저 없이 상영 도중에 실시간으로 다 들리게 말해줘서 더 재밌게 봤습니다. “아, 재밌다”(로미 노래가 끝나고) “아빠, 무서워”(화면이 어두컴컴해지자) 등등 수시로 종알종알. 86분짜리라 애들에겐 길지 않을까 했는데 끝나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한 꼬마가 엄마 손을 잡으며 말하더군요. “또 보고 싶어.”(아, N차 관람 가나요)
그 꼬마에게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 누가 뭐래도 용기를 내서 돌진하자츄~ 꿈과 의지를 갖고, 흔들리지 말고츄~ 그러면 귀여운 하츄핑도 만나고 잘생긴 왕자도 구할 수 있어츄~ 다시는 외롭지도 않을거고츄~ 레터 독자분들도 좋은 하루 되시고요츄~ 다음 레터에서 뵐게요츄~
[신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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