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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사설] 사도광산 ‘외교참사’ 이어, ‘위안부 지우기’도 묵인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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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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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한·독 시민사회가 진행해온 여러 사업을 중단시키려는 일본 정부의 공세가 하나둘씩 효과를 내고 있다. 4년 전 베를린 미테구에 설치한 ‘평화의 소녀상’을 다음달 말까지 철거하라는 결정을 끌어낸 데 이어, 최근엔 지난 4월 한국계 인권단체가 진행해온 위안부 교육 사업에 대한 지원 중단 결정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음이 확인됐다. 사도광산에서 큰 ‘외교 참사’를 일으킨 윤석열 정부는 전쟁 시기 여성에게 가해진 잔혹한 ‘전쟁범죄’인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명확한 입장을 갖고 일본에 반대해야 한다.



독일 공영방송인 베를린브란덴부르크방송(RBB)은 3일(현지시각) 카이 베그너 베를린 시장이 재독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가 신청한 8만7천유로(약 1억3천만원) 규모의 ‘위안부’ 교육 프로그램 지원을 지난 4월 불허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베그너 시장이 시의 프로그램 지원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자문위원회의 한 위원에게 연락해 ‘일본 정부와 갈등이 생길 수 있다’며 단체의 신청을 거절하도록 요구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독일 지자체에 압력을 넣어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알리려는 현지 시민단체의 활동을 중단시킨 셈이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2020년 9월 한·독 시민사회가 힘을 합쳐 시내 미테구에 설치한 소녀상을 없애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해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22년 4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만나 철거를 요구했고, 베그너 시장은 지난 5월 가와카미 요코 외무상과 한 회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베를린 소녀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며 철거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일본의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지난달 12일 베를린시가 9월28일 이후엔 소녀상을 철거해달라고 단체에 요구했다고 전했다.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한겨레에 “일본 정부가 교육 사업까지 방해하는 줄은 몰랐다”고 했다.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2014년께부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역사전쟁’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정부의 적극 대응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2015년 12월 ‘위안부 합의’ 때 “제3국 내 소녀상 설치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한 이른바 ‘이면 합의’를 핑계로 일본의 ‘역사 왜곡’에 침묵으로 방조하고 있다. 윤 정부는 전쟁범죄의 진실을 알리려는 세계 시민들과 같은 편에 서서, 역사의 진실을 감추려는 일본의 움직임을 저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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