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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윤 정권의 사도광산 ‘외교 참사’, 한·일 우익 합작품 [논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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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썰] 윤석열 정권의 사도광산 ‘외교 참사’는 한·일 우익의 합작품. 한겨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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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한겨레 ‘논썰’의 길윤형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달 27일 일본이 니가타현 사도광산에서 조선인 ‘강제노동’이 이뤄졌음을 사실상 부정하는데도 이 시설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전체 역사를 사도광산 현장에 반영하라는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을 일본이 성실히 이행하기 위한 선제적 조처를 취하는 것을 전제로 등재 결정에 동의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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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정에 따라 일본 정부는 이튿날인 28일 사도섬 내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당시 조선인의 열악한 노동 현실에 놓여 있었다는 것을 알리는 6.2평(21.84㎡)짜리 전시실의 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이 전시 자료에 양국 간의 핵심 쟁점이었던 '강제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세계유산위의 결정은 출석국 3분의 2이상의 찬성으로 이뤄지지만, 만장일치로 결정을 내리는 게 관행으로 굳어져 있습니다. 즉, 한국이 조선인 강제노동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의 태도를 문제삼으며 등재를 끝까지 반대했다면 사도광산은 세계유산이 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조선인 강제노동을 사실상 부정하는 일본의 편을 들어주며 이 시설이 세계유산에 등재되도록 도와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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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선 한발 더 나아가 일본 정부는 왜 조선인 ‘강제노동’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지, 윤석열 정부는 그런데도 왜 일본의 역사왜곡을 용인하는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현재의 한-일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선 2015년 8월14일에 나온 ‘아베 담화’를 머리 속에 넣어둬야 합니다. 이 담화는 사실상 현재의 한-일 관계를 규정하고 있는 ‘기본 틀’입니다. 이 담화 가운데 ‘역사 인식’과 관련해 우리가 주목해 봐야 할 것은 다음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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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전후 태어난 세대가 바야흐로 인구의 80%를 넘어섰습니다. 그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우리 아이들과 손자, 그리고 그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계속 사죄의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그래도 역시 우리 일본인은 세대를 넘어 과거 역사와 정면으로 마주해야 합니다. 겸허한 마음으로 과거를 계승하고 미래로 넘겨줄 책임이 있습니다.”





이 담화에서 일본은 지난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 없는 우리 아이들과 손자, 그리고 그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계속 사죄의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이렇게 선언한 이상 일본은 더 이상 지난 과거의 잘못에 대해 사과할 수 없습니다. 일본이 역사 문제에 대해 마지막으로 사과한 것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한 그해 12월28일의 ‘위안부 합의’ 때입니다. 이를 끝으로 일본은 더 이상 역사 문제에 대해서 단 한번도 사과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선언이 나오기 전까지 일본 역사인식의 기초가 되었던 것은 1995년 무라야마 담화였습니다. 무라야마 담화는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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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멀지 않은 과거의 한 시기, 국가정책을 그르치고 전쟁의 길로 나아가 국민을 존망의 위기에 빠뜨렸으며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들 특히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들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습니다. 저는 미래에 잘못이 없도록 하기 위하여 의심할 여지도 없는 이와 같은 역사의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여기서 다시 한번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합니다.”





과거 일본이 저지른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사죄의 뜻을 밝힌 무라야마 담화는 사실상 사라지고, “더 이상 아이들에게 사죄의 숙명을 짊어지게 할 수 없다”는 아베 담화가 그 자리를 메운 것입니다. 이런 변화를 ‘일본의 우경화’라고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머리에 넣어 두고 계속 얘기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선 매우 중요한 전례가 있습니다. 아베 담화가 나오기 직전인 2015년 7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나가사키현 군함도(하시마섬)입니다. 당시에도 한·일은 이 섬에서 이뤄진 조선인 강제노동 문제를 둘러싸고 큰 갈등을 벌였습니다.



사실 조선인 강제노동 문제는 한·일 두 나라가 지난 70여년 간 벌여온 역사 갈등의 핵심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이를 강제노동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일본의 식민지배가 '불법'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일관된 입장은 일제의 식민지배는 “처음부터 불법”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대법원은 2018년 10월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들을 “불법적인 식민지배·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이라고 인정한 것입니다.



이에 견줘, 일본은 지난 식민지배에 대해 처음에는 합법이었지만,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의 건국과 함께 ‘무효’가 되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식민지배가 합법이기 때문에 그에 따라 이뤄진 조선총독부가 한반도에서 행한 여러 정책들도 합법이었고, 그에 따라 1938년 시작된 국가총동원 체제 아래서 이뤄진 노동력 동원도 합법이었다는 게 일본의 견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은 사도광산에서 ‘강제노동’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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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일본 정부는 군함도 등 메이지시대 산업유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해야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한국과 타협을 위해 한발 물러납니다. 사토 구니 주유네스코 일본대사는 2015년 7월 군함도의 조선인 노동자들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againist ther will) 동원되어 가혹한 조건(under harsh condition)에서 강제로 노역(forced to work)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일본 사람에게 이것이 즉 ‘강제노동임을 인정한 것이냐'고 물으면 “아니다”라고 답할 것입니다. 하지만 강제성을 인정한 것이냐 물으면 “그렇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강제노동을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강제적으로 일하게 시켰다는 것은 인정한다는 일본 특유의 ‘기적의 논리'가 탄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일본이 이런 말장난을 하는 것은 ‘강제노동을 인정한다는 것은 곧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쨌든 조선인들이 강제적으로 끌려와 일했다는 사실은 인정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더 이상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분명 한국의 '외교적 승리'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일본 내 사정이 변하게 됩니다. 가장 먼저, 앞서 소개했듯 아베 담화가 나옵니다. 두번째로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 판결이 나오게 됩니다. 그로 인해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가 한-일 관계를 크게 악화시키는 중요한 현안 문제로 떠오릅니다. 이 문제는 결국 식민지배의 합법‧불법성과 관련된 ‘근본 문제’였기 때문에 갈등은 심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한달 뒤인 2018년 11월부터 그동안 써오던 ‘징용공’이란 말 대신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징용공은 사용된 ‘징’(徵)은 그 자체로 강제성을 전제로 한 말입니다. 이를 중립적인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라는 말로 바꿨으니, 이 때부터 2015년 7월엔 인정했던 강제성을 부정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일본이 군함도 등 메이지 시기 산업시설을 소개하기 위해 2020년 6월 도쿄 신주쿠에 문을 연 ‘산업유산정보센터’를 둘러싼 잡음이 이어집니다. 일본이 애초 약속과 달리 이 시설을 “조선인에 대한 차별이 없었다” 등 역사를 왜곡하는 내용들로 채우자 그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 여론이 커지게 된 것입니다. 그러자 일본에서 자민당보다 더 보수적인 일본유신회의 바바 노부유키 의원이 2021년 4월16일엔 일본 정부에게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강제연행’이나 ‘강제노동’이라는 말을 쓰는 게 적합한 것인지 질문합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4월27일 다음과 같이 답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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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국가총동원법 제4조의 규정에 근거한 국민징용령에 의해 징용된 한반도 노동사의 이입에 대해선 이런 법령에 의해 실시된 것이 명확해 ‘강제연행’ 또는 ‘연행’이 아닌 ‘징용’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적절하다. 또 (국가총동원 체제 아래서) 모집, 관알선 및 징용에 의한 노무에 대해선 모두 ‘강제노동에 관한 조약’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를 ‘강제노동’이라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강제성’을 인정하거나 이들에게 ‘강제연행’, ‘강제노동’의 표현을 쓰지 말라는 정부의 공식 견해가 나오면서 일본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됩니다. 그렇다면, 일본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일본의 ‘합법적’인 국가총동원령 체제 아래서 ‘합법적’으로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들이 현장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힘들게 일했다는 정도의 언급을 할 수는 있습니다. 그것이 한국 외교부가 말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이 처했던 가혹한 노동환경과 그들의 고난을 기리기 위한 새로운 전시물들을 현장에 설치했다”는 설명의 정체입니다.



물론, 이것을 언급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조선인 강제동원 문제를 기억하려 하는 것은 우리 할아버지들이 일본의 합법적인 식민지배와 조선총독부의 합법적인 행정절차에 따라 광산과 군수공장 등으로 끌려가 고생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고생했던 ‘가련한 사람들'이 아니라 일본의 불법·비인도적인 식민지배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입니다. 그런 의미를 담아 우리는 이분들이 ‘강제노동'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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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요. 먼저, 인정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일본 정부에게 사도광산에서 이뤄진 조선인 노동이 ‘강제노동’임을 인정하도록 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와 똑같은 이유로 일본 역시 사도광산에서 벌어진 조선인 노동이 ‘강제노동이 아니다’라고 한국에게 인정하도록 하는 게 ‘불가능’했어야 합니다. 이 문제는 양국 간 역사 인식의 근본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해방 이후 80년이 가까운 시간 동안 두 나라는 이 문제를 놓고 대립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두개 뿐입니다. 첫째는 양국의 입장이 팽팽하게 엇갈려 타협점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사도광산의 등재가 ‘보류’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됐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소중히 여겨온 한-일 관계에 적잖은 타격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게 부담스럽다면 두번째 선택지는 2015년 수준의 인식을 일본이 다시 한번 언급하도록 요구하는 것입니다. 즉, 2015년처럼 조선인 노동자들이 사도광산에서 “본인의 의사에 반해 동원되어 가혹한 조건에서 강제로 노역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런 내용을 전시물에 담게 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를 아예 요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결과 사도광산에서 조선인 ‘강제노동’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한국이 인정하는 것 같은 모양새로 이 시설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게 됐습니다. 일본의 역사왜곡에 한국 정부가 가담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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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것이 문제라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윤 정부는 지난해 3월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일본에 일방적 양보안을 내놓았고, 이후 단 한번도 사죄와 반성을 요구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북핵 문제의 해결이 사실상 어려워지고, 미·중 전략 갈등이 심화되는 틈을 타 한·일, 한·미·일 3각 군사 협력을 맹렬하게 추진하는 중입니다. 나아가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 되는 2025년을 맞아 두 나라의 세계관을 완벽히 하나로 맞추는 ‘한-일 파트너십 선언’ 2.0을 발표하려 하고 있습니다. 즉,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한-일의 ‘세계관’을 일본에 유리한 쪽으로 일치시켜 두 나라를 사실상의 ‘샴쌍둥이’로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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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워싱턴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일본과 협력을 미루기엔 한국의 안보 상황이 너무 급박하다”면서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을 끓어라’리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역사 인식 아래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관계되는 핵심 문제에서 대한민국의 헌법과 대법원 판결을 배신하고, 일본 정부의 견해를 국제적으로 공인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이런 자세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국민들이 나서 심판하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기획·출연 길윤형 논설위원 charisma@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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