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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유럽의 트럼프 다루기 [오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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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한국일보

2018년 7월 11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끝) 전 미국 대통령과 옌스 스톨텐베르그(왼쪽 끝) 나토 사무총장이 아침식사 겸 회담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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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오는 11월 5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세론이 다소 주춤하다. 연방대법원이 지난달 초 대통령의 면책범위를 폭넓게 인정했고, 트럼프 후보에 대한 암살 시도 후 지지도가 올랐다. 하지만 민주당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사실상 대선 후보가 되면서 대선전이 다시 불타올랐다. 선거가 끝나봐야 결과를 알 수 있지만, 유럽은 이미 트럼프의 재집권(트럼프 2.0)에 대비해 대책 마련에 골몰 중이다.

트럼프 집권 기간 중이던 2018년 7월 11일부터 이틀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담이 열렸다. 여기서 유럽은 합심해 격노한 트럼프를 다뤘다. 그해 1년 전 열렸던 정상회담은 별일 없이 지나갔다. 트럼프 취임 후 채 반 년도 되지 않아 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8년은 달랐다. 왜 우리가 유럽을 공짜로 지켜주냐며 트럼프는 단단히 벼르고 회담장으로 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2% 지출을 준수하지 않는 나토 회원국을 트럼프는 강하게 몰아세웠다.

보통 정상회담은 의제가 사전에 조율되고 물 흐르듯이 진행돼 기자회견으로 마무리된다. 그런데 당시 회의장에서 그는 회원국 하나하나를 호명하며 왜 약속을 지키지 않냐며 질타했다. 당시 나토 회원국 30개국 중 유럽에서는 영국과 그리스만 공약을 지켰다. 특히 트럼프는 자유무역을 지지하며 반대진영에 섰던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집중공략했다. 이민자를 너무 많이 받아들여 이들이 독일의 안보를 위협한다면 미국이 이때에도 독일을 지켜줘야 하냐고 조롱했다.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총리 그리고 나토의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 서둘러 회의장 한쪽에서 묘안을 짜냈다.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며 신뢰를 얻었던 네덜란드의 마크 루테 총리가 나섰다. '대통령이 친히 회원국을 부르며 지적해 줘서 고맙다. 더 많은 회원국들이 지금 국방비를 증액중이다. 앞으로 더 증액하겠음을 대외적으로 알리겠다' 아첨하고 달래고, 이런 취지로 말을 하자 트럼프도 좀 누그러졌고 최악이 될 뻔한 정상회담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영국의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당시 정상회담 참석자들을 인터뷰해 트럼프 다루기를 심층 분석했다. 트럼프 다루는 기술을 터득한 마크 루테 전 네덜란드 총리가 오는 10월 1일부터 신임 나토 사무총장으로 취임한다.

'최상을 바라지만 최악을 대비하라.' 트럼프 2.0은 우리에게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아무리 대비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한국일보

안병억 대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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