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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젤렌스키 “영토 일부 포기, 국민이 원하면 가능”…美 F-16 전투기 우크라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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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지난해 8월 덴마크 보옌스의 공군기지에서 덴마크가 보유한 F-16 전투기 조종석에 앉았다. AP통신 등은 그간 서방에 이 전투기 지원을 강하게 요청했던 우크라이나가 31일 처음 이를 인도받았다고 보도했다. 보옌스=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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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포기하는 대신 전쟁을 끝내는 방안’을 두고 “우크라이나 정부가 아닌 우크라이나 국민이 원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간 “러시아군이 모든 점령지에서 완전 철수해야만 휴전 협상에 참여하겠다”던 강경 입장에서 한층 유화적으로 바뀐 발언으로 풀이된다.

2022년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력이 열세인 우크라이나 측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의 재집권 가능성이 제기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31일 르몽드 등 프랑스 주요 언론과의 집단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영토 보전에 관한 문제는 우크라이나 국민이 결정할 사항”이라며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부, 해외 대통령들이 이를 결정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달리 말하면 국민과 여론이 원하면 영토 일부를 포기한 종전이 가능하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최근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종전을 위해 영토 일부를 포기할 수 있다”고 답한 국민은 지난해 5월 10%에서 올 5, 6월 32%로 훌쩍 뛰었다. 다만 “전쟁이 길어지더라도 절대 영토를 포기해선 안 된다”는 답변은 이 보다 훨씬 많은 55%에 달했다.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남부 자포리자 등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18%를 점령하고 있다. 이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해야 휴전에 나서겠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또한 올 6월까지만 해도 일방적인 영토 합병 주장은 “나치 독일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가 하던 짓”이라며 러시아를 맹비난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군이 도네츠크 일대는 물론 수도 키이우와 가까운 북동부 하르키우 일대에서도 속속 점령지를 넗히자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휴전에 나서야 한다”는 ‘현실론’이 높아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러시아가 원한다면 외교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31일 AP통신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서방 주요국이 보유한 미국산 F-16 전투기가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에 비해 공군력이 열세인 우크라이나는 그간 서방에 최신식 전투기 지원을 강하게 요청해 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벨기에, 덴마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은 총 60여 대의 F-16 전투기 지원을 약속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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