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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사설]민주당 “지역화폐 국고지원 의무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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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정훈 행안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4.09.02.[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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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 중인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지역화폐법)’을 여당의 반대 속에 5일 통과시켰다. 지역화폐 사업에 대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행정적 지원을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가 매년 실태조사를 통해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민주당은 법사위원회를 거쳐 추석 전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특정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유가증권으로, 통상 지자체가 액면가의 7∼10%를 할인해 판매하거나 캐시백으로 돌려준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때부터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사업이기도 하다. 지난해 전국 243개 지자체 중 191곳에서 20조9000억 원 규모로 발행됐고 3522억 원의 재정이 지원됐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1년에는 국비 지원 규모가 1조3522억 원에 달했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국비 지원 예산을 3년 연속 전액 삭감했지만 매번 국회 심의 과정에서 되살아났다.

민주당은 소비 진작과 지역 살리기를 강조하지만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는 확실하지 않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역화폐로 특정 지역의 소매업 매출이 증가하면 인접 지역의 매출이 감소하는 ‘제로섬’의 결과가 빚어진다고 분석했다. 모든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기대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대신 발행비용 증가, 소비자 후생 손실 같은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른바 ‘깡’으로 불리는 부정 수취와 불법 환전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한때 전 세계적으로 3000여 종이 통용됐던 지역화폐는 공동체 활성화 차원에서 민간 부문의 자발적 노력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한국에선 관 주도의 재정 지원 사업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지역화폐의 안착을 위해 초기에 재정 지원을 하더라도 민간의 자생력을 갖추도록 시간이 지나면 지원을 줄이는 게 순리다. 필요하면 지역의 요구와 현실에 따라 지자체에서 지원하면 된다. 가뜩이나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역화폐에 국비 지원을 의무화하자는 것은 ‘10% 할인쿠폰’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무기한 뿌리겠다는 발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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