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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사설] ‘노동 약자 보호’한다며 ‘노란봉투법은 반대’라는 김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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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1일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남고용노동지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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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앞으로 노동 약자를 보호하는 정책에 중점을 두겠다면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입법에는 반대한다고 1일 밝혔다. 모든 노동자의 차별 없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입법과 제도 개선은 등한시하면서 자의적인 ‘약자 보호’ 구호만 외치려는 것인가. 노동계를 배제하고 불통으로 일관해온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정책 기조와 판박이다. 이것이 민심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김 후보자는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가장 중점을 두는 정책으로 “노동 약자 보호”를 거론했다. “이분들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그걸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실태조사에 역량을 집중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헌법·민법 체계가 흔들려선 안 된다”, “현대차의 수천개 도급업체들이 다 몰려와서 책임지라고 해서야 사업을 할 수 있겠냐”며 반대했다. 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노란봉투법은 이번에도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의 목적은 상당수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사용자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소송 관행을 멈추게 하고, 하청의 근로조건 결정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오랜 기간 사회적 논의가 진행된 것은 물론이고 입법 취지가 반영된 법원 판례도 여럿 나와 있다. 교섭 한번 제대로 하기 어려운 하청 노동자들은 보호받아야 할 노동 약자가 아니라는 말인가. 윤 대통령과 김 후보자가 한목소리로 ‘약자 보호’에 나서겠다면서 이를 거부할 명분이 무엇인가.



그간 윤 대통령의 노동개혁 추진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주 69시간제’나 ‘시럽급여’ 논란에서 보여준 것처럼, 일방통행식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려 했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겠다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조직 노동자와 미조직 노동자를 갈라치기하는 데만 급급해왔다. ‘약자 보호’ 구호가 진정성에 의심을 받는 이유도 이런 일련의 정책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 차기 노동부 장관은 노사정 대화를 바탕으로 폭넓게 민심을 살필 수 있는 인사가 맡아야 한다. 김 후보자는 과거 편향적인 반노동 행보에 대해 조금도 반성하지 않고 있다. 야당에선 극단적 노-정 대립으로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냐는 말까지 나온다. 김 후보자는 어느 모로 봐도 노동 행정을 책임지고 노동개혁을 추진해나갈 적임자로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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