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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김선수·노정희·이동원 대법관 퇴임…이들의 마지막 ‘의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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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왼쪽부터 이동원·김선수·노정희 대법관. 대법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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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수(63·17기)·노정희(61·사법연수원 19기)·이동원(61·17기) 대법관이 6년 임기를 마치고 1일 퇴임했다. 퇴임 뒤 김 대법관과 노 대법관은 사법연수원에서, 이 대법관은 고려대학교에서 후학 양성에 나선다. 이날 오전에 있었던 퇴임식에서 세 대법관은 각자의 6년을 돌아보며 마지막 ‘의견’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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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수 대법관. 대법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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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수 “법대 아래의 현실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최초의 비법관 출신 대법관인 김 대법관은 자신의 대법관 6년을 “평생 법관으로 살며 법대 위에서 사회 현실을 간접적으로 체험한 동료 대법관들에게 법대 아래에서 전개되는 구체적인 사회 현실, 특히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가 겪는 차별과 소외를 잘 전달해 올바른 판결을 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 시간들이었다고 돌아봤다.



김 대법관은 퇴임사에서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라는 시대적,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대법관으로 임명됐다는 점을 항상 자각하며, 그에 걸맞은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면서 재판에 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부의 가장 본질적이고도 중요한 역할은 ‘다수결 원리’에 의해서는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와 이익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한 사회의 포용력 수준은 가장 취약한 계층에 속한 사람들이 받는 대우의 수준에 비례한다. 그 수준을 높임으로써 사회의 포용력 수준을 높이는 것이 바로 법원의 핵심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 대법관은 퇴임사에서 입법부를 향한 당부를 길게 남겼다. 김 대법관이 우선 개정이 필요한 법조항으로 꼽은 건 ‘직권남용죄’였다. 그는 퇴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대법원은 ‘직권남용죄’는 직무 권한이 인정되는 공무원이 그 권한을 남용해 행사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서, 직무 권한이 없는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직무 권한이 있는 것처럼 거짓 행사한 경우에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직권남용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해 왔습니다. 국민의 법감정과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어 그러한 판결이 선고될 때마다 법원에 대한 비판이 빗발쳤습니다. 법원이 해석론의 한계를 명확하게 선언한 이후에는 국회가 법률을 개정함으로써 법원으로 하여금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해석론을 전개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어 ①법조 경력 10년 이상으로 하는 법조일원화 제도 개선 ②사법부 예산 자율권 ③재정신청제도 개선 ④조건부석방 제도 도입 ⑤국민참여재판 활성화 ⑥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⑦징벌배상제 도입 ⑧집단소송제도 도입 ⑨공적변호인 제도 도입 ⑩대체적 분쟁 해결절차 활성화 ⑪노동법원 도입을 국회에 요구했다.



법원에 대한 당부도 남겼다. 그는 퇴임사 말미에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법원, 국민과 함께 결정하는 법원, 공정하고 엄정한 재판으로 법치를 확고히 세우는 법원을 통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법원, 나아가 국민에게 존중받는 법원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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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희 대법관. 대법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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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희 “‘7번째 여성 대법관’이란 말이 웃음거리 되는 날 오길”





역대 7번째 여성 대법관인 노 대법관은 퇴임사에서 “여성으로서 7번째 운운한 저의 말이 소소한 웃음거리가 되는 날이 가까운 시일 내에 오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노 대법관은 “대법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다양한 사회 구성원, 특히 여성과 아동,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약자의 절절한 목소리가 우리 사회에 들려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부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를 위한 헌법 정신을 사법부의 모든 업무 수행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할 책무가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사법부의 구성 자체에도 다양성의 가치를 구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실천이 꾸준히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 대법관은 퇴임사에 법원을 향한 일부 사회적 시각에 대한 우려도 담았다. 그는 “최근 법원의 판결에 대해 합리적인 비판 대신 즉흥적이고 거친 언사로 비난하는 일 등이 잦아지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사법부 독립의 뿌리를 갉아먹고 자칫 사법부 구성원들의 사명감과 용기를 꺾을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사회적으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고 사법부 독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증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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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원 대법관. 대법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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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원 “‘양심에 따라’ ‘독립해서’ 재판하는 법관”





이동원 대법관은 퇴임사에서 ‘공정한 재판’의 중요성에 대해 힘주어 말했다.



이 대법관은 “법관은 정치적 압력 등 외부 압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할 뿐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부터, 즉 법관 자신의 개인적 소신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며 “법관은 자기 속에 있는 법관이 재판하도록 해야 하고, 자기 속에 있는 자아가 재판하도록 하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관들은 그들 사이에서 치열한 논의를 거쳐 바른 법 해석과 공정한 결론을 이루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특히 관련 사건이 있는 경우 관련 재판부 사이에 서로 논의하면서 형평에 어긋난 결과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 어느 법원에서, 어느 법관으로부터 재판을 받더라도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는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법관은 대법원을 떠나며 법원 직원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그는 퇴임사 말미에 “법원 직원의 역량에 어울리는 직무와 처우가 주어지기를 기대한다. 특히 사법보좌관의 증원과 직무영역 확장은 법관들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재판현장에서의 인력 부족을 해결하고, 사법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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