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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잠깐만요!” 오페라 멈춰 세운 세계적 소프라노…관객 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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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시오페라단이 제작한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에서 토스카 역의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가 카바라도시 역의 테너 김재형과 연기하는 모습. 세종문화회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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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59)가 오페라 ‘토스카’ 공연 도중 상대 배역 테너 가수가 앙코르 아리아를 부른 데 항의해 무대 위에서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게오르규는 공연 끝난 뒤 출연진이 무대에 나와 인사하는 ‘커튼콜’에도 한참 뒤에야 모습을 드러냈다가 관객의 야유가 나오자 그대로 퇴장해버렸다. 지난 8일 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행된 서울시오페라단 제작 오페라 ‘토스카’ 마지막 공연이었다.



이날 3막에서 토스카의 연인 카바라도시 역을 맡은 테너 김재형(51)이 유명한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E lucevan le stelle)을 부르고 나자 객석에서 환호와 함께 앙코르 요청이 쏟아졌다.



지중배 지휘자의 신호에 김재형이 다시 한번 이 아리아를 부르기 시작하자 갑자기 게오르규가 무대에 나타나 허리에 손을 얹은 채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게오르규는 이어 “잠깐만요”(Excuse me)라고 말을 꺼낸 뒤, “독창회가 아니다. 나를 존중해달라”(It is not recital. Respect me)라고 말했다.



객석에선 야유가 터져 나왔다. 이미 찬물이 끼얹어진 무대는 이후 다소 어색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일부 관객은 게오르규의 태도를 비판하며 세종문화회관 쪽에 환불을 요구하기도 했다. 클래식 전문 동호회에서도 게오르규의 행동을 비판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관객은 “게오르규가 2막의 소프라노 아리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Vissi D’arte Vissi D’amore)를 혼신의 힘을 다해 불렀을 때보다 테너 김재형의 노래에 대해 관객 반응이 더욱 폭발적이고 앙코르까지 이어지자 감정이 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이날 밤 사과문을 발표해 “관객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게오르규 쪽에 강력히 항의했고, 한국 관객에 대한 사과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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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토스카’에 출연한 루마니아 태생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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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 토스카 역에 캐스팅돼 지난 5일과 이날 두 차례 무대에 오른 게오르규는 비슷한 전력이 있다. 2016년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 극장 ‘토스카’ 공연에서도 ‘사고’를 쳤다.



당시 상대 역인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55)이 관객의 빗발치는 앙코르 요청에 ‘별은 빛나건만’을 다시 한번 부르자 게오르규는 1분이 넘도록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무대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카우프만은 “우리에게 소프라노가 없네요”라고 말했고, 관객에게 사과했다.



오페라 공연 도중 성악가가 관객의 앙코르 요청에 응해 같은 아리아를 두 차례 연거푸 부르는 경우는 드물지만, 간혹 일어난다. 특히 ‘토스카’에서 남자 주인공 카바라도시가 울먹이며 격정적으로 부르는 비장한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에서는 간혹 테너 가수가 공연 도중에 앙코르를 부르기도 한다.



지난해 10월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도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공연 중간에 앙코르가 흘러나왔다. 세계 오페라 무대를 누비는 테너 이용훈(51)의 국내 데뷔 무대였다.



3막에 나오는 그 유명한 아리아 ‘아무도 잠들지 마라’(Nessun dorma)를 길게 뻗어 나가는 고음으로 완벽하게 소화하자 관객의 앙코르 요청이 이어졌고, 이용훈은 방금 부른 그 노래를 다시 불렀다.



2004년에도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된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에서도 이탈리아 바리톤 레오 누치(82)가 관객의 열렬한 앙코르 요청에 ‘가신들, 이 천벌 받을 놈들아’란 아리아를 연이어 노래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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