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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티몬-위메프 무려 70일인데, 네이버쇼핑 고작 3일...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이커머스 정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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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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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배 큐텐 대표/사진=이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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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사태' 피해가 이커머스 시장을 넘어 결제 및 국내 금융시장까지 일파만파 확산된 가운데, 티몬·위메프와 네이버의 정산주기 차이에 이목이 쏠린다. 티몬과 위메프의 긴 정산주기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거론되며 당국 및 정치권의 규제 가능성이 불거진데다, 실제 1위 사업자인 네이버의 경우 단 3일여만에 정산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선 이커머스 뿐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 걸쳐 다양한 형태의 결제주기 이슈가 존재하고 있는데다, 중국 서비스가 연일 한국시장을 노리는 상황에서 정산일을 정부가 설정할 경우 시장 위축 및 또다른 역차별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결국 '티메프 사태'의 본질은 정산주기가 아니라 기업의 건전 재정에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티몬·위메프는 무려 70일...그런데 1위 네이버는 고작 3일?!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주기는 약 2개월, 네이버의 경우 짧으면 대략 3일 전후로도 정산이 진행되고 있다. 위메프는 상품이 판매된 달 말일을 기준으로 두 달 후 7일에 판매자들에게 100% 정산해준다. 티몬은 거래가 이뤄진 달의 말일로부터 40일 이내에 판매금을 정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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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 위메프 CI


반면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에서 고객이 구매확정을 하면 다음날 정산을 확정하도록 돼 있다. 자동구매확정일은 배송일 완료일 기준 8일째다. 뿐만 아니라 네이버페이 빠른정산을 통해 배송시작 다음날, 결제 후 약 3일만에 대금의 100%를 정산하는 무료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2020년 11월부터 올 7월까지 네이버페이 빠른정산 서비스를 이용한 약 12만명의 소상공인에게 선지급된 대금은 총 약 40조원에 달한다.

같은 이커머스임에도 불구하고 네이버와 티몬위메프 간 정산주기가 20배 가량 차이나는 이유는 이커머스 정산주기가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르면 대규모 유통업자는 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직매입 60일, 위수탁 40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이커머스 업체는 대규모유통업법에서 말하는 대규모 유통업자에 속하지 않는다. 이 법에 따르면 대규모유통업자는 직전 사업연도의 소매업종 매출액이 1000억원 이상이거나, 자신이 임대한 매장 면적의 합계가 3000제곱미터 이상인 사업자다. 이커머스들은 규모 기준 등으로 인해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번 사태에 힘을 발휘하지 못한 에스크로는 은행과 같은 신뢰성 있는 제3자가 결제 대금을 보관하고 있다가 물품 배송이 완료된 후에 사업자에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그런데 관련 규제가 담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은 현금 거래에 한해 에스크로 적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카드 결제 중심인 이커머스에선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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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주기 고무줄이지만..."문제는 기업의 건전재정, 에스크로 필요해"

이같은 고무줄 정산주기를 두고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0일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산주기가 70일인 것이 말이 되느냐"며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큐텐이 위시 인수에 티몬의 정산대금을 쓴 것을 꼬집은 것.

하지만 이커머스 업계에선 진짜 문제는 정산주기가 아니라 기업의 건전재정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 업계에선 이번 사태로 정산주기 규제가 표면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타 산업계에선 어음 등의 방식으로 결제대금을 활용하고 있고, 긴 정산주기 역시 산업계의 오랜 관행으로 이어져왔는데, 유독 이커머스에만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안정적 자산을 갖추지 않은 것이 문제로 만약 정산주기를 앞당기면 플랫폼 기업들 상당수의 재무 계획을 다시 짜야할 것"이라며 "다만 정치권과 여론에 방향을 따르더라도,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이 이처럼 덩치를 불린 상황에서 또다른 역차별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며, 결국 담보자산을 충분히 만들지 못한 티몬-위메프의 잘못이 업계 전체를 수렁에 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이커머스 업계 뿐만 아니라 제조업 등 다양한 생태계를 갖춘 업종들의 경우, 대부분 정산주기가 존재한다. 즉 정산주기가 길어서 생긴 문제보다, 유통 주체인 티몬-위메프의 모회사 큐텐 그룹이 안정적 자산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 역시 "중국 이커머스의 경우, 정산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사업자 매출마다 다를 것으로 보이며, 이를 당국이 다 파악하고 있는지도 미지수"라며 역차별을 우려했다. 잘못하다, 이커머스 시장의 주도권을 우리 당국이 손도 대지 못하는 중국 기업에 넘겨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유통 플랫폼사의 재무건전성 측면은 돌아봐야한다는 지적엔 업계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다. 예컨대 티몬과 위메프의 유동부채는 각각 7193억원, 3098억원에 달한다. 반면 유동자본은 각각 1309억원, 617억원에 불과하다. 이미 부채가 자본의 6배에 달했던 것. 이에 티몬은 자금 확보를 위해 지난 6월부터 각종 상품권을 10% 할인한 가격에 선주문 형태로 판매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권남훈 건국대학교 교수는 "정산주기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큐텐이 불법적인 일을 하는데 시간을 벌어줬을 순 있지만, 정산주기가 짧았다고 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 같진 않다"며 "본질은 자본이 없다는 부분"이라며 "에스크로 업체를 중간에 두게 해서 함부로 돈을 빼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재발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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