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09 (월)

"내수 부진 지속될 것"…금리 인하도 힘 못쓴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6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한 GDP

정부, 석 달째 내수 개선 전망 유지

"수출 낙수효과 제한적일 것"

2분기 우리나라 경제가 역성장한 가운데,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내수 부진은 장기간 지속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2%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0~0.1%)를 하회했다. 2022년 4분기(-0.5%) 이후 6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한 것이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마이너스 성장의 가장 큰 원인으론 '내수 부진'이 꼽힌다. 2분기 민간소비는 서비스가 소폭 개선세를 이어갔지만 승용차, 의류 등 재화소비가 감소하면서 전 분기 대비 0.2% 줄었다. 1분기 민간소비(0.7%)는 정부의 상반기 예산 조기 집행으로 일시적으로 크게 개선됐지만, 2분기 들어 그 효과가 상쇄되면서 내수 회복이 여전히 미약함을 증명했다. 투자 또한 모든 항목이 부진했다. 건설투자는 전 분기 대비 1.1%, 설비투자는 2.1% 감소했다.

기업의 경기 전망도 비관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95.1로 5개월 만에 하락 전환, 22개월 연속 비관세를 유지했다. 향후 기업 경영 애로사항 1위로는 '내수 부진'이 꼽혔다.

고용 상황도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취업자 수 증가폭(8만명)은 3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지난달엔 9만6000명 증가해 두 달 연속 1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장은 하반기 내수에 대해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하반기에 내수가 점차 나아질 거라 보면서도 강한 회복세는 어려울 거라 평가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 25일 2분기 GDP 발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에는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내수 부분이 완만한 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다만 내수 부분이 부진을 완전히 벗어나고 강한 회복세로 전환하긴 어렵겠다"고 덧붙였다.

경제 연구원들도 단기간에 내수가 반등하는 건 무리라 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달 '최근 국내외 경제 이슈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고금리 장기화, 인건비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기업 심리 위축 등으로 인해 설비투자와 건설투자의 반등은 단기간에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단기간 내수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7월 경제동향'에서 "수출은 ICT 품목을 중심으로 양호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으나 고금리 기조가 이어짐에 따라 내수는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내수가 부진하다는 진단을 석 달째 유지했다.

반면 정부는 석 달째 내수 낙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7월호'에서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조업, 수출 호조세에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하며 경기 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내수 회복을 언급하기 시작한 건 5월부터인데, 수출 증가가 민간소비 확대로 이어지면서 내수 회복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강력한 내수 회복 어려워…수출 낙수효과 제한적
아시아경제

고물가를 동반한 소상공인의 경영난이 이어지며 소상공인 지원기금의 확대가 시급한 가운데 28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 상권에 텅빈 상가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강력한 내수 회복은 어려울 거라 보고 있다.

류진이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내수 부진과 고금리의 영향을 직격탄으로 맞은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은행 연체율이 높아진 점, 국내 고용시장에서의 뚜렷한 둔화 신호 등이 내수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 중"이라며 "정부에서 자영업자 대상으로 여러 지원책을 연초부터 내놓고 있으나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 속에 관리재정수지가 이미 5월까지 누적 74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추가 정책 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가계부채 규모가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금리를 낮추더라도 소수를 제외하곤 내수를 일으키긴 어려울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서민과 중산층의 일자리, 소득 등 분배 부분이 개선돼야 내수가 활성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를 낮추면 소비가 늘어날 거라 보는 게 일반적이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부가 양극화돼 있어 금리를 내리더라도 소비가 늘어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근본적으로는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고 자산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증가가 내수로 확산되는 이른바 낙수효과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KDI가 최근 '최근 내수 부진의 요인 분석: 금리와 수출을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2004~2024년 수출과 민간 소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상품 수출이 1%포인트 증가하면 민간 소비는 1분기 후 최대 0.07%포인트까지 상승하고 약 3분기 후까지 영향이 파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보고서 말미에 연중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경우 내수가 다소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은 있지만, 충분한 회복세를 보이긴 쉽지 않을 것이라 봤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KDI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수출 회복은 올해 소비와 설비투자를 각각 0.3%포인트, 0.7%포인트 상승시킬 것으로 추정되지만, 누적된 정책금리의 영향이 올해 소비와 설비투자를 각각 0.4%포인트, 1.4%포인트 감소시키면서 여전히 내수 회복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는 "수출이 회복됐음에도 소비, 투자 등이 부진한 것으로 볼 때 수출과 내수의 연결 고리, 즉 낙수효과가 끊어진 지 오래됐다"며 "고용유발효과가 낮은 반도체 수출에만 의존한다면 국내 중소기업으로의 낙수효과가 발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는 현재 수출과 내수가 이중구조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출로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 밑바닥 경제가 회복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