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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이슈 미술의 세계

정미조 “새 음반 이름은 내 나이 ‘75′… 마지막 아닌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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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으로만 12곡 음반 낸 정미조

가수 정미조(75)가 4년 만에 정규 음반 ‘75′를 냈다. 음반 이름은 올해 자신의 나이. 정미조는 “처음 소속사가 이 앨범명을 권했을 땐 반대했다”고 했다. “아직 ‘75′란 숫자가 생소하다. 신체 나이는 50대, 정신적 나이는 30대로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이 나이에 신곡으로만 앨범을 채운 가수는 거의 없다는 말에 마음을 바꿨다. 내 노년의 분기점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조선일보

최근 4년 만의 앨범 이름으로 자신의 나이 숫자 '75'를 붙인 가수 정미조. 그는 "2016년 가수로 복귀할 땐, 내 노래를 들어줄 분들이 아직도 계실까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벌써 복귀 후 네 번째 정규 앨범 발매다. 참 감사한 일"이라며 활짝 웃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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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곡 수록곡의 뼈대는 우아하면서도 쾌활한 재즈풍 선율로 채웠다. 첫 곡인 ‘통영’부터 정미조의 목소리가 지닌 ‘인력(引力)’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따스한 호흡을 한껏 머금은 목소리가 마치 맑은 수채화 물감처럼, 가사 속 정경들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재능 있는 후배들을 이번 앨범으로 끌어당긴 것도 이 인력이었다. 손태진(노래 통영), 라포엠 유채훈(떠나요), 멜로망스 김민석(안녕), 존박(너의 눈망울), 이효리(엄마의 봄), 하림(살아있는가), 강승원(세월)과 듀엣곡을 불렀다. 모두 7곡. 후배들이 정미조의 목소리에 어울리려고 흔쾌히 달려왔다. 소속사 대표인 이주엽 작사가가 앨범 전반의 작사를, 독일 유명 재즈 레이블 ECM에 한국인 최초로 앨범을 취입했던 색소포니스트 손성제가 앨범 기획과 작곡을 맡았다.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출신 싱어송라이터 이규호는 곡 ‘노라’의 선율과 가사를 써줬다.

정미조는 “한번도 가수를 해야겠다 마음먹은 적이 없는데 자꾸 음악으로의 길을 터준 인연이 이어졌다”고 했다. 이화여대 서양화과 재학 시절 가수 패티김의 눈에 띄어 1972년 데뷔했고, ‘개여울’ ‘휘파람을 부세요’ ‘불꽃’ 등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후 미술의 꿈을 버리지 못해 돌연 은퇴 후 파리로 유학을 떠났고, 30여 년 간 서양화가와 대학교수로만 살았다. 하지만 한 전시회에서 마주친 가수 최백호가 “그 좋은 목소리로 왜 노래를 안 하느냐”며 2016년 가수 복귀를 도왔다.

당시 은퇴 37년 만의 가요계 복귀를 기념한 앨범 ‘37년’은 올해 초 EBS 음악방송 ‘스페이스 공감’이 선정한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선’에 올랐다. 정미조에게 캔버스가 ‘꿈을 펼치는 공간’이라면 앨범은 ‘재능을 펼치는 공간’이 된 셈. 매해 깊어지는 그의 목소리에 ‘어른의 노래’란 호평이 자주 따른다. 그는 “’개여울’ 시절엔 젊음의 기운으로만 노래했지만, 지금은 삶의 흔적이 목소리에 고스란히 묻어나는 것 같다”고 했다. “마치 시집 온 초반엔 맛을 잘 못 내던 며느리가 몇십 년 동안 반찬을 주물럭주물럭하다 보면 간도 안 보고 쓱쓱 엄마의 손맛을 내는 것과 같지 않으냐”며 웃었다.

그는 이번 신보에서 “내 목소리의 새 확장성을 많이 발견해 기뻤다”고도 했다. 가수 존박의 중저음과 함께 ‘너의 눈망울’을 부를 땐 “나도 이렇게 노래할 수 있구나 깜짝 놀랐다”고 했다. 가수 생활 중 처음 도전해본 스윙재즈 박자의 ‘양양’, “평소 잘 쓰지 않는 종결어미인 ‘하노라’에서 따온 가사들이 까다로웠다”는 ‘노라’ 등 각종 도전 과제 같은 노래들도 이어졌다. 정미조는 “이 나이에도 아직 새 목소리를 끌어낼 수 있다는게 즐거웠다”고 했다.

후배 이효리와 듀엣으로 부른 ‘엄마의 봄’은 “유독 ‘엄마’란 단어가 많아 녹음 중 펑펑 울었다”고 했다. 어릴 적 일찍 돌아가신 ‘엄마’는 많이 불러볼 연이 없던 단어였다. “이 노래로 인생에서 가장 많은 ‘엄마’를 불러봤고, 1절을 채 다 부르기도 전 목이 메어왔어요. 이 나이가 돼도 엄마가 보고 싶고 애틋해요. 화가로 활동할 때 ‘영혼의 세계’를 주제로 한 그림을 많이 그린 것도 엄마는 저세상이 아닌 나와 함께 살고 계신다고 믿었기 때문이었죠.”

정미조는 “이번 음반을 처음 준비할 땐 나 자신을 정리하는 마지막 앨범이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천사처럼 날아와 준 후배들과의 교류 덕분에 마치 더 갈 수 있다고, 등을 토닥이며 떠밀어주는 듯한 힘을 얻었다”고 했다. “가수 복귀 후 가장 기뻤을 때도 노래 ‘귀로’를 부를 때 젊은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며 ‘울림이 와 닿는다’고 해줬을 때였지요. 이 앨범이 제 끝점이 아닌,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정미조(75)

1972년 4월 TBC 방송 ‘쇼쇼쇼’로 데뷔했다. 170㎝의 서구적 미모, 시원한 성악풍 발성으로 인기를 끌었고, 연말 10대 가수상, 동경국제가요제 최우수 가창상 등을 받았다. 1979년 TBC 고별 방송으로 돌연 은퇴했다. 이후 파리 유학을 거쳐 화가로 활동했고, 수원대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했다. 대표곡 ‘개여울’ ‘불꽃’ ‘휘파람을 부세요’.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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